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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54725
    작성자 : ROYAL
    추천 : 7
    조회수 : 2027
    IP : 115.143.***.154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3/08/04 21:52:11
    http://todayhumor.com/?panic_54725 모바일
    #펌# 그곳의 기묘한 이야기 - 13 마지막회
    <div id="contentArea"> <div id="espresso_editor_view" style="font-size: 10pt">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br /> </div> <div>출처 - 웃대(하드론)님 -</div> <div></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div> <div> </div> <div></div> <div>"거짓말...?"<br /><br /><br /><br /><br /><br />그의 손떨림으로 인해 소총의 끝에 단단히 고정된 시퍼런 대검이 내 목을 간지럽히고 있었다.<br /><br /><br />어느 새 내 주위로 수많은 어둠의 그림자들이 몰려들었다.<br /><br /><br /><br /><br /><br />"이 새끼...우리에게 거짓말을 해? 죽여버리겠어."<br /><br /><br /><br />그 순간 숟가락질을 하고 있던 병사가 그를 가로막았다.<br /><br /><br /><br /><br /><br />"잠깐..."<br /><br /><br /><br /><br /><br />나는 잠시나마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br /><br /><br /><br /><br /><br />"이봐, 친구..자네..뭔가 알고 있지?"<br /><br /><br />"......"<br /><br /><br /><br /><br /><br />숟가락 병사는 쪼그려 앉아 나에게 묻고 있었지만, 얼굴이 으깨진 병사의 대검은 여전히 내 목을 겨누고 있었다.<br /><br /><br /><br /><br /><br />"우리에게 말하지 못한 뭔가가 있는 것 같은데...그렇지?"<br /><br /><br /><br /><br /><br />질문을 던지는 와중에도 그는 요란스런 숟가락질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양 입가에서는 여전히 진득한 국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br /><br /><br />나는 그의 물음에 유언처럼 처절하고 비장한 각오로 입을 열었다.<br /><br /><br /><br />"네..."<br /><br /><br /><br />잠시 그 둘은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br /><br /><br /><br />"그..그게 뭐지?"<br /><br /><br /><br />"다...당신들은...."<br /><br /><br /><br />나는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르는 마른 침을 한번 삼켰다.<br /><br /><br /><br />"죽었어요."<br /><br /><br /><br />요란스럽던 그의 숟가락질이 멈추었다. 갑자기 지옥같은 적막이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br /><br /><br /><br /><br /><br />"당신들은 죽었어요. 죽은 귀신들이예요."<br /><br /><br /><br /><br /><br />숟가락 떨어지는 소리가 잠시 적막을 깨뜨렸다.<br /><br /><br /><br /><br /><br />"뭐...뭐...이.신발 뭔 소리 하는거야?"<br /><br /><br /><br /><br /><br />나는 용기를 내어 말을 이어 붙였다.<br /><br /><br /><br /><br /><br />"당신들은 죽은 줄도 모르고 이 곳을 떠돌고 있는겁니다. 전쟁은 끝났어요.....아주 오래 전에"<br /><br /><br /><br />"우...우리가 주..죽었다구?<br /><br /><br /><br /><br /><br />숟가락을 떨어뜨린 병사가 잠시 자신의 얼굴을 쓸어내렸다.<br /><br /><br /><br />"피...피...피!!!"<br /><br /><br /><br /><br /><br />내게 대검을 겨누던 병사도 자신의 허전한 한 쪽 얼굴을 확인하더니, 이내 괴성을 지르기 시작했다.<br /><br /><br /><br /><br /><br />"으아아아아악!!!"<br /><br /><br /><br /><br /><br />누가 먼저랄 것도 없었다.<br /><br /><br />여기 저기서 자신의 형체, 그리고 다른 이의 형체를 확인한 병사들의 절규가 지옥의 메아리처럼 들려왔다.<br /><br /><br />아비규환의 세상처럼 주변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br /><br /><br />어떤 병사는 분수처럼 피를 쏟는 팔이 사라진 자리를 틀어잡으며, 어떤 병사는 쏟아져 내린 자신의 내장을 쓸어담으며, <br /><br /><br />어떤 병사는 밑동이가 사라진 상체만 바닥에 대고는 두 손으로 연신 바닥을 긁어대고 있었다. <br /><br /><br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그들의 몸부림은 불타오르는 지옥의 세상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쓸어낼 기세였다.<br /><br /><br />참혹한 비명소리와 절규가 멈추지 않았다. 나는 차마 그들의 처절하고 고통스런 몸부림을 눈에 담을 수가 없었다.<br /><br /><br /><br />바로 그 순간 그들의 절규를 멈추게 한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br /><br /><br />사람들 소리였다. 그리고 총소리, 대포소리......그리고 그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br /><br /><br />칠흑같은 어둠이 주변을 덮고 있음에도 그들은 그 어느 조명보다 뚜렸한 영상으로 보였다.<br /><br /><br />전투 중이었다. 여기저기 포탄이 터지고, 수류탄 폭음이 귀청을 때리고 있었다.<br /><br /><br />그리고 바람을 가르는 장검의 소리처럼 공간을 뚫고 지나가는 총탄의 소리가 들려왔다.<br /><br /><br />함성소리, 울부짖음....비명소리. 이것만이 포화가 쏟아지는 그 전장에 사람이 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br /><br /><br /><br />잠시 후 그 지옥같던 적막이 다시 찾아왔다. 그러나 그 영상은 사라지지 않았다.<br /><br /><br />모두들 잠든 듯한 새벽 같았다.<br /><br /><br />인적이 보이지 않는 여기 저기 작은 천막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br /><br /><br />간간히 초병만이 주변을 거닐고 있었다. <br /><br /><br />그 초병은 잠시 배가 고픈지 자리에 앉아 반합통 속의 원가를 열심히 퍼올려 입에 우겨넣었다.<br /><br /><br /><br /><br /><br /><br />그 때였다. 작은 휘파람 소리가 들리는 듯 싶더니....<br /><br /><br /><br /><br /><br />"콰콰쾅!!!"<br /><br /><br /><br /><br /><br />천둥같은 폭음이 그 천막 위로 쏟아졌다. 여기저기에서 수 십여개의 불기둥들이 치솟기 시작했다.<br /><br /><br />그 불기둥 속에 정체를 알 수없는 덩어리들이 파편처럼 흩어지고 있었다.<br /><br /><br />그리고 잠시 후 사라졌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br /><br /><br />모두들 넋을 놓은 채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br /><br /><br />다시 한번 소름끼치는 적막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br /><br /><br /><br /><br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br /><br /><br />자신의 존재를 깨달은 듯한 병사의 훌쩍거리는 소리가 어디선가 작게 들려왔다. <br /><br /><br />그 소리는 연못에 던져진 돌맹이가 일으킨 파문처럼 여기저기로 퍼져나갔다.<br /><br /><br />심지어 목이 메이도록 울음을 터뜨리는 병사도 있었다.<br /><br /><br /><br /><br /><br />"우리를 가지고 놀았어...."<br /><br /><br /><br /><br /><br />얼굴이 으깨진 병사가 잠시 울먹이는 듯 싶더니 고개를 돌려 내게 입을 열었다.<br /><br /><br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으깨진 얼굴이 두렵지 않은 모양이었다.<br /><br /><br />다른 많은 병사들의 시선이 나를 향하고 있었다.<br /><br /><br /><br />"아무런 대책도 없이 우리하고 약속을 한거지..."<br /><br /><br /><br />나는 그에게 아무런 변명도 할 수가 없었다.<br /><br /><br /><br /><br /><br />"죽어버려"<br /><br /><br /><br />그는 천천히 소총을 들어올리는가 싶더니 이내 나를 향해 그 대검을 날렸다.<br /><br /><br /><br />"잠깐!!"<br /><br /><br /><br />누군가가 그의 날아오는 소총을 제지하며 소리쳤다.<br /><br /><br />그러지 않아도 나는 이미 심장마비로 죽을 것 만 같았다.<br /><br /><br /><br />"망자가 살아있는 이를 건드리면 안됩니다."<br /><br /><br /><br />정한수였다.<br /><br /><br /><br />"당신들이 아무 죄없는 이 사람을 죽인다면 영원히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br /><br /><br /><br />누가 더 많은 힘을 주고 있는 지는 모르지만 소총 끝의 대검이 힘에 겨운 듯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br /><br /><br /><br />"차라리 이대로 우리를 내버려두지 그랬어..."<br /><br /><br /><br />대검을 겨눈 그 병사의 반쪽 남은 눈빛은 여전히 나를 용서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br /><br /><br /><br />"당신들이 이들을 위해 목숨을 바쳤잖아요. 그렇다면 죽어서도 지켜주는 것이 도리 아닌가요?<br /><br /><br />집에 돌아갈 수는 없지만, 고통스러웠지만 이제 모두 알았잖아요."<br /><br /><br /><br />정한수의 말에 그의 남은 반쪽 얼굴에서 작은 물줄기가 흘러내렸다.<br /><br /><br />그러나 그의 떨리는 소총의 대검은 여전히 내 목을 겨누고 있었다.<br /><br /><br /><br /><br /><br />그 때였다.<br /><br /><br />갑자기 어느 병사의 외침소리가 들려왔다.<br /><br /><br /><br />"해가 뜬다!!"<br /><br /><br /><br /><br /><br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정말로 그의 말처럼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다.<br /><br /><br />아니...그들이 빛을 느끼고 있었다.<br /><br /><br /><br /><br />"해가 뜨고 있어. 이럴 수가!!"<br /><br /><br /><br />여기저기서 환호성들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눈부심이 시작되었다.<br /><br /><br />그런데 그 빛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듯 보였다. 너무나도 밝고 너무나고 맑은 빛이 너무나도 빠르게 떠올라 주변을 비춰주고 있었다.<br /><br /><br />그러자 지옥 속의 악마같던 그들의 형상이 서서히 온전했던 이전의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br /><br /><br />모두들 자신과 서로의 몸을 어루만지며 울먹였다.<br /><br /><br />엄청난 눈부심이 있음에도 그들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그 빛을 즐기며 바라보았다.<br /><br /><br />한참 동안 그 빛을 바라보던 정한수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입을 열었다.<br /><br /><br /><br />"나는 저 빛을 오래 전에 봤답니다. 단지 자신이 죽을 줄 몰랐거나 떠나고자 하지 않는 자에게는 보이지 않을 뿐이죠."<br /><br /><br /><br />나는 조심스레 그에게 답했다.<br /><br /><br /><br />"고..고맙습니다."<br /><br /><br /><br />그는 잠시 미소를 지어보였다.<br /><br /><br /><br />"...정한수씨. 전할 말이 있어요."<br /><br /><br /><br />"네?"<br /><br /><br /><br />"어머니가....당신 어머니가 이승에서나마 부모 자식으로 만나줘서 고마웠다고 말씀 전해달래요...."<br /><br /><br /><br />나의 말에 그는 미소 지은 얼굴로 눈시울을 붉혔다.<br /><br /><br /><br />"그리고...다음 세상에서는 부디 오랫동안 행복한 삶을 살아달랍니다...."<br /><br /><br /><br />정한수는 이내 눈물을 떨구더니 얼굴로 시체처럼 힘없이 길게 늘어진 내 손을 꼭 쥐었다.<br /><br /><br />쏟아져 나올 피가 다 나온건지 이젠 오른쪽 목부위의 통증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br /><br /><br /><br />"이제, 가 봐야 할 것 같네요. 나를 찾아줘서 고마워요."<br /><br /><br /><br />정한수는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자리에서 일어섰다.<br /><br /><br /><br />"이...이봐요. 정한수씨. 물어볼 게 있어요."<br /><br /><br />"뭔가요?"<br /><br /><br />"조금 전 당신이 쫓아냈던 그 사람...김병장한테서 쫓아냈던 그 사람.... 그 사람이 누구예요?"<br /><br /><br />"몰라요. 모르는 사람이예요. 명찰에 김선호라고 적혀 있었어요. 수시로 그 사람이 김병장의 몸에 들락거린 것 같아요."<br /><br /><br />"그...그랬었군요..."<br /><br /><br /><br />"처음엔 이 부대를 저기 있는 군인들로부터 지키려고 했어요. <br /><br />변변한 비석하나 없이 쓰레기 매몰하듯이 묻힌 자리에서 그들이 쏟아져 나왔을 때, 처음엔 가까이 가서 말도 걸어보지 못하고 <br /><br />저는 피해만 다녔어요. 그런데 저 사람들은 단지 길을 잃은 것 뿐이었어요. 자신들이 죽은 줄 몰랐던거죠. <br /><br />정작 김병장의 몸에 붙었던 사람은 다른 이었는데 저는 몰랐던거죠. <br /><br />저 병사들이 나를 찾아서 말을 걸게끔 해주고, 그들의 정체를 일깨워준 사람은 당신이예요."<br /><br /><br /><br /><br />그의 말에 나도 모르게 작은 미소가 지어졌다.<br /><br /><br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br /><br /><br />나처럼 쓰러져 눈을 감은 채 조용히 누워있는 김병장이 시야에 들어왔다.<br /><br /><br /><br />"이제...김병장님은 괜찮은 건가요?"<br /><br /><br /><br />"몰라요. 그런데 일단 그 혼령은 사라졌어요. 우리들과 함게 하려는 것 같지가 않아요."<br /><br /><br /><br /><br /><br />그의 말을 듣자 끝나지 않을 듯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br /><br /><br /><br /><br /><br />"김병장님....."<br /><br /><br />나는 시체처럼 누워있는 김병장을 힘겹게 불렀다. 그리고 정말로 궁금했던 것을 그에게 물었다. <br /><br /><br /><br /><br /><br />"도대체...고..고양이를 왜 죽이는 겁니까?"<br /><br /><br /><br />그가 듣고 있는 지의 여부는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 그냥 지금이라고 묻고 싶었다.<br /><br /><br />그런데 절대로 입을 열 것 같지 않던 무표정한 얼굴의 김병장이 눈을 감은 채 죽어가는 작은 숨소리로 내게 입을 열었다.<br /><br /><br /><br />"고양이가...."<br /><br /><br /><br />"네?"<br /><br /><br /><br />"고...고양이가 나..나타나면 기..기침소리가 들려...그..그리고 죽여..."<br /><br /><br /><br />김병장은 알 수없는 말을 뱉은 후 힘이 빠지는 듯 말꼬리를 흐렸다.<br /><br /><br /><br /><br /><br /><br /><br />"아...신발..이젠 허기가 가시네."<br /><br /><br /><br />숟가락질에 목숨걸던 그 병사가 뭐라고 투덜거리며 나에게 다가왔다.<br /><br /><br />그 핏줄기가 얼굴에서 사라지자 그제서야 그의 본얼굴이 드러났다.<br /><br /><br /><br />"아..아저씨..좀 웃기게 생기셨네요. 큭큭"<br /><br /><br />"뭐야? 하하하"<br /><br /><br /><br />그리고 내게 대검을 겨누던 그 병사도 나에게 다가왔다.<br /><br /><br />그리고 그 굵고 낮은 음성을 다시 한번 내게 들려 주었다.<br /><br /><br /><br />"고맙다고 해야 하나? 내가 죽은 줄 알게 해주었으니..."<br /><br /><br /><br />그의 온전한 외모는 그 목소리만큼이나 출중하고 번듯했다.<br /><br /><br />숟가락질 병사는 내게 얼굴을 가까이 하더니 부탁의 말을 건넸다.<br /><br /><br /><br /><br /><br />"이봐 친구..자네가 지키지 못한 약속....다른 걸로 대체하면 안될까?"<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br />"깨어났습니다."<br /><br /><br /><br />누군가의 목소리에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낯익은 광경이 이 곳이 의무대임을 말해주고 있었다.<br /><br /><br />수화기를 들고 잠시 얘기를 나누던 군의관이 나에게 다가왔다.<br /><br /><br /><br />"또 만나는구만. 이창훈 일병."<br /><br /><br /><br />전상병과의 사건 때 나를 담당했던 군의관이었다.<br /><br /><br /><br />"내가 이런데 다신 오지 말라고 했을텐데, 어지간히 부대에서 말썽장이인가 보군."<br /><br /><br /><br />나는 연신 주변을 살피며 지난 밤 그들의 흔적을 찾고 있었다.<br /><br /><br />그러나 아무 것도 찾을 수 없었다.<br /><br /><br /><br />"만 하루가 지나서 깨어난거야. 자넨 정말로 운도 좋구만. <br /><br />전에는 총을 맞고 살아나고, 지금은 칼을 맞고 살아나고..이건 뭐 터미네이터도 아니고..하여튼 자넨 불사신이야."<br /><br /><br /><br />그제서야 나는 오른쪽 목부위의 욱신거리는 통증이 느껴졌다.<br /><br /><br /><br />"출혈시간이 조금만 더 길었으면 바로 저승으로 가는거였어... 통합병원으로 이송할까 했는데, 워낙 급해서 내가 바로 조치한거야."<br /><br /><br />"고...고맙습니다. 군의관님."<br /><br /><br />"조금 있다가 헌병대에서 수사관이 올거야. 니가 움직이기에는 불편한 것 같아서 내가 이리로 오라고 말해뒀어."<br /><br /><br /><br />나는 그의 말에 잠시 눈을 감고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br /><br /><br /><br /><br />한참 뒤에 나타난 수사관은 나를 뚫어져라 응시하더니 작은 서류를 꺼내들었다.<br /><br /><br /><br />"이번 사건 정리되면 전출 명령 떨어질 것 같다. 전대웅하고 김창식이는 형기 채워도 니네 부대로 다신 못돌아가."<br /><br /><br />난 그제서야 김병장의 상태가 궁금해졌다.<br /><br /><br /><br />"김..김창식 병장...어떻게 됐습니까?"<br /><br /><br />"어떻게 되긴 뭘 어떻게 돼? 가해자 신분으로 헌병대에 수감되어 있어."<br /><br /><br />"몸은 괜찮습니까?"<br /><br /><br />"쨔식...니 걱정이나 해. 김창식은 괜찮아. 너희 두 놈 다 취사장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됐어.<br /><br />그런데 너도 참 대단하다. 고참들을 두 명이나 헌병대에 처넣어버렸으니.."<br /><br /><br /><br />수사관은 잠시 사진이 박힌 서류를 몇 장 넘기더니 놀라는 듯 말을 이었다.<br /><br /><br /><br />"어휴...김창식 이 미친 놈은 무슨 고양이를 그렇게 아작내 버린거냐? 이거 정신병 있는 것 맞지?"<br /><br /><br />"......"<br /><br /><br />"말해봐. 사건 당일 밤 취사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었는지...."<br /><br /><br />나는 도대체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꺼내야할지 난감했다. 그러나 마냥 수사관의 진지한 눈빛만 바라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br /><br /><br />죽은 자들의 이야기만 빼 놓은 채 나는 모든 것을 수사관에게 털어놓았다.<br /><br /><br /><br />"그러니까...니가 김병장한테 고양이를 왜 죽이냐고 하니까 김병장이 너한테 칼을 던지며 덤볐단 말이지?<br /><br /><br />그리고 몸싸움하는 과정에서 의식을 잃어버렸고....."<br /><br /><br /><br />"네..그렇습니다."<br /><br /><br /><br />수사관은 볼펜을 이마에 몇 번 튕기더니 입을 열었다.<br /><br /><br /><br />"니네 부대는 무슨 귀신 씌었냐? 아님 니가 귀신이냐? 애들이 왜 갑자기 니 앞에서만 미친 짓을 하는거냐?"<br /><br /><br /><br />머릿속에서는 '네'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br /><br /><br /><br />"전대웅, 김창식....그리고 최병희...얘들 공수여단에서 사병생활하다가 전입한 병사들인데, 둘은 헌병대에 가 있고...."<br /><br /><br /><br />곰곰히 생각에 빠져 있던 수사관은 마지막으로 나에게 말을 건네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br /><br /><br /><br />"좀 더 조사해 볼건데, 너도 뭐 생각나는 거 있으면 나중에 얘기해줘. 어차피 넌 헌병대에서 조사 끝날때까지 아무데도 못나가.<br /><br />이번에 포상휴가 계획돼 있던데, 그것도 미뤄지는거다. 알겠냐?"<br /><br /><br /><br />나는 묵언의 대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br /><br /><br />한참 동안을 말없이 병실의 천장만을 바라보았다. 지난 며칠간의 일들이 마치 긴 잠에 들어 꾸는 꿈처럼 느껴졌다.<br /><br /><br /><br /><br /><br /><br />"아오!!!!!!!! 이 쉽새!!"<br /><br /><br /><br />병실에 울려퍼지는 낯익은 목소리가 나를 다시 한번 깨웠다. 선임하사였다.<br /><br /><br />선임하사는 무슨 일을 내러 온 사람처럼 모자를 손에 움켜쥐고는 연신 씩씩대며 말을 이었다.<br /><br /><br /><br />"너 때문에 내가 제 명에 못 죽을 것같다. 지금 부대 난리났다. 시방새야."<br /><br /><br /><br />선임하사의 속사포같은 투덜거림에 나는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br /><br /><br /><br />"웃어? 시방새..니 때문에 지금 헌병대, 기무대 총 출동해서 총기검열, 보안검열, 근무지검열, 구타검열..아주 생쑈를 하고 있다니까. 니 단초 세운거 걸리는 날에는 나도 불려가서 조카 욕처먹는거야. 징계받을지도 몰라 쨔샤!! <br /><br />저번엔 총맞고, 지금은 칼맞고, 다음엔 수류탄이라도 까서 똥구녕에 처넣을래? 하여튼 그 때 말을 듣지 말았어야 하는건데.."<br /><br /><br /><br /><br />"큭큭..웃기지 마세요 선임하사님....목아파요..."<br /><br /><br /><br />"아...이런럴. 니 뒤졌으면 나 영창가는거야."<br /><br /><br /><br />"그래서 살아있잖아요."<br /><br /><br /><br />"저 놈의 주둥아리는 살아가지고는....쯧쯧<br /><br />그런데 김창식이 이 새끼는 고양이고 사람이고 왜 칼질을 해가지고는...그나저나 몸은 괜찮냐?"<br /><br /><br /><br />"예. 근데 병문안 오신 겁니까?"<br /><br /><br /><br />"내가 뭘 볼게 있다고 병문안을 오냐? 총들고 오지 않은 걸 다행으로 알어!!"<br /><br /><br /><br />"그런데 무슨 일로?"<br /><br /><br /><br />"웬 아줌마가 니한테 말 좀 전해달라고 하더라."<br /><br /><br /><br />"예? 무슨 말... 말입니까?"<br /><br /><br /><br />"아들을 봤으면 이제 부적을 태워버리란다. 그리고 다시는 볼 일이 없을거란다. <br /><br />그러고보니까 니...그 아줌마 얘기 듣고 나한테 단초 세워달라고 한거였지?"<br /><br /><br /><br />"반은 맞는 얘기입니다."<br /><br /><br /><br />"뭐? 도대체 그 아줌마가 누군데?"<br /><br /><br /><br />"주..죽은 정한수라는 사람의 어머니입니다. 무당입니다."<br /><br /><br /><br />선임하사는 놀라는 듯 마지막 말을 간신히 내뱉았다.<br /><br /><br /><br />"아....신발...그래서 니가 그 부적들고 귀신놀이 하러 간다고 한거구나. 소름끼친다. 더 이상 안 물어볼게."<br /><br /><br /><br /><br /><br /><br />하루가 더 지나서야 나는 의무대를 빠져 나올 수가 있었다. <br /><br /><br />복장을 갖추고 있는 와중에 의무병이 몇가지 나의 소지품을 챙겨주고 있었다.<br /><br /><br />나는 그가 챙겨 준 작은 주머니 안에서 부적을 찾았다.<br /><br /><br />그리고 의무대가 조금 멀어졌음을 확인한 나는 준비한 라이터를 이용해서 그 부적에 불을 붙였다.<br /><br /><br />회색빛의 벗꽃잎이 날리 듯 작은 흔적들이 바람을 타고 멀어져 갔다.<br /><br /><br />그리고 나 또한 그들로부터 멀어져 감을 느낄 수 있었다.<br /><br /><br />먼 하늘을 잠시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기려하자 등뒤에서 누군가 나를 찾는 목소리가 들려왔다.<br /><br /><br /><br /><br />"이창훈 일병!! 빼놓은게 있네요."<br /><br /><br /><br />소지품을 챙겨주던 의무병이었다. 그는 손에 든 무언가를 나에게 내밀었다.<br /><br /><br /><br />"너무 낡고 헤진거라서 버리려고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서..."<br /><br /><br /><br />나는 그가 건네 준 작은 수첩을 쥐어들었다.<br /><br /><br />그 안에는 알 수없는 이름과 내용들이 적혀 있었다. 어린 아이가 쓴 어지럽고 불규칙한 글씨 같았지만, 나는 알아볼 수 있었다.<br /><br /><br />힘겹게 써 넣은 나의 필체였다.<br /><br /><br />그 필체와 함께 잠시 잊혀졌던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br /><br /><br /><br /><br />"이름은 김우식, 경상북도 의성군 xx면 xx리 xx번지에 살았소. 우리 부모님하고 공부 잘하던 동생 우철이한테 안부 전해주소."<br /><br /><br /><br />"내 이름은 최국봉이오. 전라남도 장성군 xx면 xx리 xx번지에 살았고요. 살아 계실랑가 모른디 우리 엄니한테 죄송하다고 전해주시오. <br /><br />거시기..그 때 우리 집 소 도망간 게 아니라 제가 팔아 먹었다고 말이오."<br /><br /><br /><br />"이름은 우기철, 충청북도 괴산군 xx면 xx리 xx번지에 살았수. 우리 아들 진석이 잘 키워줬으리라 믿는다고 아내에게 전해주소."<br /><br /><br /><br />"내 이름은 박정국입네다. 평안북도 연변군 xx면 xx리 xx번지. 통일되면 꼭 찾아서 안부 전해주드라요. 우리 가족들 안내려왔으면 다들 북에 있음매.."<br /><br /><br />..............<br /><br /><br /><br /><br />십수명의 부탁이 빼곡히 적인 글을 천천히 읽어보며, 나는 그들의 부탁을 들어주는데 상당한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 느꼈다.<br /><br /><br /><br /><br /><br />"끼이익!!"<br /><br /><br />발걸음을 옮기려하자 자동차의 거친 제동소리가 내 앞에 멈춰섰다.<br /><br /><br /><br />"부대 복귀하는가 보군"<br /><br /><br /><br />헌병대 수사관이 지프차 조수석에 앉아 내게 말을 걸었다.<br /><br /><br /><br />"네. 그렇습니다."<br /><br /><br /><br />"차에 타. 안 그래도 니네 부대 가는 길인데."<br /><br /><br /><br />내가 차에 올라타자 수사관은 내게 어떤 사실을 더 캐내고자 하는지 그간 조사한 몇 가지 사실들을 내게 털어놓았다. <br /><br /><br /><br />"김창식, 이 자식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당최 수사의 진전이 없다. 너 내일이라도 헌병대에 들러야겠다.<br /><br />전대웅, 김창식, 최병희 모두 같은 부대에 있었더구만. 게다가 살인사건에 연루돼 있었구. <br /><br />피살자가 김선호 아마 범인이 한동철이라고 했지?"<br /><br /><br /><br />수 분동안 그의 말이 이어졌지만 대부분은 내가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br /><br /><br />그런데 얘기가 깊어지자 수사관은 점점 내가 알 지 못했던 사실까지 털어놓기 시작했다.<br /><br /><br /><br />"그런데 한동철이가 감옥에서 자살을 했더라는군."<br /><br /><br />"네? 자..자살 말입니까?"<br /><br /><br /><br /><br />"김선호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교도소 안에서도 미친 사람처럼 행동을 하더라는거야.<br /><br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간수들 판초우의를 뺏아 그 속에 몸을 숨기기도 하고, 자기 어깨를 칼로 찌르는 시늉도 하더란 말이다. <br /><br />게다가 벽이고 바닥이고 김선호라는 이름으로 도배를하고, 심지어 자기 옷과 명찰에도 김선호로 도배를 했다더군.<br /><br />자해를 할까봐 교도소에서도 틀별관리를 했었는데 결국 교도소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외부활동 시간에 간수들 몰래 자살을 한거야. <br /><br />그런데 그냥 목매달아 죽을 것이지 김선호처럼 똑같이 어깨에 칼을 꽂아 죽었다는군. 벌 받은건지도 몰라. 죄짓고는 못살지."<br /><br /><br /><br /><br />수사관의 말이 이어지는 와중에 저 멀리 나의 부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알 수 없는 공포감이 함께 몰려왔다.<br /><br /><br /><br /><br />"수..수사관님..자..잠깐 차 좀 세워주십시오."<br /><br /><br />"왜?"<br /><br /><br />"가..가슴이 답답해서 말입니다. 멀미가 몰려옵니다."<br /><br /><br />"이런...저 번에 생긴 총상 때문인가? 알았어. 야. 운전병 차 세워"<br /><br /><br /><br /><br />나는 잠시 차에서 내려 숨을 고르며 수사관에게 물었다.<br /><br /><br /><br /><br /><br />"호..혹시...한동철이란 사람...고양이 알러지 있지 않았습니까?"<br /><br /><br /><br />나의 물음에 수사관은 놀라는 듯이 답했다.<br /><br /><br /><br />"헐..그걸 니가 어떻게 알았냐? 그 알러지 때문에 교도소를 지나다니던 고양이를 죽인 적도 있다더군."<br /><br /><br /><br /><br /><br />힘없이 바닥에 누워서 내게 털어놓던 김병장의 말소리가 귓가를 맴돌았다.<br /><br /><br /><br /><br />[고...고양이가 나..나타나면 기..기침소리가 들려...그..그리고 죽여...]<br /><br /><br />그리고 초소에서 처음으로 전상병과 몸싸움을 할 때........어깨에 피를 흘리며 김선호라는 명찰을 달고 있던 그 병사....<br /><br /><br /><br />"이럴 수가...."<br /><br /><br /><br />갑자기 속이 울렁거렸다. 내가 본 것은 김선호가 아니었다. 애초부터 김선호는 우리 부대에 없었다. 갑자기 토가 나오기 시작했다.<br /><br /><br /><br />"우에엑!!"<br /><br /><br />"이봐..이창훈 너 괜찮아?"<br /><br /><br /><br />토를 하는 와중에도 넋이 나간 사람처럼 읊조리던 김병장의 말이 떠올랐다.<br /><br /><br /><br />[애초부터 우린....같이 이 곳에 오질 말아야 했어....아니면...이 곳을 우리만의 부대로 만드는거야. 우린 영원히 함께 하는거지...<br /><br />아무리 니가 나를 멀리하려 해도 절대로 넌 벗어날 수가 없어....]<br /><br /><br /><br />토악질 때문인지 공포심 때문이지 온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br /><br /><br /><br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부대에 도착하자 누군가가 나와서 나를 반겼다. <br /><br /><br />최병희 병장이었다. <br /><br /><br />나는 그에게 예를 갖출 틈도 없이 그저 멍하니 그를 쳐다 봤다. <br /><br /><br />평소 미친개라 불리던 최병장이 알 수없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br /><br /><br /><br /><br /><br /><br /><br />-끝-</div></div></div>
    ROYAL의 꼬릿말입니다
    공짜를 거절하면 삼대가 망한다 <<< 우리집 가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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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8/04 22:31:37  59.187.***.161  알라새킹이  448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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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3/08/04 22:42:37  114.206.***.249  동네오빠  144000
    [4] 2013/08/05 10:03:00  220.71.***.248  PetShopBoys  356710
    [5] 2013/08/05 11:08:10  14.42.***.1  아이고야허리  242691
    [6] 2013/08/05 14:18:53  182.214.***.96  하쿠코  144707
    [7] 2013/08/05 19:54:54  211.246.***.131  RAmen  183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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