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은 소위 말하는 리얼하게 머리 좀 굴린다는 컨셉의 방송으로 지난 시즌 흥행의 단 맛을 봤을 겁니다. 실로 진정성과 진지함과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여러 사람의 본성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작품을 탄생시켰씁니다.
그 첫번째 지니어스에서는 '게임다운 게임'과 '해법다운 해법'이 '승부다운 승부'로 이어졌고 예상하지 못한 영웅까지 탄생시키며 시청자들은 열광했습니다.
그 환호에 힘입어 제작한 이번 두번째 시즌을 놓고 말이 많고 탈도 많습니다. 여러 시행착오로 보이는 시도와 미숙한 게임 운영, 그리고 일부 출연진의 비호감적인 연쇄적인 망조로 실망한 시청자들에게 제작진의 인터뷰는 썩은 상처를 도려내 소금을 뿌려대는 악수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보드게임이나 카드게임을 상당히 착안하여 각 분야의 날고긴다는 출연진들을 섭외해 고민하게 만드는 제작진의 노고에 우선 박수를 드립니다. 하지만 그 지니어스들을 세트에 가둬놓고 게임 마스터로 군림한다고하여 제작진 여러분이 시청자들 머리 위에 군림하거나 그들보다 현명하다는 오만과 편견을 버리길 바랍니다.
20대의 반응이니 3,40대의 반응이니를 운운하며 사회의 어두운 면을 겪어야 이해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어리석은 논리는 접어두시길 바랍니다. 아무리 사회가 병들고 일그러졌다고해도 그걸 단순히 여과없이 비추어 축약하거나 심지어 과장해 시청자들에게 무분별하게 공해를 공감시키지 말아주었으면 합니다.
제대로된 승부없이 은유적으로 사회의 일면을 비판하는 것이나 혹은 아직 그런 더러움을 겪지 못한 자들에게 충고를 날리는 것만이 진정 마지막까지 이 프로그램의 방향성이고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시청자에대한 우롱으로 받아드릴 여지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의도적이었는지 아니면 제작진의 한계인지 모르지만 정당한 승부를 통한 가운데 기발하고 납득할 수 있는 공략법이 룰브레이킹이지 통제불가능한 상황이 되도록 허술한 게임을 만들어 놓고 그 안에서 꼼수와 부정한 방법으로 이익만을 쟁취하는 고약한 규칙위반을 바란 사람은 없을 겁니다. (심지어 이익을 쟁취하지도 않고 다수로 소수를 억압하는 승리감만을 쟁취하는 모습도 끊이질 않습니다.)
물론 작품의 결말이나 주제가 마음에 안든다고 유료결제한 아이피티비 요금을 물어내란 식의 억지를 부릴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작을 즐긴 여운에 후속작을 반기며 자신의 자금과 시간을 투자한 시청자가 존재하고 그 시청자는 불편함과 불쾌함을 토로하며 비판과 개선을 요구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상식을 상기해주셨으면 합니다. 20대 운운하며 누굴 가르치려한다는 느낌으로 시청자의 주관과 가치관을 제작진 아래에 두지 말아달라는 소립니다.
설계,제작된 방송 컨텐츠라지만 불의를 보고 페널티나 개선 혹은 사과를 요구하는 시청자를 외면한 채 출연자를 옹호하고 자정하지 못하는 옹졸한 모습을 그만 보여달란 말이기도 합니다. 마음에 안드는 부분도 있지만 방송심의의 존재의 의의가 무어라고 생각하십니까?
제작진이 단순히 시청자들이 원한 지니어스 2가 아닌 서바이버나 다른 생존 경쟁 프로를 섞고 싶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 시도는 좋습니다, 재미와 시청자의 공감을 토대로한 감동(그것이 비극이던 희극이던)만 유발 할 수 있다면... 근데 지금 반응을 보십시오. 제작진은 정말 멋지고 화려하게 실패했습니다.
이 더러운 사회의 기형적인 약육강식에 젊은이던 중장년층이던 이미 지쳐있습니다. 억지로 과장하여 주입시키지 않아도 정치면에서, 사회면에서, 경제면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학교에서 충분히 피로감을 느낍니다. 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면 지니어스를 버리고 라이어게임이나 카이지가 되십시오. (허나 이 두 작품도 기본적으로 게임이나 승부를 통해 인간의 더러움을 보여주지, 승부를 배제하여 스스로 작품성을 깎아내리는 모습은 없습니다)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면 게임을 접고 심리학자나 사회학자를 초빙하시십오. 계속 지니어스로 남겠다면 이제 승부를 보여줘야 합니다.
현재 지니어스 시청자들은 프로그램내의 이벤트를 보고 공감하여 분노하는 것이 아닙니다. 돛대를 꺾고 노를 부러뜨려 순항하던 배를 난파시키고 표류시킨 엉터리 뱃사공과 선장에 분노하는 것입니다. 아끼던 배가 엉망이 되어가는 모습을 이젠 보기에 지쳐 아예 도중에 그냥 가라앉아버리거나, 어떻게든 수습하여 제대로된 운항으로 무사히 항구까지 도달하길 바라고 있지않습니까?
항로를 무사히 발견하여 항구에 도달할 수 있는 사람 (출연진이던 스태프이던 상관없습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시청자에게 키를 쥐어주십시오. 그것마저 싫다면 어리석게 침몰하여 수장되어 버리시거나요. 우리도 어쩔 수 없이 물좀 먹겠습니다. 허나 그렇게되면 이 프로그램은 지니어스가 아닌 리디큘러스로 기억 되리라 믿습니다.
노파심에 첨언합니다만... 현재까지의 촬영분에서 혹 배는 이미 침몰하였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