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style="text-align: center"><embed src="http://player.bgmstore.net/NRQ9p" allowaccess="always" allowfullscreen="true" width="422" height="180"></embed><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먼 후일</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김소월</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먼 후일 당신이 찾으시면</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먼후일 그때에 잊었노라</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꽃</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김춘수</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그는 다만</div> <div style="text-align: center">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그는 나에게로 와서</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꽃이 되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그에게로 가서 나도</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그의 꽃이 되고 싶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우리들은 모두</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무엇이 되고 싶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천장호에서</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나희덕</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얼어붙은 호수는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제 단단함의 서술만이 빛나고 있을 뿐</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아무것도 아무것도 품지 않는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헛되이 던진 돌멩이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새떼 대신 메아리만 쩡 쩡 날아오른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네 이름을 부르는 일이 그러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이런 시</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이상</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내 한평생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내 차례에 못올 사랑인줄은 알면서도</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라</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계단</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곽재구</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강변에서 내가 사는 작은 오막살이집까지</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이르는 숲길 사이에 어느 하루</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마음 먹고 나무계단 하나</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만들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밟으면 삐걱이는</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나무 울음소리가 산뻐꾸기 울음</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소리보다 듣기 좋았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언젠가는 당신이 이 계단을 밟고</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내 오막살이집을 찾을 때</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있겠지요</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설렁 그때 내게</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나를 열렬히 사랑했던</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신이 찾아와</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자, 이게 네가 그 동안 목마르게 찾았던 그 물건이야</div> <div style="text-align: center">하며 막 봇짐을 푸는 순간이라 해도</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난 당신이 내 나무계단을 밟는 소리</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습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그리고는 신과는 상관 없이</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강변 숲길을 따라 달려가기 시작할 것입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정호승</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내 그대를 사랑함에 있어서 한 점 부끄럼 없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단지 후회를 하나 하자면</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그 날,</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그대를 내 손에서 놓아버린 것 뿐</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어느새 화창하던 그 날이 지나고</div> <div style="text-align: center">하늘에선 차디찬 눈이 내려오더라도</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그 눈마저 소복 소복 따뜻해 보이는 것은</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그대를 향한 내 사랑일까</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즐거운 편지</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황동규</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div> <div style="text-align: center">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 일 것이나</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버린 데 있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내 사랑도 어디 즘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div> <div style="text-align: center">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br /></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div><br /></div> <div><br /></div> <div>푸른밤</div> <div>                                 나희덕</div> <div><br /></div> <div> </div> <div>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div> <div>그 무수한 길도</div> <div>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div> <div>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div> <div>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div> <div>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div> <div>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div> <div>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div> <div>사랑에서 치욕으로,</div> <div>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div> <div>하루에도 몇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div> <div>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div> <div>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div> <div>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div> <div>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div> <div>나의 생애는</div> <div>모든 지름길을 돌아서</div> <div>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div> <div><br /></div></div> <div style="text-align: center">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선운사에서</div> <div>                   최영미</div> <div><br /></div> <div>꽃이</div> <div>피는 건 힘들어도</div> <div>지는 건 잠깐이더군</div> <div><br /></div> <div>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div> <div>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div> <div>아주 잠깐이더군</div> <div><br /></div> <div>그대가 처음</div> <div>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div> <div>잊는 것 또한 그렇게</div> <div>순간이면 좋겠네</div> <div><br /></div> <div>멀리서 웃는 그대여</div> <div>산 넘어 가는 그대여</div> <div><br /></div> <div>꽃이</div> <div>지는 건 쉬워도</div> <div>잊는 건 한참이더군</div> <div>영영 한참이더군</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 <div><br /></div> <div>눈사람 여관</div> <div><br /></div> <div>                           이병률</div> <div><br /></div> <div>아픈데는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div> <div>없다, 라고 말하는 순간</div> <div>말과 말 사이의 삶들이 아프기 시작했다.</div> <div>물소리가 사무치게 끼어들었다</div></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 <div><br /></div> <div><br /></div> <div>가난한 사랑노래</div> <div>                         신경림</div> <div><br /></div> <div>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div> <div><br /></div> <div><br /></div> <div>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div> <div>너와 헤어져 돌아오는</div> <div>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div> <div><br /></div> <div>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두 점을 치는 소리</span></div> <div>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div> <div>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div> <div><br /></div> <div>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div> <div>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div> <div>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div> <div>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div> <div><br /></div> <div>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div> <div>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div> <div>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div> <div>돌아서는 내 등뒤에 터지던 네 울음.</div> <div><br /></div> <div>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div> <div><br /></div> <div>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div> <div><br /></div> <div>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div></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