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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47582
    작성자 : Toxin
    추천 : 11
    조회수 : 1127
    IP : 125.149.***.98
    댓글 : 5개
    등록시간 : 2013/05/14 18:16:54
    http://todayhumor.com/?panic_47582 모바일
    [단편] 붉은책 -1
    <p><p><p>"......"</p><p><br></p><p>얼마나 있었을까.</p><p><br></p><p>다리에 감각이 없어질때쯤, 나는 그녀의 머리를 한번 쓸어주었다.</p><p><br></p><p>내가 사랑했던 적당히 도톰했던 볼과 입술은 사라지고, 은하수처럼 빛나던 눈은</p><p><br></p><p>지금 감겨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그녀였다.</p><p><br></p><p>희미하게 움직이는 가슴만이 그녀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p><p><br></p><p>멍하니 그녀의 지그시 감은 눈을 보고 있자니, 마지막으로 눈을 마주쳤던 때가 떠올랐다.</p><p><br></p><p>빨간 핏줄이 빽빽히 들어선, 나를 저주하는듯한 눈빛이었다.</p><p><br></p><p>현대의학으로는 불가능 하다는 말..</p><p><br></p><p>그 말을 듣고선 드라마에서처럼 의사 멱살을 잡고선, 소리를 지르고, 오열했다.</p><p><br></p><p>그녀가 다시 예전처럼 건강해질수만 있다면, 그 무엇이든 지불해도 괜찮았다.</p><p><br></p><p>결국 병원을 나와 용하다는 약을 수소문해서 구해도 보고, 종교등을 다니기 시작했다.</p><p><br></p><p>날이갈수록 심해지는 고통을 호소하는 그녀를 나는 억지로 데리고 다니며</p><p><br></p><p>치료를 받기를 강요했다.</p><p><br></p><p>하지만 결국 종착역은 다시 병원이었다.</p><p><br></p><p>밖에 있는 사이에 병은 더 심각해지고, 그녀의 고통은 극으로 달하고 있었다.</p><p><br></p><p>난 죄인처럼 서있다가 그녀의 눈빛을 보고는, 그날 통각 제거 수술 허가서에 사인을 하였다.</p><p><br></p><p>도저히 그녀가 고통에 몸부림 치는 모습을 더 지켜볼수가 없었고,</p><p><br></p><p>그것이 나로 인해 가중 되었다는것이 참을 수 없었다.</p><p><br></p><p>무슨 연유에선지 그녀는 수술후에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p><p><br></p><p>의사가 진땀을 흘리며 뭐라고 설명할때에도, 내 귀에는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p><p><br></p><p>'그래.. 고통없이 보내주자.'</p><p><br></p><p>이 생각만이 나를 지배할 뿐이었다.</p><p><br></p><p>결국 얼마 남지 않았을 시간을 24시간 내내 함께 보내기 위해 </p><p><br></p><p>그녀를 집으로 옮겼다. </p><p><br></p><p>그 후에는 이렇게 멍하니 않아서 그녀를 쳐다보다가, 거실로 내려가서</p><p><br></p><p>술을 먹고 오열하다가 지쳐 잠들고.. 이런 생활의 연속이었다.</p><p><br></p><p>그녀가 너무 고통스러워 할때는 내 가슴이 찢어지는듯 했지만,</p><p><br></p><p>막상 편안히 보내자니 이대론 가슴이 도려질것만 같았다.</p><p><br></p><p>그녀는 나의 전부였기 때문에..</p><p><br></p><p>생각을 멈추고 벌떡 일어서서는 찬장으로 향했다.</p><p><br></p><p>더 이상 보고 있다가는 그녀를 잃을 슬픔과 고통에 내가 먼저 죽어버릴것 같았으니까.</p><p><br></p><p>찬장 구석에서 오래된듯한 술병을 하나 꺼내어 식탁위에 있던 빈병들을</p><p><br></p><p>적당히 치운뒤 글라스에 술을 다르기 시작했다.</p><p><br></p><p>'꼴꼴꼴...'</p><p><br></p><p>이 양주는 오래되서 변색이 됬는지, 아니면 원래 이런건지 특이하게도</p><p><br></p><p>붉은색을 띄고 있었다.</p><p><br></p><p>하지만 나는 거기서 사고를 멈춘뒤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p><p><br></p><p>한참 술잔을 기울이던 도중, 나는 용수철 처럼 튀어올라 벌떡 일어났다.</p><p><br></p><p>'그래..!! 붉은책..!!'</p><p><br></p><p>오래전에 보았던 붉은책, 그것이 내 기억이 맞다면...</p><p><br></p><p>나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p><p><br></p><p>거울엔 수염이 더부룩한 남루한 남자가 하나 서있었다.</p><p><br></p><p>술기운이 어느정도 빠져나갈때까지, 나는 얼음장 같이 차가운 물에 </p><p><br></p><p>얼굴을 담갔다. </p><p><br></p><p>술기운이 빠져나가면서, 나는 생각을 정리하며 차키를 챙겼다.</p><p><br></p><p>어찌되었던 간에, 의사가 선고했던 그녀의 생존 한계일은 </p><p><br></p><p>일주일앞으로 다가왔으니까.</p><p><br></p><p><br></p><p><br></p><p><br></p></p></p>
    Toxin의 꼬릿말입니다
    발작적 글짓기 증후군 환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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