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바탕글><B>방망이 깎던 로인</B><BR></P> <P class=바탕글>벌써 삼여 년 전이다. 내가 세간난 지 얼마 안 돼서 사직에 내려가 살 때다. <BR></P> <P class=바탕글>여름 야구 왔다 가는 길에 가을야구로 가기 위해 플로리다에서 일단 비행기를 내려야 했다.<BR></P> <P class=바탕글>팜비치 맞은쪽 길 가에 앉아서 방망이를 깎아 파는 로인이 있었다. <BR></P> <P class=바탕글>방망이를 한 벌 사가지고 가려고 깎아 달라고 부탁을 했다.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 것 같았다. <BR></P> <P class=바탕글>좀 싸게 해 줄 수 없느냐고 했더니, <BR></P> <P class=바탕글>"연봉 하나 가지고 값을 깎으려오? 비싸거든 다른 데 가 사우." <BR></P> <P class=바탕글>대단히 무뚝뚝한 로인이었다. 더 깎지도 못하고 꼴지나 하지 말아 달라고만 부탁했다. <BR></P> <P class=바탕글>그는 잠자코 열심히 팀을 이끌고 있었다. 2008년에는 금방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 같더니, <BR></P> <P class=바탕글>저물도록 이리 돌려 보고 저리 돌려 보고 굼뜨기 시작하더니, 이내 마냥 늑장이다. <BR></P> <P class=바탕글>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다 됐는데, 자꾸만 더 선수들의 능력을 키우고 있다. <BR></P> <P class=바탕글>인제 다 됐으니 그냥 작전 야구로 우승해 달라고 해도 못 들은 체한다. <BR></P> <P class=바탕글>시즌이 끝나가니 빨리 우승하라고 해도 통 못 들은 체 대꾸가 없다. <BR></P> <P class=바탕글>점점 2009 시즌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인제는 초조할 지경이다. <BR></P> <P class=바탕글>선수의 능력은 더 키우지 아니해도 좋으니 그만 작전야구로 우승하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끓을 만큼 끓어야 밥이 되지, 생쌀이 재촉한다고 밥이 되나?"<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하면서 오히려 야단이다. 나도 기가 막혀서, <BR></P> <P class=바탕글><BR> </P> <P class=바탕글>"프런트가 좋다는데 무얼 더 깎는단 말이오? 로인장, 외고집이시구려. 계약기간이 없다니까." <BR></P> <P class=바탕글><BR> </P> <P class=바탕글>로인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다른 감독 사우. 난 안 맡겠소." <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하는 퉁명스런 대답이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2009시즌은 어차피 늦은 것 같고 해서, <BR></P> <P class=바탕글>될 대로 되라고 체념(諦念)할 수밖에 없었다.<BR> </P> <P class=바탕글>"그럼 마음대로 깎아 보시오."<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고 늦어진다니까. 팀이란 제대로 만들어야지, 만들다가 놓으면 되나?"<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좀 누그러진 말투다.<BR> <BR></P> <P class=바탕글>이번에는 깎던 것을 숫제 무릎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노피어에 박수를 치고 있지 않은가? <BR></P> <P class=바탕글>나도 그만 지쳐 버려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얼마 후에, 로인은 또 선수들 기살리기를 시작한다. <BR></P> <P class=바탕글>저러다가는 작전야구와 고급야구는 다 깎여 없어질 것만 같았다. <BR></P> <P class=바탕글>또. 얼마 후에 팀을 들고 이리저리 돌려 보더니, 다 됐다고 내준다. 사실, 다 되기는 아까부터 다 돼 있던 팀이다. <BR></P> <P class=바탕글>2010 시즌을 놓치고 2011 시즌으로 가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BR></P> <P class=바탕글>그 따위로 감독을 해 가지고 우승이 될 턱이 없다. 프런트 본위(本位)가 아니고 자기 본위다. <BR></P> <P class=바탕글>불친절하고 무뚝뚝한 로인이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BR></P> <P class=바탕글>그러다가 뒤를 돌아다보니, 로인은 태연히 허리를 펴고 관중석의 지지 현수막을 바라보고 있었다. <BR></P> <P class=바탕글>그 때, 어딘지 모르게 명장다워 보이는, 그 바라보고 있는 옆 모습, <BR></P> <P class=바탕글>그리고 부드러운 눈매와 흑단 같은 피부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BR></P> <P class=바탕글>로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심도 조금은 덜해진 셈이다.<BR></P> <P class=바탕글><BR>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경기장에 와서 팀을 선보였더니, 팬들은 팀을 예쁘게 만들었다고 야단이다. 예전 팀컬러보다 참 좋다는 것이다. <BR></P> <P class=바탕글>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BR></P> <P class=바탕글>그런데 팬들의 설명을 들어 보면, 작전야구로 선수를 너무 휘두르면 막상 투수들의 능력이 줄고, <BR></P> <P class=바탕글>같은 기회라도 타자들이 타점 올리기 힘이 들며, <BR></P> <P class=바탕글>감독이 너무 엄격하면 선수들 표정에 주름이 펴지지 않고 팀이 침체되기가 쉽다는 것이고, <BR></P> <P class=바탕글>요렇게 꼭 롯데에 알맞은 스타일은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BR></P> <P class=바탕글>그리고 그 로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옛날부터 투수는, 힘이 떨어지면 휴식을 주고 칭찬으로 멘탈을 키우고 <BR></P> <P class=바탕글>뜨거운 팬심으로로 응원하면 다시 힘을 내서 좀처럼 못 던지지 않는다. <BR></P> <P class=바탕글>그러나 요사이 투수는, 한번 못하면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다. <BR></P> <P class=바탕글>예전에는 타자에 힘을 붙일 때, 좋은 코스의 공은 무조건 휘둘러 능력을 키운다. 이것을 "노피어"고 한다. <BR></P> <P class=바탕글>홈런타자만 해도 그렇다. 옛날에는 홈런타자를 사면 보통의 것은 얼마, 그보다 나은 것은 얼마의 값으로 구별했고, <BR></P> <P class=바탕글>7관왕한 선수는 7억 이상 비쌌다. 7관왕이란, 홈런, 타율, 출루율, 안타, 장타율, 타점, 득점을 말한다. 선수를 믿고 연봉주는 것이다. <BR></P> <P class=바탕글></P> <P class=바탕글><BR>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신용이다. 지금은 그런 말조차 없다. <BR></P> <P class=바탕글>구단주가 보지도 않는데 7관왕을 대우해줄 일도 없고, 또 지난 시즌만 믿고 7억이나 값을 더 줄 사장도 없다. <BR></P> <P class=바탕글>명감독은 연봉흥정은 흥정이요 프런트 삽질은 삽질이지만, 팀을 맡은 순간만은 오직 훌륭한 경기를 한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BR></P> <P class=바탕글>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그렇게 순수하게 심혈(心血)을 기울여 팀을 만들어 냈다. <BR></P> <P class=바탕글>이 방망이도 그런 심정에서 만들었을 것이다. <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나는 그 로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 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 따위로 무슨 감독을 해 먹는담."하던 말은 <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그런 감독이 나 같은 프런트, 해설가, 갈마충에게 멸시와 증오를 받는 세상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선수와 팀이 탄생할 수 있담."<BR></P> <P class=바탕글><BR><BR></P> <P class=바탕글>하는 말로 바뀌어 졌다.<BR></P> <P class=바탕글><BR> </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나는 그 로인을 찾아가 산낙지에 씨원라도 대접하며 진심으로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했다. <BR></P> <P class=바탕글>그래서 그 다음 일요일에 구장가는 길로 그 로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로인이 앉았던 덕아웃에 로인은 와 있지 아니했다. <BR></P> <P class=바탕글>나는 그 로인이 서있던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왔다.<BR></P> <P class=바탕글>맞은편 사직구장의 관중석을 바라다보았다. 푸른 창공에 닿을듯한 관중석 끝으로 갈매기가 날고 있었다. <BR></P> <P class=바탕글>아, 그 때 그 로인이 저 갈매기를 보고 있었구나. <BR></P> <P class=바탕글>열심히 방망이를 깎다가 유연히 관중석 너머 갈매기를 바라보던 로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BR></P> <P class=바탕글><BR> <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오늘, TV 중계방송을 틀었더니 김시진 감독이 연패를 당하고 있었다. 전에 연패를 불방망이로 쿵쿵 두들겨서 먹던 생각이 났다. <BR></P> <P class=바탕글>불방망이를 구경한 지도 참 오래다. 요사이는 홈런 치는 소리도 들을 수가 없다. <BR></P> <P class=바탕글>애수를 자아내던 그 소리도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BR></P> <P class=바탕글><BR></P> <P class=바탕글><BR></P> <P>문득 삼여 년 전, 롯데를 이끌던 한 로인의 모습이 떠오른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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