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div> <div>시끌벅적하고 무척이나 작은 규모의 호프집 안은 사람들로 인해 인산인해였다.</div> <div> </div> <div>식당금연법이 시행된지 시간이 좀 지났지만 사장님은 늘 '괜찮아 우리가게는 40평 안넘어서 괜찮아~내년부턴 이마저도 못핀다니까 부지런히 펴둬 허허'</div> <div> </div> <div>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것을 알정도로 단골인 집이다.</div> <div> </div> <div>"여~태영아 여기야~"</div> <div> </div> <div>두리번 거릴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몇석 되지 않는 작은 가게였기에 이미 옹기종기 작은 테이블에 모여있는 덩치들을 발견할수 있었다.</div> <div> </div> <div>그리고 늘 그렇듯 내가 옴으로서 술자리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소주가 몇배순 돌았을 때였을까?</div> <div> </div> <div>의례 그렇듯 남자들이 모인 술자리에서 군대이야기가 빠질리가 없다. 전역하고 나서 예비군 6년차 훈련을 마쳤다는 무용담들과 이제 민방위로 가야</div> <div> </div> <div>한다면서 아저씨가 다되었다는 얘기부터 지가 월남스키부대(?)출신 아버지때문에 해병대를 다녀왔다는 문영이 녀석, 군병원에서 특수 임무를 위하여</div> <div> </div> <div>몰래 첩보작전을 펼쳤다는 준영이...등등 각양각색의 군대 이야기가 흘러 나왔지만 이미 10년지기인 녀석들의 군생활 이야기는 지겹게 들어서 서로들 </div> <div> </div> <div>알고 있는 상태였기에 언제나와 같은 격한 리액션으로 이야기꽃을 피웠다.</div> <div> </div> <div>"아 맞다맞다!! 이래보니 태영이 니 이야기는 평소에 들어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div> <div> </div> <div>"응??그라고 보니께 그라네??니는 뭐 군바리때 이야기할때 묵언수행 하는것 마냥 입 푹 닫고 있고 ...재수없게 맞장구만 치고 있지 않냐??"</div> <div> </div> <div>왜 이말이 안나오나 이상하다고 여길때쯤 이었다.</div> <div> </div> <div>"됐다~이미 시간도 오래 지났고 다들 고생한거 안다 나라지키느라고~그런데 내이야기가 무슨상관이겠냐~"</div> <div> </div> <div>군대이야기에 격해져서 몇순배돌던 술은 이미 몇순배인지 까먹을 정도였다. 10여병의 소주병이 나뒹구는 테이블 위에 팔을 올려놓고 담배를 피던 </div> <div> </div> <div>진영이가 오늘따라 집요했다.</div> <div> </div> <div>"마 그라지 말고 말해봐라 어디! 니 부대가 어디있는지만 들었지 이야기 하는걸 들어본적이 한번도 없다 안카나!"</div> <div> </div> <div>술이 오르면 유독 도드라지는 녀석의 사투리를 보니 이미 제정신이라고 생각하기엔 힘들었다. 어차피 저정도면 지금 이야기 하는 일에 대하여 짤막한</div> <div> </div> <div>기억으로만 남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div> <div> </div> <div>"휴....뭐 그렇게 듣고 싶냐??"</div> <div> </div> <div>"응 응!! 엄청 듣고 싶다!!"</div> <div> </div> <div>"내도 내도내도!!!!"</div> <div> </div> <div>입에문 담배에서 재가 떨어지는것도 모르고 손을 들며 흥분하는 녀석들을 보며 조용히 기억을 더듬었다.</div> <div> </div> <div>기억을 더듬을 수록 정신은 차분해졌고 이내....녀석들의 시선이 내 입으로 옮겨졌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200x년..여름 군에 입대한 나는 땡볕아래서의 훈련이 무척 고된 작은체구와 심약한 신체를 지닌 이등병이었다.</div> <div> </div> <div>가뜩이나 힘든 훈련속에서 행해지는 폭언 욕설 구타는 내군생활의 미래를 더 샛노랗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div> <div> </div> <div>내가 있던 부대는 각각의 부대가 독립부대처럼 갈라져 있는 부대였다. 반경 20킬로 미터내의 넓은 영내에 사령부를 기점으로 하여 각각 5킬로미터 쯤의</div> <div> </div> <div>간격으로 화학,통신,헌병,본부 대대가 퍼져 있었다.</div> <div> </div> <div>내가 있던곳은 통신 부대였다. 보직은 주로 영내를 돌며 통신선을 정비한다거나 타대대의 통신 수단을 정비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했다.</div> <div> </div> <div>아무래도 통합부대가 아닌 독립부대처럼 산발해 있는 대대들이기에 각각 지통실(지휘통제실)에서 통신을 가장 우선적으로 점검하고 확인 하는 일들이</div> <div> </div> <div>늘 일상이 되어있는 부대였다.</div> <div> </div> <div>그랬기에 내임무가 더 막중한 것은 당연하였고, 그만큼 막중한 임무와 딱 들어맞게도 내무생활은 너무나도 힘이 들었다.</div> <div> </div> <div>하지만 독립부대의 여건상 인원수가 많이 모자라 일손이 많이 부족할때가 많았고, 원래 정석대로는 안되는 일이지만 이등병인 나혼자 파견근무를 나가</div> <div> </div> <div>타대대에 통신장비를 점검하러 가는 일이 잦아졌다. 그건 내 숨통을 트이게 하는 크나큰 행운이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그렇게 시간이 흘려 일병이 되었을때, 나는 어김없이 하루 일과를 위해 파견차량에 몸을 실었다.</div> <div> </div> <div>그날 파견간곳은 화학대대였다. 우리 대대에서 가장 먼곳에 위치하여 있고 영내에서도 제일 끝머리쪽에 위치한 대대 였기에 평소에도 통신대대장의 </div> <div> </div> <div>명으로 통신상태 점검을 위해 자주 파견을 나가던 곳이었다.</div> <div> </div> <div>화학대대에 도착하자 마자 대대통신병 한명과 같이 지통실에 들러 유선상태를 점검하고 있었을때였다.</div> <div> </div> <div>"뭐???이런 개같은!!! 안돼!!! 죽어도 안돼!!!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div> <div> </div> <div>지통실에 올라와있떤 주임원사였다.</div> <div> </div> <div>갑자기 큰소리로 무언가를 절대 반대한다고 하는데 목소리가 몹시 격앙되어 있는게 느껴질 정도였다.</div> <div> </div> <div>거칠게 휴대폰을 책상위로 던져 버리는 주임원사는 평소에도 사람좋기로 사령부에 소문이 자자한 사람이었는데, 나만해도 파견나왔다고 고생한다고</div> <div> </div> <div>이것저것 군것질이며 씹을거리를 잔뜩 안겨줘서 무척 호감이 가는 사람이었다.</div> <div> </div> <div>그렇게 6개월만에 처음으로 주임원사의 흥분된 얼굴을 마주하게 되자 나도 모르게 무슨 일인건가 하는 의구심이 바로 뒤따르게 되었다.</div> <div> </div> <div>"저기 아저씨 무슨 일인데 주임원사님께서 저리 화가 나신거에요??"</div> <div> </div> <div>내물음에 화학대대통신병 아저씨는 조용히 '북문이요'라고 속삭였고, 나는 이내 왜 주임원사가 저렇게 흥분하게 되었는지 한번에 이해할수 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북문</div> <div>화학대대는 화생방관련 물자가 모두 쌓여있는 만큼 치장창고의 수가 무척이나 많다. 동원령에 지정되는 예비군들의 몫이나 주변 마을 주민들의 문물까</div> <div> </div> <div>지 넉넉하게 준비되어야 하기에 대대부지가 타대대에 비하여 조금 큰편이기도 하다.</div> <div> </div> <div>이러한 화학대대에는 총 3개의 문이 있는데 위병소가 있는 정문 BOQ가 있는 동문(후문) 그리고 왜인지 모르게 후문에서 사령부쪽으로 가는 큰길쪽에 </div> <div> </div> <div>보이지만 폐쇠되어 있는 북문, 이렇게 통 3개의 문이 있다.</div> <div> </div> <div>항상 파견을 나올때마다 부대와 인접해있는 대로변에 있는 북문을 사용치않고 자꾸 정문으로 들어가게 되자 의아했던 나는 날 태우고 다니던 수송부</div> <div> </div> <div>선임한테 물었고 그선임은 내게 저 북문은 위험한 문이다 그래서 폐쇠되었다 라고 말할 뿐이었다.</div> <div> </div> <div>그말을 듣고 나서 북문을 지나칠때면 왜인지 모를 아릿한 소름이 등줄기를 쿡쿡 찌르는 느낌이 들었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전화를 집어던진 주임원사는 그래도 분이 안풀리는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길길이 날뛰었다.</div> <div> </div> <div>신기했다. 지금까지 내가보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너무도 판이하게 다른 모습에 대체 북문이 어떻길래?라는 의구심이 뇌내를 마구 파고 들었다.</div> <div> </div> <div>소란스런 소리에 잠시 자리를 비웠던 당직부사관이 들어와 주임원사를 말렸고, 주임원사는 '놔!안놔?!이새끼가 어디 상급자 몸에 손을대!' 라는</div> <div> </div> <div>고리타분한 고함을 치며 점차 흥분을 가라앉혀 갔다.</div> <div> </div> <div>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번에 새로 부임한 사단장이 영내미비된 부실시설을 재시공하여 사용하자는 의견을 내었고 참모부에서 명령이 내려온게 북문을 </div> <div> </div> <div>개방하여 사령부와 통하는 거리를 더가깝게 하여 전략적으로 운용하자는 소리였다고 한다.</div> <div> </div> <div>그소리를 전해 듣자마자 당직부사관 마저 몸을 굳히는게 눈에 띌정도로 경직된게 보였다.</div> <div> </div> <div>그리고 화를 가라앉힌 주임원사가 지통실문을 박차고 나가면서 남긴 나즈막한 한마디가 내머릿속에 북문의 을씨년스러운 모습과 겹치며 다시금 소름이 </div> <div> </div> <div>밀려 오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div> <div> </div> <div>"거기열면....애들이 죽어!!"</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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