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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편하게 엔터를 좀 쳤습니다.
영국의 음식 문화가 시궁창인 데는
빅토리아 시대 영국인의 변태적인 교육방식에서도 큰 원인이 있다.
금욕주의적이었던 당시 교육 풍토에서는,
사리를 판별할 수 없는 아이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는 것은 죄악이라는 사고방식이 팽배했다.
일례로 감리교의 창시자인 존 웨슬리는 아이들이 자신들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지하며 미약한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게 위해서
즐거움을 안겨주는 음식을 못 먹게 해서
식탁에서의 기대를 아예 꺾어놓는 방법이 특히 바람직하다고 여겼다.
이런 그의 경향은 그의 어머니에게서 기인하는데,
(그리고 그 어머니는 당대 문화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의 어머니 수잔나가 그에게 참고하라고 보낸,
그 자신의 양육 방침에 대해 상세히 기록한 편지글을 보면,
아이 스스로 골라 먹는 것은 불가능하고 어른들이 골라 준 것으로,
그것도 반드시 어른들 앞에서 하루 세끼만 먹어야 하고,
언제나 유동식만, 오로지 한가지 음식만으로만 배를 채우는 것이 허용되었으며,
그외 간식이나 기타 추가적인 음식을 입에 대는 것은
그런 일을 시도했을 시 그에 동조한 식모까지 덩달아 매를 맞을 만큼 철저히 금지되어 있었다.
편지글의 문단 마지막에는 이런 식으로 애들을 기르면
애들이 무엇이라도 다 먹게 되고 맛없는 약도 잘먹게 될 것이라고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 편지글에서 아이가 무지하고 악한 존재라서
그 고집을 아주 어린 시절부터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어른이 강력한 처벌로 꺾어놓아 회초리를 두려워하게 만들고
우는 소리조차 내지 못하게 만들어 집 안이 아이가 사는 것 같지도 않게
아주 조촐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관이 나타난다.
그 당시,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도 영국의 성인들이 티 타임을 빙자해
하루에도 몇번씩 간식을 먹어대는데 집착하는 문화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사실상 아이들의 영양불균형을 방조하는 아동학대와 다를게 없는 교육방식이다.
또한 웨슬리는 존 로크의 인식론에 기인해
(새로 태어난 아이의 지성은 마치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백지와 다름없다.
비모순의 법칙을 포함한 모든 지식은 경험을 통해 습득된다.
그러므로 모든 지식은 선험적이 아니라 후천적이다.)
어린 시절에 매우 강도 높은 교육을 실시해야
성인이 되었을 때 이상적인 인간이 될 것이라 여겼다.
당시 영국 상황은 가히 무정부적인 상황으로,
하루에도 수없이 교수형이 집행되고 법 체제가 무색할 정도로
강력 범죄와 폭동, 소요 사태가 빈번히 벌어지는 것이 일상이었다.
자연히 종교적 도덕관은 이러한 상황에 반비례해
더욱 보수화되고 금욕적이며 엄격해지는 것이 필연적이었다.
이렇게 금욕적인 방침으로 키워지고 로크의 사상을 수용한 웨슬리가
감리교를 창시하고 위인이 되면서, 그 어머니가 행했던 금욕적인 양육 방침이
이상적인 본보기로 내세워지고 정당화됨에 따라,
그 이전에도 종교적 기준 하에 금욕적인 가치를 강요하던 사회에
쐐기를 박듯 자리매김하게 되어버렸고 거기에 한술 더 떠
소위 소박하다고 칭해지는 시궁창 음식이 아닌 다른 맛있는 식재료들은
정신에 나쁘고 더 나아가 건강에도 좋지 않다는 마조히스트적인 미신까지 퍼졌던 것이다.
파이 헨리 채버스(Pye Henry Chavasse)가 1839년에 펴낸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들을 위한 조언(Advice to mothers on the management of their offspring)>을 보면
일단 애들이 젖을 떼면 반드시 1년 이상 묵은 감자를
뭉그러져서 형태가 없어질 때까지 삶아서 소금 간 없이 먹여야 한다고 쓰여 있다.
그리고 이빨이 나면 아침식사로는 일주일 이상 묵혀 말라빠진 식빵을
데운 우유에 넣어서 먹이라고 한다.
설탕과 야채는 아이에게 독이므로 절대로 주어서는 안 되며,
양파와 마늘은 성인에게도 독이므로 가급적 평생 먹지 말 것을 추천하고 있다.
10살이 넘으면 이제 고기를 먹여도 되지만 8년 이상 사육된 양의 고기를 먹여야 한다.
(양이 이렇게 늙으면 노린내가 상당하다!)
돼지고기나 쇠고기는 먹게 되면 성질이 더러워지므로 여전히 금지다.
그렇지만 역시 고기보다는 역시 일주일 이상 묵은 딱딱한 빵을 가루로 빻아
하루 이상 묵은 우유와 그 두 배 분량의 물을 타고 3시간 동안 뭉근히 삶은 것을
세끼 먹는 것이 가장 좋다고 되어 있다. 맛이 없어서 안 먹으면 어떻게 하느냐고?
그런 상황에 미리 대비해서 책에서는
다른 음식은 주지 않고 그것만 준다면 분명히 먹을 것이다
(...)라는 충공깽스러운 강경 대처법을 적어 놓고 있다.
게다가 이는 당대의 베스트셀러였다는 것.
이러한 것들만 먹고 큰 영국인들이 무슨 맛을 알겠으며,
또 자신의 아이들에게는 무엇을 먹이겠는가.
게다가 성장기에 필요한 필수 단백질 및 미량원소의 섭취가 불가능하므로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산업혁명기 아동 노동과 더불어
영국 청년들의 신체에 좋지 못한 영향을 끼쳤다.
카를 마르크스는 이 시기 영국군에 입대한 청년들이
전 시대보다 체격 조건이나 질병저항력이 좋지 못함을 기술한 바 있다.
동시기 작가였던 찰스 디킨스의《올리버 트위스트》는
학대에 가까웠던 영국 아동들의 양육 실태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오죽하면 디킨스가 살던 때부터 마르크스가 살던 시대까지는
영국 노동자들의 삶이 가장 막장이었던 시절로
당시 영국 노동자들의 평균 수명은 28세였다.
같은 시기 중국인들의 수명보다 짧았다.
이미 아이들에 대한 혹사와 더불어 저런 학대에 가까운 영양섭취는
다른 유럽인들은 물론이고 당시 동인도 회사에 있던 영국인들까지 우려했을 정도였다.
마르크스 사상이 예견하는 자본주의의 미래와
웰즈의 <타임머신>이 묘사한 미래 영국,
아예 몰록과 엘로이로 분화한 두 계급의 미래는
저런 현실에서 나왔다고 보면 그렇게 틀리지 않으리라.
2차대전때도 독일 청년들의 평균 건강,신체능력이
영국 청년들보다 훨씬 나았다고 한다.
독일은 독재를 위해 한 짓이긴 하지만
그나마 학교에서 아동/청소년들의 밥과 운동을 체계적으로 관리했고,
영국은 노동환경은 나아졌을 망정 영양은 그닥 나아진게 없었던듯 하다.
딱 보면 알겠지만, 제정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