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서 가장 크고, 번화가의 중심에 위치한 선물가게인 A팬시점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누구나 그것에 눈을 돌렸다. 그것은 크고 웅장했으며 어떤 이는 아름답다는 말을 흘리듯 말했지만 그것에 감히 다가가지 못했다. 그것은 사탕 바구니였는데, 바구니는 장인이 직접 수놓은 듯 화려하게 장식된 작은 보석이 반짝거리며 흰색의 부드러운 망사 천에 쌓여있어 마치 수줍은 신부를 연상하게 하였고, 바구니에는 수제 사탕과 수제 초콜릿을 깔고 앉은 거대한 곰 인형이 인자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 양 옆으로 인기 캐릭터인형이 함께 놓여있었고 인형들의 발치엔 실크재질로 보이는 반지케이스가 놓여 있었다. 사람들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킨 케이스는 닫혀져있어 내용물에 대한 궁금증을 더했다. 더욱이 그것은 다른 바구니들의 중심에 있었으며, 가격표가 붙은 다른 바구니들과는 달리 그것에는 가격표가 붙어있지 않다는 점이 사람들의 궁금증을 불러왔다. 누구나 A팬시점을 지나며 그것에 관심을 표했지만 누구도 팬시점에 들어가 감히 가격을 묻지 않았다. 양 옆의 비교적 초라한 바구니가 20만원을 넘는 고가로 이루어졌음에 의한 암묵적 계산법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누구나 그것이 그 날에는 꼭 팔리리라 예상하고 있었다. 다만 그것이 누군가인가의 문제였다. 시내에 살던 한 고교생은 야간 자율학습을 끝내고 돌아오던 새벽, 한 중년남성이 셔터를 내리려는 A팬시점 사장을 멈춰 세우고 몇 마디를 나눈 후 그것을 가져갔다고 유난스레 말했지만, 여전히 위용을 자랑하는 그것의 발치에 웅크린 채 누워 친구들에 의해 구타를 당하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그 날이 왔다. 그 날은 마침 고기압의 영향권에 들어간 화창한 날이었고, 초봄의 추위가 잠시 멎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다. 수많은 여성들이 사탕바구니를 받으며 기쁜 표정을 지었지만 때때로 실망한 듯 표정이 굳거나 한숨을 쉰다거나 심지어 남성에게 화를 내며 집으로 돌아가는 여성들도 있었다.
저녁 어스름이 내려앉을 때 20대로 보이는 남성이 뿔테안경을 만지작거리며 여성과 함께 A팬시점에 들어가 그것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쇼윈도 너머의 남성들은 숨죽이고 다른 곳을 쳐다보거나 하며 딴청을 부렸지만 곁눈으로 그의 손가락 끝을 쳐다봤고, 여성들은 일제히 그의 옆에 있는 여성을 살피며 자신의 연인에게 귓속말을 하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남성과 점원의 몇 차례 대화가 오가고, 결국 남성은 멋쩍은 미소와 함께 그것 세 칸 옆의 바구니를 집어갔다. 쇼윈도 밖의 남성들은 비로소 편한 웃음을 지으며 연인과 대화를 이어나갔고, 여성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연인의 팔을 굳건히 잡았다.
그 때, 요란한 소리와 함께 화려한 오토바이가 A팬시점 앞에 섰다. 인근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남성이 물고 있던 담배를 요란하게 땅에 던지고 오토바이 뒤에 탔던 여성의 손을 낚아 채듯이 잡아 A팬시점으로 들어갔다.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그들의 교복과 얼굴에 날아갔다. 그리고 그가 팬시점에 들어가기 전부터 왼손에 움켜쥔 두꺼운 가죽지갑에 머물렀다. 점원과 몇 마디 나누던 그가 손가락을 들어 그것을 지명할 때 그는 쇼윈도 밖의 사람들을 둘러봤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딴청을 피웠다. 그러나 누군가는 보았다. 점원의 말을 들은 후, 그의 눈동자가 가볍게 떨린 것을. 그리고 그의 시선이 잠시 그것을 떠나 자신을 바라보는 연인의 눈동자를 잠깐 바라 본 것을. 그의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갔다 올라 온 후, 그는 연인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그 손을 천천히 교복 재킷 안주머니에 가져갔다. 그가 과장된 웃음과 함께 검지와 중지를 사용해 천천히 뭔가를 꺼내자 쇼윈도 밖의 누군가 두려운 듯 중얼거렸다.
“엄마 카드다…….”
마침내 그는 점원과 함께 쇼윈도 밖으로 나왔다. 그는 A팬시점을 나오자마자 담배를 꺼내 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 옅은 미소와 함께 구겨진 카드명세서를 바닥에 흘리듯 던졌다. 사람들의 시선이 버려지는 카드명세서로 잠시 모였지만 이내 연인의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겨 자리를 피했다. 미련 섞인 눈길이 잠시 명세서와 그것에 향했지만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는 점원에게 그것을 건네받자마자 연인의 품에 안겨주었다. 자신의 몸보다 큰 그것을 그러안은 여성을 태운 오토바이는 올 때와 같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번화가를 떠났다. 멀어져가는 오토바이를 가만히 쳐다보던 점원은 지하창고로 내려가 또 다른 그것을 빈자리에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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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라기엔 미니픽션이고 미니픽션이라기엔 부끄럽지만 시는 아니니까 그러니까 막퍼가기 없기
미술게시판 같은데 써도 되려나 모르겠지만 쓸데없으니까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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