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대할 때에 이제 고3된다며 절망을 하던 니가 어느덧 군대를 가는구나

군대에서 뭐하면 좋은지 팁같은거라도 달라고 했지만, 나는 너에게 이렇다할 말을 해주지 않았지...

어차피 내가 지금 여기서 말해줘봐야 확실히 와닿지도 않을거고, 가서도 부대마다 다른게 있을거니, 그나마 밖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그냥 군대 생각, 군대 걱정 않고, 편히 쉬다 갔으면 하는 마음에 그랬는데

괜히 섭섭하게 느꼈다면 미안하다.

그래도 직접 느끼는게 제일이란다.



일단 화요일 입대라니, 내일 하루동안이면 다 구비할 수 있는 필수 준비물만이라도 알려주마.


동네 시장에가서

방수시계를 사라. 돌핀거 그런거 괜찮더라. 만원이면 산다.

깔창을 니 운동화 사이즈보다 한치수 크게 사가려무나. 전투화는 겁나 크다

넌 평소에 피부가 좋지 않았으니, 로션같은걸 좀 챙겨갔으면 한다. 이제 날도 덥고, 또 땀띠가 온몸에 들어 고생하지 않을런지 벌써부터 걱정이로구나.

그리고 약국에 가서 3m테이프 반창고 한뭉치만 사가렴. 여기저기 긁히고 찢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계속 구르다보니 상처가 채 아물기전에 벌어진다. 그런걸로라도 막는게 좋아. 붙지는 않겠지만, 반창고 붙이는 동안은 안아프니까

그리고 립클로스는 꼭 사가렴. 원체 먼지도 많고 더러운게 군대야. 여름이라 습하다고 생각할 진 모르겠지만,
그렇지도 않아. 자다가도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매마르고, 먼지가 많다. 선풍기를 튼다면 더욱 심하겠지

샤워용품은 많이 사가지 않아도 된단다. 비누 하나로 빨리 씻고 튀어나갈 생각을하렴. 씻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단다. 정 필요하면 다른애들거를 빌려서 쓰도록해.

그리고 넌 평소에 안경은 안쓰지만 눈이 안좋은 편이니, 안경을 하나 맞춰가자. 군대간다고 하면 안경점에서 조그만 수리기구도 주고, 귀 받침대도 줄거야. 케이스에 잘 챙겨서 가렴

그리고 손톱깎이는 필히 챙겨가라. 손톱깎이 세트를 주긴하는데, 우리는 일괄 수거해서 관리했단다. 훈련소가면 니 손으로 바느질도 하고 이것 저것 할 건데 실이나 뭐 자르는 칼은 안줘. 그렇다고 칼은 챙겨가도 뺏길거야. 훈련소에서 거의 두달을 있는데 그동안 손톱깎이 없으면 엄청 불편하다.

수첩하나에 볼펜, 유성매직 하나씩 들고가라. 가면 주기도 직접해야하는데 걔네들이 펜을 주는데 겁나 안나와.
니거를꺼내서 쓰렴. 그리고 군대 있는동안 일기 꼬박꼬박 써봐. 버릇들이면 좋은점이 많아.

그리고 군복은 최대한 니몸에 맞는걸로 하나 골라잡고, 나머지는 한치수 정도만 크게 잡으렴.

사이즈 기준이 밖이란 좀 달라서 헷갈릴거야 간단하게 설명해줄게

신형군복은 90 s 175 이런식으로 나올거야

90은 전체적인 사이즈인데, 밖에서의 90과 비슷하다. 조금 더 크지만.

그리구 s. 이건 m, x 이런식으로 있던가?? 나도 신형은 거의 못봐서 기억이 잘안나 미안.
여튼 가운데거는 군복의 폭이다. 너비? 설명하기가 애매한데... 이 수치가 작을 수록 몸에 딱 달라붙어. 알겠지?

175는 키다. 기장이라고 하지? 군복의 길이야 니 키에 +5해서 골라잡아.

물론 니가 원하는대로 안줄거야. 그러면 옆에 동기랑 극딜(초코파이를 넘긴다거나)을 해서라도 교환하렴. 니들은 처음 들어갔을 때 초도보급 사이즈가 얼마나 중요한지 모를거야. 그게 니 전역복이다 임마 ㅋㅋㅋ...





더 말해줄 게 많은것 같은데 지금 당장은 알바하느라 바쁘기도하고, 졸려서 정신이 몽롱하기도 하구나.

제대한지 1년 됐는데 벌써 기억도 가물가물하고...

여튼 내가 내일은 향방작계 뛰고 바로 또 야간 알바를 가야해서 얼굴도 못 볼것 같구나.

이놈의 군대는 전역해서도 나를 꾸준히 괴롭혀... 너도 곧 이렇게 될거야.





군대는 어차피 가야하고, 어차피 가야한다면 빨리 끊고 오는게 좋다. 방황하는 시간이 줄어들어.

한창일 때 군대가는게 참으로 안타깝지만... 나도 얼마 없었지만... 한국사회는 군필자가 유리하다.

뭐랄까... 군대에서 이등병때 하던것처럼 열심히 하면서 병장때의 노련함을 보이면 어디서든 이쁨받을 수 있어.

군대가서 얻어오는 것 중에 유일하게 좋다고 해야할지... 이 사회가 군대의 악폐습 문화만을 따온건지는 모르겠다만... 사회에서 악착같이 버티려면, 배워오는개 좋아.



요즘 또 언론에선 북한네들 들먹이며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별로 상태가 좋지만은 않아보인다.

그래도 괜찮아. 형은 군대있을 때 뽀글이가 죽었잖닠ㅋㅋㅋㅋㅋㅋㅋㅋ 그거보단 낫지 않겠니 ㅋㅋㅋㅋㅋㅋ



시발....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금 당장은 니 귀에 안들어올거야... 아니 지금 당장은 아무것도 듣고 샆지도,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거야. 눈앞이 깜깜한 기분에 모든것을 놔버리고 싶고, 미친놈처럼 소리지르고 날뛰어보고 싶고 그냥 막막하겠지.  하지만 엉아는 니가 그걸 빨리 이겨내고 왔으면 좋겠다.

몸 건강히. 전역할 때 후회하나 남지 않을만큼. 나중에 술한잔 하면서 니 선임 씹으면서 함 웃자.

다음에 볼 때까지 몸건강해라.

들어가면 니 자는것만 보고 엉아 훈련 나갈란다. 저녁때 또 볼 수 있으면 보자. 술은 먹지 말고.

씨발 죽으러 가는거 아냐 임마. 들어가서는 표정 피고.




4월 1일날 입대하시는 분들은. 기운 내시고 부디 술로 몸 안상하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제대하는 날까지 몸 건강 주의하시고요. 매우 개인적인 글인것 같아 죄송합니다.

직접 말해주기엔 좀... 쑥쓰럽네요.

볼지 안볼지는 모르겠지만... 입대 하루전이면 밀게 한번은 들어오겠지 이 오징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