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마셨다. <div><br></div> <div>정확하게 말하자면 너와 함께 술을 마셨다.</div> <div><br></div> <div>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술을 마신 건 거의 네 쪽이었지만, 함께 술을 마신다는 이유로 늦은 밤에 집에서 나왔다.</div> <div><br></div> <div>간만에 너를 보게 된 설렘과 몰래 집에서 빠져나가는 긴장이 묘하게 어우러져 발걸음을 재촉했다.</div> <div><br></div> <div>꽤 늦은 시각이라 이미 운행 중인 버스는 없었다.</div> <div><br></div> <div>급한 대로 택시를 잡아타고 강창 역으로 향했다.</div> <div><br></div> <div>너는 고민과 후회가 섞인 문자를 보내왔다.</div> <div><br></div> <div>미안하다며, 성급하게 굴었다고 돌아가라는 말을 전했다.</div> <div><br></div> <div>이미 나왔다는 문자를 보내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박았다.</div> <div><br></div> <div>차창 너머로 지나가는 불빛이 불안하게 떨렸다.</div> <div><br></div> <div>너는 이미 역에 도착해 있었다.</div> <div><br></div> <div>베이지 계열의 코트를 입은 너는 화사해보였지만, 울적한 분위기 탓인지 무거운 표정으로 내게 걸어왔다.</div> <div><br></div> <div>안녕. 오랜만이야. 그러게. 와줘서 고마워 - 따위의 인사말을 건네며 집을 향해 걸었다.</div> <div><br></div> <div>힐끗 쳐다보니 너는 미안한 기색이 가득한 표정으로 묵묵히 걷고 있었다.</div> <div><br></div> <div>나는 그 어깨를 잡아 물었다.</div> <div><br></div> <div>"뭘 미안해 해, 정말 필요할 때 이렇게 부를 수 있는 게 진짜 친구가 아니겠나."</div> <div><br></div> <div>너는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div> <div><br></div> <div>그래. 작은 대답이 흘러나왔다.</div> <div><br></div> <div>나는 입을 앙다물고 네 어깨에 손을 얹었다.</div> <div><br></div> <div>늘 그랬던것처럼. 네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었다. 늘 그랬던 것처럼.</div> <div><br></div> <div>무슨 대화가 오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div> <div><br></div> <div>다만 술에 취한 네가 떨군 눈물과, 그 날 머리가 아팠다는 것 밖에는.</div> <div><br></div> <div>베개를 축축하게 적실 즈음에야 너는 잠에 빠져들었다.</div> <div><br></div> <div>어떻게든 되겠지. 곤히 잠든 네 옆에 누워 잠을 청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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