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곧내.

저는 이 사건에서 황금률에 대한 생각이 나더군요.

"네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 라는 독일 속담도 있고,
공자님도 추기급인. 즉 나로 미루어 다른 사람을 대하라는 말도 하셨습니다.

알리 씨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성폭행 경험을 털어놓았죠. 사실 그 말때문에
아무 생각 없었던 제가 알리씨의 안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녀가 성폭행을 당했더라면 더더욱 나영이라는 곡을 발표해선 안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진정으로 성폭행에 대해 경각심을 일으킬 생각이었다면 그 범죄에 관련된
여성단체와 연합해 홍보한다던지, 인터넷에 글을 올린다던지, 인터뷰에서 밝힌다던지.
아무튼 여러 방법이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왜 하필 특정인을 연상하게 하는 제목의 곡으로 발표했을까요?
그녀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던 일입니다.

사실 황금률 역시 칸트 식으로 말하자면 "절대적인 선의지" 라던가, 혹은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총의.. 그러니까 "보편적 입법원리" 는 되지 못할 것입니다.
그 점은 저 역시 인정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몸을 꼬집어 보고 남의 아픔을 알아라" 라는 속담처럼,
나영이의 아픔을 외면해버린 알리라는 가수가 저는 그다지 곱게 보이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그녀 자신도 그 아픔을 겪었으면서 그런 곡을 발표했다는 것에 저는 더더욱
분노합니다.

기자회견에서 그녀는 노래만은 하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저는 신약성서의
"남으로부터 심판받고 싶지 않거든 남을 심판해서는 안 된다" 라는 말을 해주고 싶군요.
노래라는 구명줄을 놓고 싶지 않았거든, 그녀는 그 노래로 남을 판단해서는 안되었습니다.
아니, 설령 노래로 남을 판단한다 하더라도 판단받은 그이가 누구인지
적나라하게 까발려서는 안되었습니다.

그녀는 황금률, 혹은 호혜성互惠性 이라 불리는, 사회의 근본적인 룰을 어겼습니다.
룰을 어긴 이에게 그만큼의 응보가 가해지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뭐 이것마저도 사정에 따라
감안해야 한다는 사람은 있겠습니다만, 제 개인적인 견해로는 그녀에게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불치병에 걸려서 더이상 노래를 못하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저는 단순하게 확답을 내렸지만 사실 여러모로 어려운 문제입니다.
철학게 여러분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