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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47623
    작성자 : Toxin
    추천 : 8
    조회수 : 919
    IP : 210.121.***.253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3/05/15 11:36:13
    http://todayhumor.com/?panic_47623 모바일
    [단편] 붉은책 -3
    <p><p>막상 문앞에 서자, 내 마음을 갈등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p><p><br></p><p>마치 5년전 그날, 입장이 서로 뒤바뀐 것만 같았다.</p><p><br></p><p>아니다.. 그렇지 않다.</p><p><br></p><p>철민은 돈이 필요 했던거고.. 나는 그래봐야 책 한권..</p><p><br></p><p>아니.. 책은 왜 필요한거지?</p><p><br></p><p>아직 그녀는 살아있는데.. </p><p><br></p><p>아니다. 그 책에 분명히 7일 이내라고 씌여있었어.. 분명히...</p><p><br></p><p>준비할 시간이 필요해...</p><p><br></p><p>그녀를 살릴수 있다면.. 무슨 일이든지 해야해!!</p><p><br></p><p>온갖 생각이 뒤죽박죽으로 내 머리속을 좀먹어갔다.</p><p><br></p><p>"철컥"</p><p><br></p><p>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는 깜짝 놀랐다.</p><p><br></p><p>그리고 반사적으로 위를 쳐다보았다. 센서에 의해서 등이 켜져있었다.</p><p><br></p><p>"누구..."</p><p><br></p><p>철민의 말은 내 얼굴을 보고서는 이어지지 않았다.</p><p><br></p><p>"....."</p><p><br></p><p>".. 들어와"</p><p><br></p><p>한참의 침묵을 깨고 철민은 말하였다.</p><p><br></p><p>'쪼르르'</p><p><br></p><p>내 앞에 놓인 컵에 차가 따라지는걸 보다가 나는 시선을 끌어올려</p><p><br></p><p>철민을 바라보았다.</p><p><br></p><p>하나도 변하지 않았다.</p><p><br></p><p>단지.. 울상이었던 표정이 무표정으로 변했다는것뿐..</p><p><br></p><p>"그래, 무슨일로 찾아온거야?"</p><p><br></p><p>갑자기 걸어온 말에 나는 흠칫 놀랐지만 티내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p><p><br></p><p>"으..응...그게..."</p><p><br></p><p>맙소사, 이걸 생각하지 않았다.</p><p><br></p><p>다른 생각을 하느라 정작 철민이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생각을 </p><p><br></p><p>하지 못했다.</p><p><br></p><p>어쩌지? 나도 빌어야되나? </p><p><br></p><p>아니야.. 아마 나를 증오했을텐데.. 들어줄리 없어.</p><p><br></p><p>농담처럼 가볍게 책좀 달라고?</p><p><br></p><p>아니야.. 이유가 없잖아..</p><p><br></p><p>어서 무언가 대답을 해야하는데, 철민과 눈만 마주치고 있을 뿐,</p><p><br></p><p>내 입을 누가 꿰메놓은듯 도저히 떨어지지 않았다.</p><p><br></p><p>한참이 대답이 없자 철민은 내 맞은편 자리에 풀석 앉았다.</p><p><br></p><p>"... 얼마전에 너 이야길 들었어.."</p><p><br></p><p>"......"</p><p><br></p><p>"그래.. 많이 힘들지?"</p><p><br></p><p>한마디에 많은 뜻이 담겨져 있는것만 같았다.</p><p><br></p><p>나는 고개를 들어 철민의 눈을 바라보았다.</p><p><br></p><p>옛날과 같은, 아주 맑은 눈이었다.</p><p><br></p><p>악감정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p><p><br></p><p>혹시.. 지난일은 잊고 내 아픔을 이해해주는건가?</p><p><br></p><p>"쿵!! 쿵!!"</p><p><br></p><p>반사적으로 우리 둘다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았다.</p><p><br></p><p>천장, 2층이었다.</p><p><br></p><p>"아.. 현선이가 나를 부르는 모양이야.. 요새는 말로 하기도</p><p><br></p><p>귀찮은 모양이야.."</p><p><br></p><p>힘없게 웃는 철민을 바라보니 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p><p><br></p><p>그래, 현선이는 나때문에 장애인이 되었어. </p><p><br></p><p>내가 도와주지 않았기 때문에..</p><p><br></p><p>이녀석이 부처,하느님이라고 해도 내가 한 행동은 </p><p><br></p><p>용서하지 않을거다.</p><p><br></p><p>방해를 하면 했지.. 순순히 도와줄리가 없다.</p><p><br></p><p>"자.. 그럼 잠깐 2층좀 갔다올게.. 편히 쉬고있어"</p><p><br></p><p>일어나 2층으로 향하는 철민의 뒷모습을 보았다.</p><p><br></p><p>그리고 철민의 발소리가 멀어졌을때, 나는 슬그머니 일어나 서재로 향했다.</p><p><br></p><p>"......."</p><p><br></p><p>희미하게 철민이 말하는 소리가 들릴때마다 나는 숨을 죽였다.</p><p><br></p><p>끼~이익...</p><p><br></p><p>소리가 최대한 안나게 서재문을 열고 들어갔다.</p><p><br></p><p>조심스럽게 스위치를 올리니 금세 어두웠던 서재안은 밝아졌다.</p><p><br></p><p>오랫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않은듯, 이곳 저곳에 먼지가 쌓여 있었다.</p><p><br></p><p>'아마.. 그 책이..'</p><p><br></p><p>소리를 없애기 위해 평소엔 바퀴로 굴려 옮겼던 사다리를 젖먹던 힘을 다해</p><p><br></p><p>두 손으로 들어 옮기기 시작했다. </p><p><br></p><p>'여기 근처에...아!!'</p><p><br></p><p>다행히 기억은 틀리 않았다. </p><p><br></p><p>특유의 기묘한 붉은색을 봄내며 그 책은 그 자리 그대로 꽃혀 있었다.</p><p><br></p><p>책을 살짝 꺼내 사다리를 내려와선 티가 안나게 서재를 원상복구 시켰다.</p><p><br></p><p>이제 가지고 나가는것이 문제였다.</p><p><br></p><p>책이 두꺼운 편이었으므로 옷 속에는 숨길수가 없었기 때문이다.</p><p><br></p><p>서재를 나와서 문을 살짝 닫은뒤 2층에서는 안보이는 방향으로 책을 몸 뒤에</p><p><br></p><p>숨긴후 살금 살금 밖으로 향했다.</p><p><br></p><p>"가려고?"</p><p><br></p><p>심장이 멎을뻔 했다.</p><p><br></p><p>나는 가까스로 표정관리를 하고 철민을 쳐다보았다.</p><p><br></p><p>"응.. 가볼게.."</p><p><br></p><p>철민은 나를 잠시 보다가 다시 현선이 있는 방으로 향하는것 같았다.</p><p><br></p><p>"철민아"</p><p><br></p><p>철민의 발소리가 멈췄다.</p><p><br></p><p>".. 그땐.. 그땐.. 미안했다."</p><p><br></p><p>나는 고해성사를 하듯 사과를 내뱉고 도망치듯 내 차로 돌아왔다.</p><p><br></p><p>'두근..두근...'</p><p><br></p><p>아직 심장은 미친듯이 뛰고 있었다.</p><p><br></p><p>'아냐.. 이럴때가 아냐..'</p><p><br></p><p>그렇다. 시간이 없었다.</p><p><br></p><p>문제는 번역이었다.</p><p><br></p><p>혹시라도 그녀가 숨을 거둔다면, 일주일 이내에 책에 있는 내용을 </p><p><br></p><p>수행해야 할텐데, 번역할 시간이 택도 없이 부족했다.</p><p><br></p><p>집으로 돌아간뒤, 난 그녀의 방으로 찾아가 손을 꼭 붙잡았다.</p><p><br></p><p>"다영아.. 이제 걱정마..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아도, 난 그것에 </p><p><br></p><p>굴복하지 않을거야.. "</p><p><br></p><p>읆조리듯이 혼잣말을 하고는 난 그녀의 옆에서 잠을 청했다.</p><p><br></p><p>내일 아침부터는 바쁠테니까..</p><p><br></p><p>'.....'</p><p><br></p><p>철민의 집에서 붉은책을 훔쳐온 다음날, 아침부터 나가서 프랑스어 사전을</p><p><br></p><p>사온 뒤, 방에 처박혀서는 번역에만 몰두했다. </p><p><br></p><p>가끔씩 그녀를 한번 보러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p><p><br></p><p>물과 음식도 최소한으로 섭취했다.</p><p><br></p><p>그렇게 체력의 한계를 돌파하며 번역을 하고 있을때였다.</p><p><br></p><p>"...."</p><p><br></p><p>"오빠..."</p><p><br></p><p>나는 흠칫놀라 뒤를 돌아보았다.</p><p><br></p><p>'너... 너... 어..어떻게..."</p><p><br></p><p>말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p><p><br></p><p>그리고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p><p><br></p><p>그녀가 일어난것이다.</p><p><br></p><p>난 얼른 뛰어가선 그녀를 꽉 안았다.  </p><p><br></p><p>눈물이 왈칵 쏟아졌다.</p><p><br></p><p>그리고선 눈을 떴다.</p><p><br></p><p>책에서 얼굴을 떼고 눈물을 닦았다. 글자가 번질수도 있으니 책에도 </p><p><br></p><p>뭍은 눈물을 서둘러 닦아내었다.</p><p><br></p><p>나도 모르게 깜박 졸은 모양이었다. 아마 3~4일은 잠을 안잤을 것이다.</p><p><br></p><p>하지만 잘 수가 없었다. 시간은 부족한데, 애초에 프랑스어를 모르는 내가 번역하기엔 </p><p><br></p><p>너무 많은 분량이었던 것이다.</p><p><br></p><p>번역가를 고용할 생각도 해보았지만, 이내 마음을 접을수 밖에 없었다.</p><p><br></p><p>내용 자체가 기괴한것은 상관이 없지만, 책 안의 그림을 둘러봤을때</p><p><br></p><p>삽화를 보거나 책 앞쪽의 일부 내용에서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p><p><br></p><p>이 의식을 위해서는, 여러가지 재료가 필요하지만.. 결국 인간이 </p><p><br></p><p>필요하다는걸..</p><p><br></p><p>아직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만일의 경우가 있지 않은가.</p><p><br></p><p>어짜피 그녀가 세상을 떠나면 나도 따라서 죽을 생각이었다.</p><p><br></p><p>어떤 짓이라도 할 각오를 가지기엔 충분했다.</p><p><br></p><p>책에 있는 내용을 따라하기에 그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p><p><br></p><p>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p><p><br></p><p>한창 생각을 하던중에 문득 그녀가 보고 싶어졌다.</p><p><br></p><p>"....!!!!"</p><p><br></p><p>그녀를 보자마자 이변이 일어났다는걸 알 수 있었다.</p><p><br></p><p>"다영아!!! 다영아!!!!!!"</p><p><br></p><p>닦은지 얼마 되지않은 얼굴에 눈물이 또 왈칵 쏟아졌다.</p><p><br></p><p>비록 움직이진 않았지만 따듯했던 손은 이미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p><p><br></p><p>몇시간을 미친듯이 울었다.</p><p><br></p><p>몸안의 수분이 모자라 눈물조차 안나올때쯤, 문득 생각이 들었다.</p><p><br></p><p>'그래..!! 이젠 정말 시간이 없어..!!'</p><p><br></p><p>서둘러 다시 번역하던 방으로 돌아갔다.</p><p><br></p><p>하지만 이내 절망감이 나를 감쌌다.</p><p><br></p><p>4일밤을 꼴닥 새서 한 번역량은 10분의 1도 채 될까 말까한데..</p><p><br></p><p>앞으로 남은시간은 7일이다.</p><p><br></p><p>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속을 채웠지만, 난 금방 자리에 앉아서 </p><p><br></p><p>다시 변역을 시작했다. </p><p><br></p><p>고민하는 시간조차 아까웠으니까.</p><p><br></p><p>3일후.. </p><p><br></p><p>난 책을 집어던지며 외쳤다.</p><p><br></p><p>"이게 뭐라고!!! 으아아아악~~~!!!"</p><p><br></p><p>한참을 씩씩거리던 나는 다시 책을 집어들었다.</p><p><br></p><p>남은 시간은 4일이 채 되지 않는다. </p><p><br></p><p>반도 번역하지 못했다. </p><p><br></p><p>이책의 주술을 따라한다고 해도, 그녀를 무조건 다시 만날수 </p><p><br></p><p>있다고 할수는 없었다.</p><p><br></p><p>하지만, 이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는것이 문제였다.</p><p><br></p><p>나는 발작적으로 부엌에서 칼을 하나 꺼내 칼날을 내쪽으로 하고 </p><p><br></p><p>양손으로 움켜쥐었다.</p><p><br></p><p>'다영아 미안해.. 오빠가 부족해서.. 이런것 조차 못해줄것 같구나..</p><p><br></p><p>그동안 외로웠지? 이제 금방 오빠가 따라갈게..'</p><p><br></p><p>막 손에 힘을 주고 목으로 찔러 넣으려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다.</p><p><br></p><p>"어? 철민아 그거 그때 읽던 책 아니야?"</p><p><br></p><p>"어~ 야..동욱아 넌 제발 끈기좀 가져봐라.. 난 뒷내용이 궁금해서</p><p><br></p><p>시간날대마다 다 읽었지롱..헤헤"</p><p><br></p><p>그렇다. 철민이는 호기심이 동하면 그것을 다 볼때까지 붙잡던 아이였다.</p><p><br></p><p>혹시.. 번역도..?</p><p><br></p><p>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난 식칼을 내팽개치고 핸드폰을 찾았다.</p><p><br></p><p>어짜피 목숨을 끊는거야 나중에 해도 된다. </p><p><br></p><p>혹시라도.. 번역본이 있을지도 모른다..!!</p><p><br></p><p>조금 늦게 따라 가는것은 그녀도 이해해 줄것이다.</p><p><br></p><p>"제기랄!!"</p><p><br></p><p>난 신경질적으로 휴대폰을 벽에 던졌다. </p><p><br></p><p>번역하느라 신경쓰지 않았더니 방전이 된것이다.</p><p><br></p><p>나는 다시 시선을 돌려 차키를 집었다.</p><p><br></p><p>'그래.. 직접가서 부탁하는게 나을지도 몰라'</p><p><br></p><p>어짜피 죽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어느정도 편안해졌다.</p><p><br></p><p>"...."</p><p><br></p><p>하지만 역시 철민의 집에 섰을땐, 어느정도 망설여 졌다.</p><p><br></p><p>그래도 멈출수는 없었다. </p><p><br></p><p>"딩동"</p><p><br></p><p>용기를 내어 초인종을 누르자 얼마뒤 철민이 문을 열고 나왔다.</p><p><br></p><p>철민을 보자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p><p><br></p><p>'털썩'</p><p><br></p><p>나는 무릎을 꿇었다.</p><p><br></p><p>그래고 말했다.</p><p><br></p><p>"철민아.. 제발... 도와줘...."</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br></p></p>
    Toxin의 꼬릿말입니다
    모처럼.. 업무가 널럴해서 

    미친듯이 쓰고있네요.

    허접하지만.. 재밌게 봐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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