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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764325
    작성자 : 세계수
    추천 : 0
    조회수 : 172
    IP : 121.177.***.133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05/22 22:33:11
    http://todayhumor.com/?freeboard_764325 모바일
    할아버지 - 1월 어느날(2)
    * 이 글은 99%의 실화와 1%의 추정으로 되어있습니다.

    * 제 경험을 토대로 쓴 글이나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은 추정으로 메꾸겠습니다.

    * 최대한 많은 기억을 남겨두려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소한 이야기들도 잔뜩 들어있습니다.


    목욕을 위해 들고왔던 수건이나 비누 등을 서랍에 넣어두고, 아빠는 가만히 지켜보시거나, 할아버지의 열을 체크하기 위해 이마에 손을 올리셨다.

    잠시 멍하니 계시던 할아버지는 이윽고,

    "이래서야 살겠나."

    라는 말씀을 반복하셨는데, 확실히 내가 보기에도 그랬다.

    평소 푹신한 이불 위에서 주무시던 할아버지가 병원에서는 딱딱한 매트리스 위에서 주무셔야했고, 침대가 좁아 발을 펴지도 못하고 계셨다.

    아빠와 나는 다리를 식탁 위에 올리거나 몸을 기울이는 등의 노력을 해봤지만 계속 불편할 뿐이었다.

    그렇게 몇십분을 보내다가 아빠가 갑자기 간호인을 보며

    "아버지 데리고 밑에 좀 갔다와도 되겠습니까?"

    라는 말씀을 하셨다.

    1월 겨울에 밖에는 비가오는 상황. 게다가 할아버지는 열이 나고 계신 상태여서 나도 걱정을 하였지만 간병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된다고 하였다.

    "아버지, 밑에 내려가볼까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셨고, 아빠는 내가 가져온 휠체어에 할아버지를 태우고 그 위에 이불을 덮었다.

    1층 후문으로 보이는 곳에 멈춘 채로 아빠는 할아버지 뒤에서 밖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휠체어 발 두는 곳에 놓인 할아버지의 발이 불편해 보였는지 할아버지의 발을 바닥에 내리고는

    "아버지, 이게 편해요?"

    라고 했고,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나는 아빠보다 1미터 정도 뒤에 있었는데, 문밖에 지나가는 사람들, 나무 등을 바라보고 계시는 할아버지와 아빠의 뒷모습,

    옆에 있는 대형거울에 비친 옆모습을 보자 다시금 울컥거렸다.

    참자, 참자, 내가 울면 아빠가 더 힘들어하셔. 나는 이말만 되새기며 감정을 억눌렀다.

    그렇게 5분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할아버지께서

    "내 발이 왜 바닥에 있노?"

    라고 물으셨고, 아버지는 침착하게

    "아까 아버지가 이게 편하다고 하셨잖아요."

    라고 대답하셨고, 할아버지는 잠깐 생각을 하시다가 고개를 끄덕이시고는 다시 문밖을 바라보셨다.

    그렇게 다시 5분이 지나고, 아빠가

    "아버지, 이제 들어갈까요?"

    라고 물으셨고,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이셨다.

    아빠는 할아버지께 덮어드린 이불을 몇 번 털고는 다시 덮어드린 다음 병실로 올라왔다.

    병실에 올라와서 아빠는 목욕을 못해드리는 대신에 틀니라도 씻어드리자는 생각에 할아버지의 입에서 틀니를 빼서 화장실로 가셨다.

    남은 사람은 할아버지와 나였는데, 할아버지는 가만히 누워계셨고, 나는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멍하니 있었다.

    그렇게 나와 할아버지 사이의 정적은 아빠가 돌아오실때까지 유지되었다.

    아빠가 할아버지께 틀니를 드렸지만, 할아버지는 1분정도 틀니를 끼우려 하셨지만, 이윽고 '안된다'라는 말씀과 함께 뱉어내셨다.

    그에 아빠가 해보려 하셨지만 아빠 또한 끼워보신적 없기에 결국 포기하였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난후, 아빠는 할아버지께

    "아버지, 이제 가볼게요." 라는 말을 하셨다.

    그때 갑자기 무표정이던 할아버지가 울음을 터뜨리셨다.

    "왜 울어요. 나중에 다시 올건데...."

    라고 말하는 아빠의 얼굴에도 슬픔이 가득차 있었다. 다행히 울음은 금방 멈췄고, 나는 조그마한 목소리로

    "안녕히계세요."

    라고 했다. 그 때 할아버지께서 갑자기

    "OO아."

    라고 나를 부르셨고, 나는 놀람반 기쁨반의 목소리로 "네" 라고 대답하였다.

    "목소리 좀(인사 좀) 크게 해라"

    "하하하... 네.. 안녕히계세요."

    나는 조금 더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아빠와 함께 병실을 나왔다.

    카운터(?)에 있는 간호사께도 인사를 드린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는데,

    엘리베이터를 타고나서부터 생긴 정적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니 집에 도착해서도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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