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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5150
    작성자 : 말라무트
    추천 : 3
    조회수 : 369
    IP : 1.215.***.98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2/12/02 23:30:31
    http://todayhumor.com/?readers_5150 모바일
    [오유과거] 산문 - 침묵
    <p></p><p class="MsoNormal">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span lang="EN-US">. </span>힘껏 그녀의 이름을 외치지만 돌아보진않는다<span lang="EN-US">. </span>들리지 않았던 것일까<span lang="EN-US">? </span>목에 핏줄이 설 정도로 힘껏소리쳤다<span lang="EN-US">. </span>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등을 보인 채 하염없이 내리는 눈을 맞고 서 있었다<span lang="EN-US">. </span>목에서 흐릿한 피비린내가 올라왔다<span lang="EN-US">. <o:p></o:p></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사랑과 현실은 다른 거야<span lang="EN-US">.”<o:p></o:p></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입버릇처럼 그녀가 내뱉던 말이었다<span lang="EN-US">. </span>그 때마다 나는 퉁명스럽게 대꾸하곤했다<span lang="EN-US">. </span>뭐가 다른데<span lang="EN-US">? </span>그러면 그녀는 눈처럼 하이얀 미소를살풋 머금곤 했다<span lang="EN-US">. </span>그런 그녀에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되물었다<span lang="EN-US">. <o:p></o:p></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그럼 넌 사랑과 현실 중에 어떤 걸 택할 거야<span lang="EN-US">?”<o:p></o:p></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사랑과 현실은 다른 말이 아니다<span lang="EN-US">. </span>사랑이 곧 현실이고 현실이 곧 사랑이지<span lang="EN-US">. </span>현실과 다른 건 이상이다<span lang="EN-US">. </span>하지만 사랑은 이상이 아니다<span lang="EN-US">. </span>이렇게 너와 난 사랑하고 있으니까<span lang="EN-US">. </span>아<span lang="EN-US">, </span>정말 논리정연하고 아름다운 결론이야<span lang="EN-US">, </span>그렇지 않아<span lang="EN-US">?<o:p></o:p></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커피나 마셔<span lang="EN-US">, </span>멍청아<span lang="EN-US">.”<o:p></o:p></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오래된 연인이나 할 수 있는 실없는 대화는 항상 그렇게 실없는 결론으로 끝을 맺었다<span lang="EN-US">. <o:p></o:p></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오기가 생긴다<span lang="EN-US">. </span>목에서 깔깔하면서도 간질간질한<span lang="EN-US">, </span>묘한 느낌이 난다<span lang="EN-US">. </span>개의치 않고 다시 한번 소리를 지른다<span lang="EN-US">. </span>내가 아는 그녀의 이름을<span lang="EN-US">. </span>머리가 띵했다<span lang="EN-US">. </span>그녀의 이름 세 글자를 목이 아니라 뇌에서 억지로 뜯어낸 것처럼<span lang="EN-US">, </span>머리가띵했다<span lang="EN-US">. </span>그녀의 고개가 살짝 움직인다<span lang="EN-US">. </span>그래<span lang="EN-US">, </span>이젠 내 목소리가 들린 거야<span lang="EN-US">? </span>하지만 그녀는 뒤돌아보지 않았다<span lang="EN-US">. </span>바람결에 날려온 눈송이가 볼에서 녹아 내린 탓에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살짝 돌린 것처럼<span lang="EN-US">. </span>그녀는 그냥 그렇게 서 있을 뿐이었다<span lang="EN-US">. <o:p></o:p></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현실적으로 생각해서<span lang="EN-US">, </span>너랑나는 인생을 함께 하기엔 걸림돌이 너무 많아<span lang="EN-US">. </span>이 모든 걸 감당할 수 있겠어<span lang="EN-US">?”<o:p></o:p></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그건 나한테 물을 말이 아니지<span lang="EN-US">. </span>나는 늘 그래왔듯이 <span lang="EN-US">‘</span>사람은 하고 싶은 걸 하고 살아야 하는 거야<span lang="EN-US">.’</span>라고 중얼거렸다<span lang="EN-US">. <o:p></o:p></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너는 나와 평생을 함께 하기 싫은 거야<span lang="EN-US">?”<o:p></o:p></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span>그러고 싶지<span lang="EN-US">. </span>하지만그럴 수 없을 때도 있는 거니까<span lang="EN-US">. </span>사랑하는 마음과 현실은 다를 때가 많은 거야<span lang="EN-US">.”<o:p></o:p></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결국엔 원론적인 물음으로 돌아와 버렸다<span lang="EN-US">. </span>뫼비우스의 띠처럼<span lang="EN-US">, </span>서울 지하철<span lang="EN-US"> 2</span>호선처럼 끝없이 뱅글뱅글 돌기만 하는 이 문답은 의미가없다<span lang="EN-US">. </span>그래<span lang="EN-US">, </span>내겐 아무런 의미도 없는 일이었다<span lang="EN-US">. </span>그냥 서로 좋으면 그걸로 좋은 거니까<span lang="EN-US">. </span>서로가 좋다는데 뭐가 문제인가<span lang="EN-US">? </span>하지만 우리가 함께 보낸 시간이 오래될수록<span lang="EN-US">, </span>이 지겨운 문답의 빈도는 늘어갔다<span lang="EN-US">. </span>아무런 생각 없이 했던 내 대답들<span lang="EN-US">. </span>똑같은 대답을 함에도 불구하고 대답을 하기까지 내가 생각하는 시간은 길어졌다<span lang="EN-US">. </span>당시엔 의식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그랬다<span lang="EN-US">.  <o:p></o:p></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숨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소리를 질렀다<span lang="EN-US">. </span>보이는 것은 그녀의 뒷모습과 펑펑 내리는 새하얀 눈송이<span lang="EN-US">. </span>인상을 찌푸리고 숨이 막힐 때까지 소리를 질렀다<span lang="EN-US">. </span>이쯤 되면 이름을 부르는 게 아니라 괴성에 가까웠다<span lang="EN-US">. </span>보이는 것은 그녀의 뒷모습<span lang="EN-US">. <o:p></o:p></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드디어 그녀가 뒤돌아본다<span lang="EN-US">. </span>아니<span lang="EN-US">, </span>뒤돌아봤다<span lang="EN-US">. </span>내가 약속시간에 늦었을 때처럼<span lang="EN-US">, ‘</span>왜 이렇게 늦었어 멍청아<span lang="EN-US">.’</span>라고 장난스레 말할 때처럼<span lang="EN-US">. </span>그녀는 웃고 있었다<span lang="EN-US">. </span>내 퉁명스런 대답에 하이얀 미소를 보일 때처럼<span lang="EN-US">, </span>그녀는 웃고 있었다<span lang="EN-US">. </span>사랑과 현실은 다른 거야<span lang="EN-US">. </span>그녀의 미소에서 이제야 이 말의 의미를 조금은 알 듯 했다<span lang="EN-US">. </span>그래<span lang="EN-US">, </span>사랑은 이상일지도 몰라<span lang="EN-US">. <o:p></o:p></span>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span lang="EN-US">. </span>한 번만 더 부르면 뒤돌아본 그녀가 내게 올 것 같은데<span lang="EN-US">, </span>울컥울컥 목이 막혀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span lang="EN-US">.</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o:p></o:p></span></p><p class="MsoNormal"><span lang="EN-US"> </span></p><p class="MsoNormal">이상과 현실의 괴리<span lang="EN-US">. </span>두터운 현실의 벽과 벽 너머에 있어 보이지 않는이상<span lang="EN-US">. </span>그 사이에서 그녀는 그렇게 아프게 웃고 있었다<span lang="EN-US">. <o:p></o:p></span></p><p></p>
    말라무트의 꼬릿말입니다
    오빤 광산 스타일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2/12/02 23:33:57  210.206.***.43  녹차밭  187435
    [2] 2012/12/02 23:49:45  211.36.***.104  마로잉  279806
    [3] 2012/12/02 23:56:31  223.6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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