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뻘글로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밑에 글을 보고 그래도 나름 유용한 지식 일 수도 있겠다 싶어서 한번 올려봅니다.
일단 왜 스팀에서 그렇게 세일을 자주하고 출시 후 시간이 지나면 게임 가격이 떨어지느냐를 경제학적, 그러나 쉽게 접근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상식선에서 알 수도 있지만, 분명치 않은 부분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학문적 접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괄호 안의 것은 약간 경제적 부가 설명이므로 읽지 않으셔도 되고,
시간 없으신 분은 굵은 문단만 읽으시면 되겠지만, 경제학 바탕이 없으신 분은 쭉 읽으시는게 더 많은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일단 두가지 대전제로 깔고 가야할 것은
게임 기업은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고 게임은 어떻게 보면 "독점"이라는겁니다. 의아해 하실 수도 있는데, 예를 들자면 사과 같은 상품들은 여기 사과가 마음에 안들면 다른 곳 사과를 살 수도 있고 대체 할 수도 있죠. 그래서 사과는 크게 봐서는 완전 경쟁입니다. 하지만 게임 같은 문화 산업은 한 상품이 거의 완벽하게 다른 상품으로 대신할 수 없죠. 그걸 단적으로 보여주는 두 가지 예가 만약 배틀필드 3가 너무 비싸다, 그럼 그걸 모던 워페어3 몇 게임으로 완벽하게 대체 할 수 없습니다. 가격이 내리면 결국 배필3을 또 사겠죠. 배틀필드 4를 기다리는데에 지쳤다 해서 먼저 출시된 모던워페어4를 사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고 결국 모던워페어4를 사더라도 배틀필드를 기다리던 사람은 그게 출시되면 살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들끼리 서로 경쟁은 하지만 각자 독점적 지위도 누리고 있는겁니다. {경쟁적 독점}
그러면 이제 설명의 편의성을 위해 그냥 게임 하나만 놓고 봤을때 독점이라고 할게요. 이 경우 이제 사람들이 게임을 얼마나 원하는지만 알면 기업이 얼만큼 이익을 뽑을 수 있는지 알 수 있다는거죠. 위 그래프를 봅시다. 수요곡선은 무얼 나타내냐면 사람들이 이 게임을 줬을때 돈을 얼만큼까지 낼 뜻이 있느냐를 나타냅니다. 철수는 4000원까지는 이 게임을 구입할 것이고 영희는 3000원이 초과되면 구입하지 않습니다. 그래프에서 보라색 선은 이 게임을 하나 더 생산 했을때 (개발이 아님) 얼만큼 드느냐입니다. 쉽게 생각해서 뭐 시디랑 패키지 가격 등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게임사 입장에선 4000원에 팔면 철수만 살 것이고 {A+B}, 3000원에 팔면 영희와 철수 둘다 살 것이니 {B+C} 게임사는 이익이 더 큰 3000원에 팔 것입니다.
그럼 게임사는 가장 많은 이익을 얻는 방법을 써야 하는데 왜 할인을 할까요? 만약
철수에게 4000원에 팔고 영희에게 3000원에 팔면 그냥 3000원에 팔았을 때 보다 1000원 이익이겠죠? {A+B+C}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 "네 친구한테는 이 볼펜을 500원에 팔고 너는 부자니까 1500원에 팔거야" 할 수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노골적으로 고객을 특정 기준으로 가리는 건 불법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시장에서 힘이 있는 회사들은 여러가지 방법을 씁니다. 윈도우즈는 처음사용자용/홈에디션/프로페셔널/얼티메트 등으로 차별을 둬서 고객을 분류하고 통신사는 각종 요금제들로 분류해서 최대한 이익을 뽑습니다. 이것과 비슷하게 게임사에서 쓸 수 있는 방법이 가격인하 그리고 할인입니다.
콜렉터 에디션도 있지만 게임사 입장에서 가장 쉬운게 동일한 상품의 가격인하와 할인입니다. 처음 출시했을때 4000원에 팔면 철수는 삽니다. 하지만 영희는 너무 비싸서 사지 않게 되죠. 그럼 이제 철수는 게임을 샀으니 가격을 3000원으로 낮춥니다. 그럼 영희도 사겠죠? 어라 (갑툭튀)동철이는 안 샀네, 그럼 할인해서 일시적으로 2000원으로 해볼까... 그럼 두 가지 의문점이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자주 할인을 때리고 가격을 낮추면 게임사는 손해 볼까, 그리고 그럼 철수는 "씨발 속았다"라고 생각할까?
게임사는 어차피 개발비가 제일 많이 들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게임 생산하는건 비용이 거의 무시할 만합니다. 특히 디지털 판매는 전혀 돈이 더 안들죠. 우리 그래프에서는 하나 더 만드는데 1000원이라고 칩시다. 그럼 판매 가격이 1000원 이상이면 팔면 무조건 추가적 이익이니 게임사는 할인 안 할 이유가 없죠. {게임사에서 가끔 오래 된 게임을 공짜로 푸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디지털 유통으로 인해 비용에 0에 가깝기 때문에 가능한거죠. 살 사람은 이미 다 산 시점이고 공짜로 받는 사람들로 부터의 이득은 시리즈든 게임사든 홍보되고}
그럼 두번째 문제로 넘어갑시다. 철수가 "아 씨발 속았다" 생각하거나 "나도 3000원만 낼 생각인 척 해야지" 하는걸 방지하기 위해선 게임사에선 출시 시기와 가격인하 그리고 할인 간의 텀을 크게 둬야 합니다. 사고 싶은 입장에선 4000원 낼 뜻이 있었으면 기다리는 것도 일종의 비용이거든요. 그래서 일반적으로 성탄절 같은 특별한 행사 아니면 게임 가격은 적어도 3~6개월 정도는 할인 안하고 가격 자체도 안 내려갑니다. 하지만 몇 년 지난 게임들은 뭐 4만원 정도 했을 포탈이 스팀에서 지금 $9.99고 단일 패키지가 4~6만원 했던 네버윈터 나이츠2도 3개 합친 합본팩이 $19.99 입니다.
요약하자면 게임사 입장에서 최대한 이익을 뽑기 위해선 고객을 분류해서 다른 가격에 팔 필요가 있고, 발견한 합법적 방법이 출시시기와 긴 텀을 둔 가격인하, 그리고 그 이후 계속 되는 일시적 할인입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경쟁적 독점이기 때문이구요.
그래서 스팀 같은 곳에서 가격할인은 물론 사람들이 얼마나 사는지도 영향을 미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최대한 이익을 뽑기 위해서 그런겁니다. 부가적으로 경제적으로 봤을 때 여러가지 이유로 저는 사람이 많이 사면 사는 대작 게임일 수록 가격인하는 늦춰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게이머의 입장에선 훗날의 이익을 위해 게임을 비싸게 사는 것 보다, 그냥 진짜 시장 처럼 자기가 살 용의가 있는 만큼 사면 되는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