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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sisa_74789
    작성자 : 한결
    추천 : 5
    조회수 : 579
    IP : 222.97.***.146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09/09/11 13:21:36
    http://todayhumor.com/?sisa_74789 모바일
    [펌]창피해 살 수가 없다.
    [펌]
    http://www.ddanzi.com/articles/article_view.asp?%20installment_id=271&article_id=4742

    [사회/국제] 사람 차별하지 말란 말이다.

    1999년 한 해의 대부분을 나는 캐나다 밴쿠버에서 살았다. 처음 겪는 외국 생활의 이국적인 매력과 북미의 자유로운 공기에 한껏 도취된 즐거운 나날이었다. 1년이 안 되는 기간이었지만 현지인 친구도 많이 사귀고 영어도 늘고 다양한 경험 등을 하다 보니 어느덧 정말 캐나다를 사랑하게 되었고(그래서 2001년에 또 가서 1년을 더 살았고), 그래서인지 그곳에서의 대부분의 기억들은 즐겁고 정겨운 것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좋은 느낌들에 깊은 상처를 남긴 사건이 하나 있었다.
     
    어느 맑은 여름날, 나는 여느 때처럼 내가 살던 동네를 기분 좋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백인 청년(스무 살이나 되었을까)이 맞은 편에서 빠르게 내 옆을 스쳐가면서, 정말 작은 목소리로, 나 외에는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하는 거다.

    'I will kill you. Chinese.' 

    놀라서 뒤를 돌아봤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그 녀석은 혼자서 여전히 자기 길을 가고 있었다. 휴대폰 통화중도 아니었고 다른 사람에게 한 말도 아니었다. 잠시 멍하게 서 있던 나는 이내 깨달았다. 그것이 나를 향한 저주의 소리였다는 것을. 아무 잘못도, 원한도 없는 내게.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그것이 내가 처음으로 인종차별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경험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당시만해도 999국(천국-1) 이라고까지 불리던 밴쿠버, 그토록 평화롭고 아름다운 그 곳에도 그런 인종적 편견과 증오가 깔려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안 순간이기도 했다.
     
    물론 나는 실제로 죽지도 않았고 어떤 다른 해를 입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 작은 사건은 내게 큰 정신적 충격을 남겨주었다. 아무리 즐겁고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을 망정 나는 그곳에서 살기에 큰 결격사유를 가진 존재였던 거다. 타고난 약자, 아무 잘못도 없이 미움과 저주를 받을 수도 있는 하찮은 존재였다. 우리 부모한테는 소중한 아들인 난데, 고국에서는 그래도 나름 알려진 음악인에 글쟁이로 자부심도 있는데.
     
    그런 것은 다 소용 없는 거다. 인종차별이라는 무자비한 편견과 증오 앞에서는 나는 그저 노란 원숭이일 뿐이니까.

    그리고는 영국에서 4년을 또 살았다. 거기는 캐나다보다 훨씬 노골적인 상황들이 벌어졌다. 길을 가다가 버스에서 날아온, 아직 반쯤 우유가 남아 있는 우유곽에 머리를 맞은 일도 있다. 알고 보니 이런 일은 유색인종들이 흔히 겪는 일이었다. 또 지나가던 동네 십대 초반 애들이 '중국인 XXX'라며 놀려대고 가기도 했고, 마늘 냄새가 난다며 친구라고 여겼던 사람한테서 비웃음을 당한 적조차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서서히 느껴지기 시작한 보이지 않는 차별이었다. 굳이 의도된 것이 아니더라도 그들은 기본적으로 동양인, 흑인 등에 대해 저열하다는 고정 관념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런 느낌들, 시선들, 그리고 상황들은 학교에서도 수시로 경험할 수 있었다. 머 일일이 열거하자면 구차하고(사실 나는 그 문제에 지나치게 예민한 편은 아니었다) 어찌 보면 사소한 것들일 수도 있지만, 경험한 사람은 안다. 느낌으로 인종차별적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저 이런 정도라면 비록 기분은 나쁘고 맥은 빠질 망정 견딜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운이 나빠 폭력 사건이나 공권력이 개입한 사건, 혹은 돈이나 이익이 엇갈리는 문제가 개입될 때는 억울한 일을 당할 가능성이 아주 높아진다. 현지 백인이 내 상대인 경우라면 말할 것도 없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우리 같은 유색인종이 관련된 일은 처리 자체에 무책임하고 무신경한 경우가 많다.

    내가 다니던 학교의 한국인 후배 하나는 이런 일을 겪었다. 당시 세 들어 살던 집의 다른 방에 몽골계 사람들이 여럿 살고 있었는데 자꾸 후배의 개인 식기를 빼앗아 쓰고 씻지도 않는 등 질이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서 하루는 항의를 했더니 다짜고짜 얼굴을 주먹으로 치고 죽여버린다고 위협하더라는 거다. 후배는 혼자고 이넘들은 여럿이라 방으로 도망가서 경찰에 신고를 했더니, 정작 경찰이 나타난 것은 4시간이나 지나서였다. 그것도 넘들이 방문을 걸어 잠그고 나오지 않자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해라’면서 그냥 가 버린 거다.

    만약 신고한 것이 백인이었다면 이렇게 끝났을 리가 없다.
     
    하지만 이런 정도는 애교에 불과하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내가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이경운 사건의 경우도 결국은 영국 경찰과 당국의 무성의와 엉터리 수사가 의혹을 더욱 부채질한 면이 크다(주영대사관의 안이한 일 처리도 물론이지만). 진실이 무엇이었는지는 둘째치고, 비극적인 사건을 겪은 입장에서 이렇게 홀대 당하고 가벼이 여겨지는 느낌들은 영원히 상처와 한으로 남게 된다. 이것은 자신의 존재 가치 자체를 의심받는 그런 상처라서 지워지지도 않는다.
     
    이렇게 인종차별이라는 건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일들 중에서도 참 질이 나쁘고 유치하고 더럽고 대책 없는 것이다. 철벽 같은 편견과 습관화된 행동들 앞에는 논리도 항의도 통하지 않고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외국에 나가서 살던 사업을 하던 공부를 하던 약소국에 황인종인 우리들은 지금껏 그런 것들을 견디면서 살아온 것이다.

    그런데 그런 우리가 어느새 가해자로 변해 버렸다는 사실이다...

    인종차별은 백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한때 중국에서 유행하던 위 그림은 
    나름 웃자고 만든 거지만 흑인에 대한 무서운 인종차별의
    편견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바로 얼마 전 한 인도인 교수가 버스에서 심한 인종차별적 모욕을 당해 가해자를 고발한 사건이 있었다.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그리고 그 언저리 상황과 관련해서는 한겨레 21에서 더할 나위 없이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으니 이곳을 클릭해서 꼭 읽으시기 바란다.

    http://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25561.html

    보노짓 후세인 교수가 겪은 이 상황은 그 자체만으로도 기가 막히고 창피해 얼굴을 들 수가 없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이 사건이 이렇게 언론에 알려지고 공론화 될 수 있었던 것은 피해자가 우연히 교수라는 사회적 지위를 갖고 있다는 사실 덕이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 일은 그저 우발적으로 발생한 단발성 사건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비백인' 외국인이나 이주노동자, 심지어 외국인 아내나 남편 들에게까지 매일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일 중 하나에 불과하다. 여기에 대해서는 각종 보도를 통해서 수시로 그 진상들이 알려지고 있지만 변하는 것은 별로 없다.

    사실 나는 후세인 교수가 겪은 일과 비슷한 상황을 직접 본적도 있다. 몇 년 전 어느 지방의 시외버스 터미널이었는데, 중앙아시아인으로 보이는 청년 두 사람이 대합실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어떤 노인이 그들에게 가까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느 나라에서 왔냐 정도로 물어보던 것이(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이었다) 잠시 후 조금씩 가학적인 태도로 변하기 시작하는 거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이 바보 새끼들아'

    '말도 못하는 것들이' 

    "내가 만원 주랴? 만원 주면 거기서는 한달 사냐?" 

    이러면서 주위를 맴돌며 조롱하는 노인. 하지만 그들은 그저 땅을 바라보며 죄인처럼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참으로 민망하고도 창피한 광경이었고, 만약 그가 노인만 아니었다면 나도 가만있진 않았을 것이다. 다행히도 노인의 버스가 먼저 와서 가버렸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아마도 계속 그러고 있었지 싶다.

    조그만 노인의 조롱에 대꾸 한마디 못하던 건장한 그들의 무표정한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이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당한 그들은 마음 속으로 얼마나 비참했을까. 고국에서 아들을, 남편을, 아빠를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는 가족들이 아니었다면, 소위 한강의 기적을 일구었다는 이 나라에서 벌어야 하는 그 알량한 돈이 아니었다면, 왜 멀쩡한 그들이 이런 모욕을 당하며 참아야 하는가 말이다. 

    참 더러운 세상 아니냐...? 

    우리도 한 발짝만 바깥 세상으로 나가면 이런 일을 겪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과거에는 실제로 수도 없이 겪어 왔다는 것, 그래서 그 한을 이제 좀 살게 됐다고 이 사람들에게 분풀이 하자는 건지 뭔지는 모르지만, 이런 행위가 인종차별인 것 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그런 허접한 상태가 우리나라 일반인의 의식 수준이 아닌지 나는 자주 우려가 든다.

    인종차별은 한 사회에서 주류가 되는 인종적 조건에 의지한 권력의 남용이다. 고속터미널에서의 그 노인과 두 우즈벡인은 서로간에 형성되는 권력 관계를 양쪽 모두 잘 이해하고 있었다. 노인은 그것을 한껏 이용했고 우즈벡인들은 그것에 어쩔 수 없이 복종했다. 후세인 교수의 차이라면, 우연히 그가 지식인이었기에 그런 부당한 권력의 행사에 복종하지 않는 방법을 알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대한민국을 사랑하지만, 이런 우리나라의 모습은 참으로 처절하게 싫다.

    우리가 이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바탕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첫째는 단일민족 운운하는 환상이 만들어내는 배타적 이데올로기요, 두 번째는 아직 외국인에 익숙하지 않은 관계로 유지되고 있는 유치함과 무지와 편견이다.

    단일민족 관련된 비판적 관점은 이미 6,7년 전에 본지 지면을 통해(정확하게는 관광청) 나 자신이 한참 떠들었던 적이 있고 또 요즘은 신문이나 티비 등에서도 간혹 나와서 조금씩 알려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본지는 타 언론에 비해 5~10년 정도 앞서는 선진적 시각과 관점을 자랑하니 머 당연한 이야기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단일민족이라는 것은 없다. 필자의 성씨(원주 원씨)역시 수백 년 전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고, 그 와중에 수많은 전쟁과 침략 등등을 겪으면서 확신하건대  몽고, 거란, 일본 등의 피가 조금씩 다 섞여 있을 것이 분명하다. 여러분 모두 단 한 명의 예외 없이 마찬가지 입장이다. 단적으로 말해 우리와 단군 왕검 사이에 DNA상의 혈연적 연관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민족이란 것이 아예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민족은 순혈주의에 기초한 배타적 혈통이 아닌 문화공동체로서 존재한다. 한반도에 터를 잡고 살던 사람들이 외부와 인적, 문화적, 사회적으로 많은 교통과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서서히 만들어 낸 것이 바로 한국의 문화다. 그리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계속 변해가는 무엇이다. 앞으로 외국에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들어와 살게 되면 그 영향도 받게 된다. 그래서 다문화 사회가 되면, 그것은 그것대로의 생명력과 힘을 갖게 되는 법이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성취를 일정 정도 이룬 나라들에 있어서 이것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며, 단지 이를 받아들이는 사회의 성숙도에 따라 그 나라의 '격'이 드러날 뿐이다. 내가 비록 캐나다나 영국 등에서 인종 차별을 경험했다고는 하지만 후세인 교수나 우즈벡 사람들 같은 식은 아니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주노동자나 비백인 외국인들에게 자행되는 인종차별의 수준은, 21세기 현재의 기준으로 생각했을 때 국제적으로도 유래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저질이다.

    사실 위 한겨레 21 기사에서 어느 경찰이 말했다는 '한국엔 인종차별이 없다'는 발언이야말로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 수준을 단적으로 증거한다. 그는 단 한번도 인종차별의 현상과 의미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아마도 옛날 백인들이 흑인한테 했듯 선거권을 주지 않는다거나 버스나 화장실을 같이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만을 인종차별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무런 반성적 사고도 없이 '인종차별은 없다'고 함부로 단언하는 그 배짱은 그저 무지의 소산이라고 밖에는 할 말이 없다.

    우리가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발전된 나라로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면, 그리고 외국에 나가서 받는 차별에 대해 당당하게 대항할 수 있으려면 차제에 인종차별 문제는 앞으로 정면으로 다뤄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법 조항을 손보고 국민을 계몽시키고, 경찰이나 공무원들을 교육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한 인간의 자존심과 긍지가 피부색 따위를 이유로 짓밟히는 일이 절대로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인종차별에 고통을 받는 사람의 심정은 다 마찬가지겠으나, 나는 특히 후세인 교수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가 교수라서가 아니라 인도계 사람들과 관련한 내 독특한 경험들 때문이다.

    영국에서 산지 2년 차 되던 해. 나는 그간 살던 백인동네를 떠나 유럽에서, 아니 어쩌면 전세계에서 가장 큰 인도인 밀집 지역일수도 있을 런던 서쪽 외곽의 사우스홀(Southall)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굳이 백인 동네를 떠나 인도인 동네로 이사한 이유는 사실 돈이 없었기 때문이다. 

    영국속의 인도 사우스홀. 사진을 찍으면
    런던 외곽인지 뭄바이인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

    처음 이사를 결정하던 즈음에 주변에서 말리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거기는 정말 인도쪽 넘들 밖에 없다, 못살고 더럽고 위험한 동네다, 특히 파키스탄 넘들을 조심해야 한다, 밤 늦게는 문 밖에 나가지 마라... 운운 하는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걱정 내지 우려를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현지에 살던 한국인들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결국 사우스홀로 이사를 했다. 들은 이야기들이 많아서 좀 걱정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얼마 안가 그 모든 것이 기우였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물가는 싸고 동네 사람들은 친절했고 밤거리는 안전했다. 아무래도 가난한 동네다 보니 그리 깨끗하지는 않고 어수선하고 시끄럽고 머 그런 건 있었지만 그저 그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금방 그 동네에 정이 들었다.

    내가 살던 2층짜리 주택은, 2층에는 나와 아내 그리고 다른 세든 사람들이 같이 살았고 1층에는 집 주인(역시 인도계 영국인)이 운영하는 보험 사무실이 있었다. 당시 음악학교에 다니던 관계로 밤낮없이 연습을 해야 했기 때문에 아래층에 음악 소리가 많이 들렸다. 하루는 방세를 내러 가서는 내 연습 소리가 일에 방해는 되지 않는지 물어봤다. 서양인들은 어느 시점까지는 참다가 어느 날 갑자기 경찰을 부른다던가 내쫓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서 돌아온 대답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무료한 낮 시간에 음악소리가 들려와서 오히려 즐겁다는 거다. 그리고는 악기를 전공하냐, 재즈냐 클래식이냐 그게 무슨 음악이냐... 등등 여러 가지를 아주 친절한 얼굴로 물어 오는 게 아닌가. 낯선 외국에서 바쁘게 살아가던 내게 그런 그들의 여유로움은 큰 위안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사실 당시 내가 연주하던 것들은 말 그대로 '연습'이라 대부분 분절적인 곡의 일부분일 뿐 듣고 즐길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시끄러운 록과 메탈 계열도 많이 섞여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들이 진짜 음악을 즐겼다기 보다는 내게 아량을 베푼 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모습은 백인들에게서는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다.

    이들은 1년여 후 내가 이사를 나갈 때도 '앞으로 음악을 못 듣게 돼서 어떡하냐'고 섭섭해 했다.
     
    한편 2층의 세입자 중에는 인도 혈통의 말레이시아 친구들도 두 명 있었다(종교 문화 등 모두 인도쪽). 나와 아내는 그들과도 금방 친해져서 늘 같이 밥 먹고 술 마시고 놀러도 다니고 가족처럼 지냈다. '찬드란'과 '비라싱검' 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둘은 사실 관광비자로 들어와서 일하고 있는 일종의 불법 이주 노동자였다. 우리나라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편견과는 달리 위험하지도 거칠지도 무식하지도 않은, 진지하고 책임감 있고 착한 사람들이었다(아직도 간혹 연락한다). 머 인도인 특유의 카레 냄새 같은 몸 냄새는 났지만, 내게서도 마찬가지로 그쪽에게는 낯설고 불편한 마늘 냄새 같은 것이 났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렇게 살다가 이런저런 일로 결국은 한인들이 많이 사는 뉴몰든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지만, 아직도 내게는 이 사우스홀에서의 삶이 영국에서 가장 소중한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간 내가 경험했던 백인들과는 또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일상적으로 섞여서 겪고, 낯선 문화를 체험하면서도 그들이 우리와 전혀 다른 별종이 아닌 비슷한 희로애락 속에서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점을 깊이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게 그런 좋은 추억을 남겨준 인도인들, 그들이 그저 한국인(혹은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우리나라에서 후세인씨와 같은 경험을 해야 한다면, 아무 죄도 없이 조롱 당하고 욕먹고 멸시 받는다면 그것은 너무나 미안하고도 가슴 아픈 일이다.

    사실 다른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산다는 게 마냥 쉬운 일은 아니다. 그로 인한 부작용도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영국 같은 경우는 뜨내기 외국인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들로 인해 야기되는 범죄나 각종 문제들이 있다. 머 우리나라에서도 전혀 없지는 않을 거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우리가 현명하게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피부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다고 해서 도매금으로 적대시하거나 멸시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거다. 그리고 모든 선진국들과 마찬가지로 우리 역시 세상에 빚이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예컨대 미국의 용병으로 참전한 베트남전에서 죽인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또 지금도 아시아 곳곳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해, 때로는 반쯤 착취하면서 부를 쌓고 있다. 제 3세계 국가들에 비해 엄청난 양의 온실 가스 방출과 환경 오염의 책임, 에너지와 식량의 낭비... 평소 우리는 느끼지 못하자면 열거하자면 한이 없다.

    어제 딴지 사무실에 가다가 명동역에서 흑인 남성 한명과 한국인 여자 두 사람이 이야기하며 걸어가는 것을 봤다. 나도 역시나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지, 순간 저 세 사람이 무슨 관계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하지만 그 순간 털어버린다. 무슨 관계면 어떠며, 아니면 또 어떤가. 한국인 남자 한 명과 여자 둘이 걸어갔다고 해도 이런 복잡한 생각을 했을 것인가? 그들은 동료일 수도, 친구일 수도, 혹은 연인과 친구일 수도 있다.

    어쩌면 인종차별을 극복하는 것은 우리 속에 어쩔 수 없이 내재되어 있는 이런 편견이나 의혹과의 끝없는 싸움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의미 있는 노력이며 반드시 계속되어야만 하는 싸움이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다른 모든 이기적이고 반사회적인 유혹에 대한 저항과 마찬가지로 문명인이라면 반드시 삶의 일부분으로 만들어가야 할 그런 노력이다.

    그래서 나는, 지나가는 외국인들을 보는 내 눈빛 속의 호기심이 자칫 비웃거나 차별하는 것처럼 비춰지지 않을까 신경 쓰며 거리를 걷는다. 그것은 이 낯선 나라에서 결국 약자일 수 밖에 없는 그들에게 내가 보일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다.

    안 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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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11 13:28:09  164.125.***.35  
    [2] 2009/09/11 13:46:34  211.230.***.114  기억의습격
    [3] 2009/09/11 13:58:02  168.248.***.1  악마와무지개
    [4] 2009/09/11 15:24:57  121.13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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