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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불의 기억
새끼줄로 동여맨 짚더미를 허름한 기왓장에 덮어 놓고 그 아래 몇 안되는 크기의 방에 앉아 호롱불에 의지하며 살아가면서도 항상 즐거웠던 아이였다.
매일 아침이면 자명종 소리 대신 닭들의 목청으로 눈을 뜨고 우리 엄니는 집을 나선다. 마을버스 첫차를 타고 항상 떠나신다.
집에 혼자남으면 모래알을 모아 성을 쌓다가 양귀비잎을 하나따다 돌맹이로 찧어 물감을 만들어 땅에 그리며 시간을 보냈다.
요 아랫마을 건너편 장수네 아저씨 딸 덕순이가 나의 유일한 친구다.
덕순이가 우리집에 놀러오는 시간은 항상 해가 저물어갈때 즈음 산등성이에 고개만 겨우 걸치고 있을때 마을 언덕위로 빼꼼히 올라오는 덕순이의 얼굴이 보인다.
그 아이는 항상 분홍색 멜빵바지와 사탕모양 머리끈을 하고 있었는데 그 옷은 변하지 않았다.
덕순이가 올때면 내겐 없었던 자동차장난감, 인형 등을 가지고 온다.
어떤날엔 계란을 가지고 올라와 계란에 낙서를 하며 놀기도 했다.
그렇기에 나는 덕순이가 좋았다.
덕순이가 가고 나면 난 집에 들어가 엄니가 오실때까지 기다리며 마루에서 별을 센다.
장수아저씨집에서 우리집까지 별을 다 세어 갈때 쯤 엄니가 타고있는 마을버스 마지막차가 입구에 들어선다.
저 멀리서 검은 봉다리를 싸매고 걸어오신다. 항상 축 처진 어깨너머로 보이는 것은 아까 세던 별이었다.
마치 어머니가 별을 따다 오신 마냥 맨발로 뛰쳐나가 한쪽 손의 봉다리한 쪽을 같이 들고 걸어올라온다.
한쪽 봉다리속엔 된장과 두부, 한쪽 봉다리엔 정체모를 실뭉치들이 들어있었다.
내가 아랫묵에서 장판을 종이삼아 별을 그리고 있다보면 엄니가 두부 세 조각 남짓 들어간 된장찌개와 보리밥을 가져다 주신다.
그리고 항상 밥그릇은 한개뿐이였다. 그나마도 난 반찬투정을 하며 엄니께 짜증을 부렸다.
덕순이네는 매일 흰 쌀밥에 계란을 먹는다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래도 배는 고팠는지 꾸역 꾸역 잘만 먹으면서도 닭똥같은 눈물을 멈출 길은 없었나보다.
그렇게 밥을 다 먹고 포근한 이불에 몸을 뉘자니 피곤에 취해 눈이 감겼다.
그렇게 잠을 자다가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내 몸 앞에 진 흔들리는 그림자는 호롱불이었다.
눈을 비비며 뒤를 돌아봤다.
울 엄니가 아까 가지고 왔던 실타래로 뭔가를 하고 계셨던 것이다. 엄니의 손길을 따라가보니 양말여러켤래가 이어져있었다.
나는 엄니가 뭘 하는 건지도 모르고 양말을 가지고 장난을 쳤다.
그때문에 실타래가 엉켜버렸는데 엄니는 내 곁에서 다시 내가 잠들때까지 자장가를 불려 주셨다.
그리고 엄니는 다시 실타래를 만지기 시작하셨다.
다음날 한층 더 커진 닭의 목청에 한숨 더 빨리일어난 나는 엄니가 보이지 않자,
엄니를 찾아 밖으로 나섰다.
오늘은 엄니가 유일하게 쉴수 있는 날이었기 때문에 엄니가 집밖으로 나갈 일이 없는데 나가신 것이다.
눈꼽이 잔뜩 낀 체로 장수네 아저씨집까지 거의 다다랐을 때에 밖에 있는 덕순이를 보고 달려갔다.
그러자 덕순이가 내게 하는 말이, 우리 엄니가 자기네 집에 있다는 것이다.
정말로 방문 넘어 들리는 소리는 우리 엄니의 말소리였다. 나는 안심하고 덕순이와 놀고있었다. 한참이 지나고 울엄니가 봉투하나를 들고 나오셨다.
방가운 마음에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내던지고 달려가 안겼다. 엄니는 놀란 표정으로 날 보시더니, 한손으로 나를 끌고 집으로 발검음을 옮기셨다.
난 엄니에게 뭘 한것이냐고 물었지만 엄니는 말없이 정체모를 봉투만 움켜쥘 뿐이었다.
집에 도착하자 엄니는 내게 집에 잠시 있으라 하신다.
그리곤 하루 세번 있는 마을버스의 두번째로 내려가는 버스를 타고는 어디론가 가셨다.
난 몰래 나와 엄니가 버스를 타는 것까지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집에 다시 들어간 뒤 한숨 자고난 후라 시간은 많이 흘렀다.
그런데 엄니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마당에 나가 건넛산을 보니 해가 아직 보인다. 쌔하얀 달도 얼굴을 들춘다.
그렇게 마당에서 놀다가 더이상 놀 수 없을만큼 어둑해진 뒤 엄니생각에 울음을 터뜨렸다.
나도모르게 움직여진 발걸음은 마을 아래 버스정거장으로 향했고 장수 아저씨집까지 다다랐다. 근처 모래밭귀퉁이에에 앉아서 울고 있는데, 장수 아저씨가 나와 나를 말없이 꼬옥 안아 토닥여주셨다. 영문도 모른체 안겨있던 나는 어느새 울음도 그쳐있었다. 그때 멀리서 우리 마을 마지막 버스의 불빛이 보인다. 그 버스에서 울엄니가 뭔가를 잔뜩 들고 내린다. 난 곧바로 엄니한태 달려가 안겼다. 그쳤던 울음도 다시 나기 시작했다. 엄니는 나를 조용히 다독이시고는 한손으론 나를 들고 또 한손으론 가지고 온 짐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해서 엄니가 가지고 오신 짐 속엔 온갖 먹을거리와 옷, 신발, 이불 들이 잔뜩 들어있었다. 나는 너무 기분이 좋아 하늘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방방 뛰어다녔다. 엄니는 조용히 짐 속에 음식을 꺼내 늦은 저녁을 해 주셨다. 그 어느때보다도 밝은 얼굴로 말이다. 그리고 울 엄니는 내게 조용히 말했다. "사랑하는 덕수야, 세상에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견뎌내야 한다." 고 말이다.
우리어머니는 두가지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덕순엄마, 덕수엄마 그리고 내 친구 덕순이는 나와 많이 닮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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