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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military_15784
    작성자 : 청운객
    추천 : 7
    조회수 : 1169
    IP : 27.115.***.138
    댓글 : 3개
    등록시간 : 2013/02/27 00:22:28
    http://todayhumor.com/?military_15784 모바일
    소원수리? 우리는 그런게 없었습니다. 불태워버렸죠!

    전 의경으로 기동대 출신임.

    현재 집에 쌀이 없어서 음슴체 씀.

     

     

     

    일경이었던 무렵이었음. 아직 부대에 구타와 가혹행위가 만연했지만 점차 구타는 사라져가고 대신 말이랑 사역으로 조진다 이런

    문화가 쌓여가서 다른거로 많이 괴롭힘 당하던 그런 시대였음. 말로 사람을 울게 만든다는게 현실로 자주 일어나던 무렵임.

     

    막 다른 중대에서 구타니 성추행이니 절도니 뭐니하면서 막 난리가 났음. 덕분에 우리 중대에도 피바람이 불어올 기세였음.

    하지만 우리 중대는 중대장의 정치 하에 생각보다 평화로웠음. 애들 교육이 잘된 탓도 있고 우리 중대원들이 대부분 소원수리라던가

    이른바 찌른다는 행위를 매우 부끄럽게 여겼음. 지금은 왜그랬는지 몰겠지만 나도 그땐 "소원수리? 그딴건 군생활 못한 애들이나 쓰는거임 ㅡㅡ"

    이런 멘탈을 가지고 살고 있었음. 물론 나도 찌르고 싶다는 생각 수도 없이 했지만 아 나보다 고생한 사람들이고 남잔데 이정도는

    참아야지 이런것도 못참아서 사회나가서 뭐하겠어 이런 멘탈로 꾸준히 참았음.

     

    근데 어느날이었음. 원래 지휘관이 순찰 도는게 FM인데 전의경 중대 있던 사람은 알겠지만 대원들이 보통 순찰을 돔.

    난 그때 화장실 청소 중이었는데 순찰돌던 일경(일경5호봉)이 들어와서 화장실 내에 있는 소원수리함을 톡톡 두들기는데 갑자기 표정이 변함.

    그러더니 나보고 야 너 나가 있으라고 그러는거임. 고참이 시키니까 어쩌겠음 나가있었지.

    근데 안에서 뭐가 톡톡쿵쿵하는 소리 들리더니 그 사람이 급하게 나와서 본부소대로 뛰어가는거임.

    난 화장실 청소 마저 끝내고 다시 다른 청소하러 나가다가 고참이 본부 행정왕고한테 빌려준 화장품 가지고 오라고 시켜서 

    본부소대에 갔음. 본부 소대에 갔는데 아까 그 일경이랑 수경상경들 몇명이서 구석에 짱박혀서는 막 히히덕거리는거임 밑에 애들 얼굴 굳어있고.

     

    짬장(수경3호봉) : 야 ㅋㅋㅋㅋㅋㅋ 봐바 이래서 안돼 우리중대 막 애들 편하게 해주니까 봐바 애들이 이런거 적자나 ㅋㅋㅋㅋㅋ

    왕고(수경4호봉) : ㅋㅋㅋㅋㅋㅋㅋ아 개웃기다 ㅅㅂ 이래서 밑에놈들 안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야 ㅇㅇ야 니 나중에 올라가서 소대 분대장들한테 내가 불렀다고 전달해놔라 열외고 챙이고 그딴거 없다 나보다 짬낮은 새끼들 전부 점호전에 여기로 다 집합하라고해 애들 불러다놓고 한따까리해야겠다 ㅋㅋㅋㅋㅋㅋ 말년에 개빡치게 하네 ㅋㅋㅋㅋㅋㅋㅋ

    짬장 : 아 편하니까 이러잖아 애들 막 존나 굴려놔야 이런거 쓸 생각도 안한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중대 터질뻔 했자나 ㅋㅋㅋㅋ

    일경 : ㅎㅎㅎㅎ 평소처럼 순찰 돌다가 우연히 발견했는데 말입니다. 찾자마자 바로 여기로 들고 왔지 말입니다.

    짬장 : 어휴 우리 ㅇㅇㅇ 참 잘했어요~ 나중에 형이랑 같이 외박나가서 술이나 한잔하자 내가 사줄게~ 아이구 귀염둥이~

    일경 : ㅎㅎㅎ 아닌데 말입니다 제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인데 말입니다. 이거 적은 놈은 뭔진 몰라도 참 중대 말아먹으려고 작정한

    놈인거 같은데 말입니다. 얼른 찾아서 어찌 해야 할거 같은데 말입니다.

    왕고 : ㅇㅇ 그래 니 말이 옳다 야 빨리 이놈 함 찾아바바 찾아오면 내가 애들한테 잘 말해서 니 잘 챙겨줄게.

     

    난 뭔상황인진 모르겠고 일단 왕고한테 가서 인사드리고 관등성명대고 무슨무슨 일 때문에 왔다고 전함.

    아 그러니까 운객이 왔냐면서 화장품 건네주더니 그래 니처럼 생활을 깍듯이 잘해야지 ㅋㅋㅋㅋ 하더니 갑자기 얼굴 굳으면서

    얀마 니 혹시 최근에 소원수리함에 뭐 적은적 있냐? 이러는거임. 그런거 적은 적 없다니까 하긴 니가 적을리가 없지 ㅋㅋ 이럼.

    그러면서 아까 그 일경한테 무슨 종이를 주더니 나랑 같이 가서 제대로 없애버리라고 지시함. 가는 길에 이야기 다 하라고.

    여튼 가는데 그 일경이 나한테 몰래 해주는 말이 뭐였냐면

     

    소원수리에 보니 소원수리 종이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그걸 본부소대 고참들에게 보여줬다. 고참들이 기록부 보면서 필체 감정 했는데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왼손으로 쓴거 같다.

    고참들이 그거 가지고 오늘 분대장 모아서 한따까리하고 그 다음 밑에 애들도 갈굴 생각인거 같다.

    너는 그래도 본부에서 나름 믿는 대원이니까 혹시라도 생활하다가 이거 적은 놈 있으면 알아봐라.

    만약 니가 그놈 찾아서 데리고 오면 진짜 니는 앞으로 군생활 꽃피게 될거다.

     

    이러면서 보여줬는데 좀 오래됐긴 하지만 소원수리 내용이 대충 이랬음.

     

    <고참들이 후임들을 노예처럼 부려먹고 있고 매일 괴롭히며 그것을 즐기고 있습니다. 아직도 모든 일을 이경들이 도맡아하고

    버스(음어로 적었었음)에서는 고참들 외에는 물도 못마시고 정면주시만 하고 때로는 아무 이유없이 엉덩이를 의자에서 뗀채로

    가라며 시키기도 합니다. 단순히 군기가 빠졌다는 이유 하나입니다.

    더 이상 못먹는데도 불구하고 살쪄야 된다며 음식을 억지로 먹이기도 하고 지난번에 사역하던 대원 한명이 사역 도중

    다쳐서 병원에 갔다 온 적이 있는데 이게 사역하다가 다친게 아니라 사역 도중 제대로 안뛴다고 고참한테 맞아서 생긴 상처입니다.

    하지만 소대장님에게는 사역하다가 넘어져서 생긴 상처라고 둘러댔습니다.>

     

    하여간 이런 식으로 내용이 좀 길었음. 더 있는데 나머진 잘 기억이 안남.

    아...온갖때만 생각 다 하면서 그거 들고 그 일경이랑 같이 사람들 안오는 부대 구석으로 갔음.

    그러더니 나보고 라이터 주라길래 줬더니 그대로 소원수리 종이를 태워버림.

    촤악촤악촤악하고 찢더니 제대로 불태워버림. 그리고 바닥파더니 거기에다가 흔적을 묻음. 그러면서 나보고 죽을때까지 안고 가라고 함.

    이거 어디가서 입소문나면 니 군생활 꼬이는 줄 알라고.

     

    그리고 난 그때 그거 누가 적었는지 대충 감이 왔었음. 나한테 자주 힘들다고 토로하던 이경이었을거임.

    조금 문관이 기질이 있긴 했지만 열심히 하려고 하는 앤데 워낙 맞고 괴롭힘 당하다보니 무슨 정신병 초기 증상까지 보일만큼

    패닉에 빠져있던 녀석이었음. 나도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 애한테 잘해줬는데 결국 저 소원수리를 적은거임.

     

    여튼 진짜 나도 패닉에 빠졌음. 아니 어떻게 소원수리함에서 소원수리종이를 꺼낼 생각을 해가지고

    그걸 지휘관한테 안보여주고 소대 고참한테 보여준뒤 그걸 마녀사냥할 생각을 하지? 찌른 애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적었겠어?

    근데 그걸 자기들끼리 보고 적은 사람 찾을 생각하면서 불태워버린거임. 웃으면서 이새끼 누굴까ㅋ 이러면서!

    그거 보면서 새삼 깨달았음 아 의경 조직은 진짜 개병신 호로새끼들이 많구나....진짜 정떨어진 순간 중 하나였음.

    그리고 나중에 조금 더 짬먹어서야 안건데 지금까지 그렇게 꾸준히 소원수리함 내용들을 전부 없애버렸던거임.

    전부!!!!!! 나중에서야 그 일경하고 조금 더 친해지면서 알게된 사실임 지금까지 전부 자기가 찾아서 증거인멸함.

    그래서 우리 중대는 별거 안터지고 조용했던거고.

    원래 신병들이 적거나 하는 관리부도 전부 고참이 보는 앞에서 다 적고 고참이 허락을 한 후에

    소대장한테 보여주기 때문에 아무 효과도 없었음. 직접 말로 만나서 하면 모르겠지만 그걸 못하니까 소원수리가 있는거지...

    전의경 출신분들은 다 공감하겠지만 소원수리 그렇게 따로 적는거 말고 단체로 한번씩 적을때가 있는데 그때도 항상 미리 교양하잖음?

    불편한거 없다 생활이 너무 좋다 즐겁다 지금이 딱 좋다 아무 불만도 없다 고참님들이 좋다 어쩌고 저쩌고 그렇게 적으라고.

     

    그리고 얼마 후 나는 몇달 후 다른 곳으로 팔려갔고

    다시 한달 뒤 소식을 들어보니 그때 그 이경(그맘때는 일경)이 결국 애들을 찔렀다는거임.

    그것도 경찰청에 레알로 직속으로 바로. 뭐 그래봐야 그때 예전에 이경 괴롭혔던 애들은 거의 전역했고

    그 밑에서 같이 해먹던 놈들만 수경되서 몇놈 남은 상태여서 좋게좋게 중대 내에서 어찌 끝낸거 같음.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참 공범이었던거 같고. 그때 그 이경한테 참 미안함.

    그땐 나도 살아남기 너무 힘든 시대다보니 걔까지 제대로 챙겨줄 여력이 없었음.

     

    하여간 내가 전의경 생활하는 동안 소원수리로 누구 찔려서 난리나는건 거의 못봄.

    말년에 강원도 전경대 집단탈영 포함하여 한번 사고 크게 터져서 그맘때는 진짜 개난리났지만....

     

     

    아 끝을 어떻게 맺지 아 하여간 김군아 미안하다 다음에 만나서 술한잔하자! 

    청운객의 꼬릿말입니다
    대충 나중에서야 안건데 그사람 군생활하면서 불태운 소원수리가 한 열장정도 되는듯.
    필체 감정해서 잡은게 한 다섯명 정도. 그사람들 군생활 참 힘겹게 하다가 대부분 다른 곳으로 팔려감.
    올바른 사람이 욕먹고 글러먹은 사람이 칭찬받는 요상한 세계가 군대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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