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당에 갔습니다.
여종업원이 다가옵니다.
여종업원: 스프와 샐러드 중 어떤 것을 드시겠어요?
진지한손님: 맛있는 것을 먹겠습니다.
여종업원: ......?
요즘 '어느'나 '무슨'을 사용하여야 할 부분에서 '어떤'을 써 버리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봅니다. 아니, 거의 대부분의 경우에 그렇더군요. 단순히 실수가 아니라, 당연히 그리 써야 한다고들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어떤'이 '어느'와 '무슨'을 대신하는 대표자 격인 듯... 그러하다 보니 저 자신도 헷갈리게 되어 사전을 찾아 보았습니다. '어떤'은 '어떠한'의 준말이니 '어떠하다'로 찾았습니다.
어느[관형사] 분명하지 않은 사물이나 사람·때·곳 따위를 막연히 가리키는 말.
어떠―하다[형용사][여 불규칙 활용] (사물의 성질이나 상태가) 어찌되어 있다.
¶그곳 날씨는 어떠합니까? (준말)어떻다.
무슨[관형사] 1.(사물의 내용이나 속성에 대한) 의문을 나타내는 말.
¶무슨 일로 왔나?
2.사물을 꼭 집어낼 수 없을 때 들떼놓고 하는 말.
¶무슨 수를 쓰긴 써야겠다.
3.[‘어떻게 된’·‘왜’의 뜻으로] 못마땅하거나 반대의 뜻을 강조하는 말.
¶무슨 사람이 그 모양이지./대낮에 술은 무슨 술이야.
그렇습니다. '어떤'이 들어간 질문은 대답에서 대상에 대한 묘사나 기술을 요구합니다. 즉, '너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는 올바른 문법의 예이지만, '저 중에 어떤 사람이 당신의 돈을 훔쳤습니까?'는 잘못된 문법의 예입니다. 듣고 싶은 답에 따라 '어느'와 '어떤'(어떠한)은 잘 구분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설문자: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떤 당이 승리하게 될까요?
답변자: 차떼기를 많이 하고 그릇된 역사의식을 갖고 있는 당이 승리할 것 같습니다.
설문자: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느 당이 승리하게 될까요?
답변자: 헌나라당이 승리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오늘의 유머에 올라왔던 글 중, '어떤'의 잘못된 사용례입니다.
- 당신은 이 그림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드세요?
☜ '무슨'을 쓰는 것이 낫습니다.
- 어떤 게임게시판 운영자의센스.
☜ '어느'를 써야 합니다.
- [비누] 어떤 형제 이야기 1,2편
☜ '어느'를 써야 합니다.
- 운영자님, 이 여자랑 어떤 관계에요?
☜ 아주 틀린 것은 아니나 '무슨'이 더 적절합니다.
- 어떤 또라이새끼의 소송
☜ '어느'를 써야 합니다.
... 그냥 어려서부터 사용하던 언어라고 편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의사소통의 혼선을 막고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지켜 갈 수 있도록 사용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고 다짐해 보는 나막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