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무도게에서 토해낸(?) 베오베 죽 둘러보고 왔는데, 지난주 방송분은 역시 소재가 소재였던지라 이런저런 얘기가 많네요.

몇몇 댓글들 보자니 뭔가 좀 아쉬워서 음...

제목이 좀 낚시성이긴 한데 그냥, 일개 학사 나부랭이긴 하지만 그래도 문학 전공자로서 하고 싶은 말이었어요.

독해만 하기도 힘든 글 읽어가면서 글귀와 키워드 포착하고 거기에 의미 부여하고 크리틱 하는 게 전공이다 보니까, 

솔직히 별로 안 와닿는 글에다가도 기를 쓰고 의미부여하는데 하물며 좋아하는 예능프로에는 의미부여 하지 말란 법 있나, 약간 울컥? 하는 맘이 좀 생겨서요;

사실 비평이란 건 전문 비평가만 하는 게 아니거든요. 텍스트는 하나지만 그걸 수용하는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기 다를 수밖에 없는 거고, 자신의 관점에서 받아들인 텍스트에 대해 썰을 푸는 건데, 다종다양한 시각이 나올 수밖에 없죠. 저도 공부하면서 크리틱 읽을 때 ‘와, 이게 이렇게까지 해석이 되나?‘ 싶었던 것도 종종 있었구요.

작가 자신의 손을 떠나 세상에 나온 텍스트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이 그 텍스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타인의 의견을 묻는 거. 그러면서 그 텍스트의 떡밥(?)에 대해 의견을 모아가는 거. 이런 게 담론이라고 생각해요. 이건 민주주의 사회에선 바람직한 거지, 눈살 찌푸리고 부정적으로 바라볼 이유가 없는 것 같은데, 언제부턴가 무도에 대해 이런저런 해석을 내놓을 때마다 ‘웃자고 보는 예능 따위에 의미부여 좀 하지마라 답없는 무도충들 ㅉㅉ‘ 하는 반응들이 보이니까 좀 씁쓸하네요.

시대가 바뀐 만큼, 비평과 담론의 객체는 더이상 글에만 머물진 않아요. 영화도 어엿한 비평의 대상이 되는 세상에서, 예능이 담론의 다음 세대가 되지 말란 법도 없는 거고... 물론 이전까진 예능에 의미를 부여할 만한 떡밥(?)이 드물었으니 어쩌면 이것도 패러다임의 변화 과정에서 겪어야 할 진통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다 써놓고 보니까 야밤에 왠 진지를 12첩반상 잔뜩 먹은 글이라 오글오글하긴 한데 사실은 전부터 꼭 하고 싶었던 말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