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인 공모(27·9급 상당)씨가 지난 10·26 재보궐선거 당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공격해 마비시킨 것으로 2일 드러나면서 이번 사건에 조직적인 배후가 있는지, 있다면 과연 그 배후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공씨는 선거 전날인 지난 10월 25일 밤 평소 선·후배 사이로 잘 알고 있던 정보기술(IT)업체 대표 강모(26)씨에게 전화를 걸어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을 요청했다. 요청을 받은 강씨와 강씨 회사 직원 2명은 26일 200여 대의 좀비 PC를 동원해 초당 263MB 용량의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DDoS 공격을 가함으로써 선관위 홈페이지를 약 2시간 동안 마비시켰다.
일부 네티즌은 이번 사건에 조직적인 배후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공씨가 이번 사건을 혼자 저질렀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체포된 공씨는) 의원실 업무가 아니라 1년3개월간 운전기사로 일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황당한 심정으로 운전기사 일로 물의를 일으켜 송구하다"면서 "제가 연루될 이유가 없다는 것을 잘 아시겠지만 연루 사실이 드러나면 즉각 의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공씨의 불법적인 행위에 자신이 연관돼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그러나 최 의원이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윗선, 혹은 모종의 세력이 이번 사건에 개입됐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9급 상당에 불과한 일개 의원 수행비서가 이처럼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을 혼자서 기획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공씨가 선관위 홈피 공격의 대가로 강씨에게 금전을 제공했을 것이라며, 의원 수행비서가 무슨 수로 돈을 마련했겠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야권은 이 사건의 배후에 한나라당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발표해 "선거 당일 같은 시간에 중앙선관위와 함께 박원순 후보의 홈페이지도 동일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들이 겨냥한 것은 박 후보의 낙선이었음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 의원은 나 후보 선대위에서 홍보기획본부장을 맡아 일했다는 점에서 피의자들과 최 의원, 한나라당과의 연관성을 의심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고 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인 민주당 이석현 백원우 장세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대미문의 선거 방해 공작 사건"이라며 국회 국정조사 추진 및 이명박 대통령의 해명을 요구했다.
이들은 "200여 대의 좀비 PC를 동원하고 전문가들과 공모한 점으로 볼 때 조직적 배후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 선거본부와 한나라당, 그 이상의 배후에 대해 철저히 파헤쳐 국민 앞에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한나라당의 선거방해가 조직적인 것으로 드러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다"며 "수사당국의 행보에서 눈을 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일각에선 경찰이 이번 사건을 소극적으로 수사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아직까지 공씨 등의 계좌 추적도 안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수사의 핵심이 공씨에게 윗선이나 조직적 배후가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라면, 금품이 오간 흐름을 캐는 계좌추적은 수사의 기본이다. '금품이 오갔는지 계좌추적은 했나'라는 취재진의 물음에 정석화 사이버테러대응센터 수사실장은 "계좌추적이나 돈 흐름은 아직 못 본 상태"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석현 백원우 의원은 이날 경찰청을 찾아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보고 받고자 했으나 조 청장이 갑작스런 반가를 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백 의원은 "조 청장이 오전에 갑자기 휴가를 내고 사라져 유감"이라고 말했다.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112/h2011120217480721950.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