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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1503632
    작성자 : 버터풀야도란
    추천 : 0
    조회수 : 294
    IP : 121.149.***.144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7/03/10 14:30:34
    http://todayhumor.com/?freeboard_1503632 모바일
    2017년 3월 10일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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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밤만 되면 이유없이 가슴이 메어지며 눈물이 났다. 
    그런 이유없는 슬픔에 사무치는 밤들이 계속되니, 나 자신도 미칠 노릇이었다. 

    2013년 5월에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시작된 슬픔에
    2014년 4월, 찬 바다에 가라앉아 죽어간 어린 아이들을 대하는 슬픔에, 
    아주 먼 1980년 5월 광주의 슬픔이 더해졌고, 
    그 이후에 계속 덧대져 온 나 스스로의 크고 작은 봄날의 이별, 
    그 이별에 필연적으로 따라온 슬픔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와, 
    겨울이 지나면 봄이 와, 
    그건 변하지 않는 진실이야. 
    결국 우린 긴 겨울을 지나고 봄으로 갈거야. 

    늘 그런 말로 이겨왔던 인생의 겨울 끝에 맞이한 봄에 늘 이별이 머무르고 있었기에, 
    나는 봄만 되면 그리도 슬퍼졌던 것 같다.

    행복하다는, 괜찮다는 거짓말로도 채워지지 않는 깊고 진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괴로움과 죄책감 속에서 
    나는 봄꽃 속에서도, 아찔한 봄 햇살 아래에서도 마냥 기쁠 수 없었고, 또 속 없이 웃을 수 없었다.

    웃고, 행복해지자고 다짐할 때마다 
    매섭게도 가슴을 찔러오는, 꽃샘추위같은 슬픔들.

    이제 나는 겨우 스물 아홉이기에, 
    앞으로 더 많은 겨울과 봄을 맞이할 것이다. 끝인 듯 끝이 아닌 것처럼.

    그 끝없는 겨울과 봄의 반복이 제법 두려워질 즈음이었다. 
    늘 슬픔으로 맞이할 봄이 끊임없이 아팠다. 


    오늘, 역사에 새겨진 기록으로 많은 사람들이 위로 받을 것이다. 
    남편의 암 투병 속에서도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이겨내고 악바리처럼 아파트 청소를 하며 버텨낸 우리 엄마도, 
    장남의 무게를 지고 일하다 손 끝이 잘려나간, 그러고도 괜찮다며 웃고있는 우리 오빠도, 
    1980년의, 2014년의, 또 그 이후와 그 훨씬 이전에 정부의 무능함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견뎌내 온 그 누군가도, 
    내 곁을 스쳐지나가는 짧은 인연들도, 
    이 땅에 묵묵히, 또 단단히 버텨내고 있는 그 누구라도
    위로와 위안의 눈물을 흘리며 또 한숨 쉬어갈 것이다. 

    그리고 오늘의 나처럼 또 한 번 믿을 것이다. 
    이 땅에 내려앉은 오늘의 봄비.
    희망이라는 새싹을 띄울 그 봄비를 함빡 맞고 또 한 번 믿을 것이다.

    아,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는구나.
    기어이 그 날은 오고야 마는구나. 
    나의 삶을 살자. 
    부끄럽지 않은 단 한 번의 생애를 살자.
    버티고 이겨내자. 
    그리하면 마침내 봄날은 오겠구나.

    2017년 3월 10일. 
    몇 번이고 찾아올 봄은, 지치지도 않고 찾아올 그 겨울을 이겨낼 것이다. 

    올 봄에는, 조금 맘 편히 웃어도 될 것 같다.
    하늘로 떠난 많은 사람들도, 올 봄에는 편히 웃어주었으면 좋겠다.


    2017년 맑았던 3월 10일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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