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하루가 찾아들었다. <div><br></div> <div>네가 없는 하루를 보냈다.</div> <div><br></div> <div>너와 헤어지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다.</div> <div><br></div> <div>너와 사귀기 시작했을 때 부터, 우리가 헤어지게 된다면 나는 결코 후련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div> <div><br></div> <div>후련하지 않았다. 아니, 후련하지 못했다.</div> <div><br></div> <div>다른 의미로 바쁘게 흐르는 하루를 보내고 다시 아침이 되었다. 이별을 실감할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다만 눈을 뜨자마자 어제의 기억이 떠올라서 뇌가 타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 </div> <div><br></div> <div>마치 잘못 된 기억을 수정하는 것 마냥 머리가 뜨거워서 눈을 질끈 감았다.</div> <div><br></div> <div>나는 그 길로 네 집을 찾았다. 농구공을 가지러 간다는 핑계로, 전해줄 게 있다는 구실로.</div> <div><br></div> <div>네 집에 도착할 즈음, 네게서 문자가 왔다. 농구공이 없으니 다시 돌아가라, 헛걸음하게 만든 건 미안하다는 문자였다.</div> <div><br></div> <div>나는 뒤를 향하지 않았다.</div> <div><br></div> <div>과거의 기억이 겹쳐졌다. 네 집앞에서 설득을 시작했다. 네 마음은 굳게 닫혀 있었고, 나는 가망없는 설득을 시작했다.</div> <div><br></div> <div>벽에 대고 혼자 말하는 것 같은 공허함이 몰려왔다. 그래도 하지 않을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내가 후회하지 않을 방법은 이것뿐이었다.</div> <div><br></div> <div>네가 내칠수록 갈등이 피어났다.</div> <div><br></div> <div>네가 돌아가 달라는 말을 할수록 포기에 대한 집착이 생겨났다.</div> <div><br></div> <div>이대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등을 떠밀었고, 그와 동시에 이번이 정마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다리를 옭아맸다.</div> <div><br></div> <div>나는 협상을 시작했다. 물러 설 계단은 없었다.</div> <div><br></div> <div>한참 후 문이 열렸다. 네가 나왔다.</div> <div><br></div> <div>네 시선이 잠깐 나를 향하다가 이내 아래를 향했다.</div> <div><br></div> <div>쓰레기 봉투를 들고 묵묵히 밖을 향하는 너를 붙잡을 수 없었다.</div> <div><br></div> <div>네가 다시 올라왔을 때, 나는 네 팔을 붙잡았다.</div> <div><br></div> <div>나를 향해 돌아보는 네 눈빛에 서린 것은 당혹감도, 분노도 아니었다.</div> <div><br></div> <div>감정 없는 두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div> <div><br></div> <div>나는 입술을 앙다물었다.</div> <div><br></div> <div>하지만 포기할 수도 없었다. 나는 발을 내딛었다.</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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