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br class="Apple-interchange-newline"><br class="Apple-interchange-newline"><span style="font-family: Batang, 바탕;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때면 이따금 네 생각이 난다.</span></p><p><span style="font-family: Batang, 바탕; ">이렇게 한낮 무덥고, 매미가 푸름 속에서 울부짖고 있어도 네 생각이 나는 것 같다.</span></p><p><span style="font-family: Batang, 바탕; "><br></span></p><p><font face="Batang, 바탕">흔히 여자 나이 스물이면, 한 두번즈음은 사랑에 앓아본다고 하더구나.</font></p><p><font face="Batang, 바탕">그래, 그래서 더욱 그랬던 것 같다.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을 꿈꾸듯 말하는 친구들이 내심 부러웠었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오랜만에 만난 첫사랑에 마음 설레였던 얘길 종알종알 하는 내 단짝이 어쩌면 그리 어여쁘던지.</font></p><p><font face="Batang, 바탕">내게도 그런 것이 찾아오려나, 하고 마음 속으로는 부풀어오르면서도 무던히 지나가려는 내 모습이 있었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br></font></p><p><font face="Batang, 바탕">봄 향기가 그득히 흐르던 날, 그 때 너를 처음 만났다.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옅은 황토색 후드티에 자연스레 흘러내린 머리, 그리고 선한 웃음.</font></p><p><font face="Batang, 바탕">부드러운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너는 내 가슴 속으로 가만 가만히 똬리를 내렸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br></font></p><p><font face="Batang, 바탕">어쩌면 운명이라고도 생각했다. 내 짝이 바뀌는 바람에 당신과 함께 하게 된 운동 경기에서</font></p><p><font face="Batang, 바탕">나는, 우습게도 거기서 사랑을 느꼈다. 내 앞을 막아서는 너의 등과 내 손목을 가볍게 움켜쥔</font></p><p><font face="Batang, 바탕">당신의 그 온기에 나는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왜 그랬는지는 지금도 잘은 모르겠다. 그냥 그 순간,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br></font></p><p><font face="Batang, 바탕">심장이 뛰는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올것만 같았다. 누가 볼 것 처럼 구석에 옹송그리고 앉아서</font></p><p><font face="Batang, 바탕">덜덜 떨리는 손가락을 연신 다잡아가며, 비질 비질 흐르는 땀을 훔쳐가며</font></p><p><font face="Batang, 바탕">간신히 알아낸 너의 번호로 문자를 했었더랬지.</font></p><p><font face="Batang, 바탕">너의 답장이 오기까지의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font><span style="font-family: Batang, 바탕; ">온 세상이 메마르고 피말리는 시간이었다.</span></p><p><span style="font-family: Batang, 바탕; "><br></span></p><p><font face="Batang, 바탕">나는 봄의 치맛폭 속에 둘러싸여 한 동안은 정신을 차리질 못하였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네가 하는 그 모든 것이 좋았고, 우리는 마음도, 취미도, 생각도 잘 맞는다 생각 하였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너의 그런 점들을 내가 단순히 닮아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br></font></p><p><font face="Batang, 바탕">네게서는 장미향이 났다. 싱그럽고 부드럽지만, 한편으론 매우 원숙하고 매혹적인.</font></p><p><font face="Batang, 바탕">벌이 꽃에게서 안락함을 누리듯 나는 네게 정신없이 취해 있었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너는 마치, 나를 여자로서 다시 태어나게 해 주는 그런 존재였다. </font></p><p><font face="Batang, 바탕">너는 내게 봄을 가져다 주었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br></font></p><p><font face="Batang, 바탕">사람들이 너를 손가락질 하였다. 너는 나를 이용했다. </font></p><p><font face="Batang, 바탕">그러면 안되는 거였다. 나를 모질게 이용만 했더라도, 나는 너를 사랑했을 것이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하지만 너는, 내게 너무도 잘해주었다. 마치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너는 신기한 마술을 부렸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나는 내 상상속에 너를 자꾸만 가두어 두려 했었는데, 너는 애초에 거기 들어가 있질 않았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br></font></p><p><font face="Batang, 바탕">울음조차 나지 않았다. 네가 내게 마음이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던 것일까?</font></p><p><font face="Batang, 바탕">그냥 그렇게 나의 봄은 끝나버렸다. </font></p><p><font face="Batang, 바탕"><br></font></p><p><font face="Batang, 바탕">당시에는 원망도 많았다. 애초에 잘해주지 않았더라면, 괜한 기대감을 갖게 하지 않았더라면.</font></p><p><font face="Batang, 바탕">그렇게 일방적으로 연락을 끊을 만큼 야속한 사람이었나?</font></p><p><font face="Batang, 바탕">그간 나를 대하면서 그러고 싶지 않은데 억지로 만나느라 </font><span style="font-family: Batang, 바탕; ">얼마나 역겹고 힘들었을까?</span></p><p><font face="Batang, 바탕"><br></font></p><p><font face="Batang, 바탕">하지만 이렇게 담아두었던 많은 말들은, 너를 우연히 마주치게 될 때면 그저 떠내려 가버리더라.</font></p><p><font face="Batang, 바탕">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그저 얼굴 한번 더 마주치고 싶어서 하염없이 네 건물 앞을 떠돌던 내가 있었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br></font></p><p><font face="Batang, 바탕">어느날인가 주먹을 꽉 쥐고서 용기를 내어 네게 다가갔다. </font></p><p><font face="Batang, 바탕"><br></font></p><p><font face="Batang, 바탕">"요새 많이 바쁘신가봐요, 연락이 잘 안되시네요 하하"</font></p><p><font face="Batang, 바탕">"어? 어, 응.."</font></p><p><font face="Batang, 바탕"><br></font></p><p><font face="Batang, 바탕">내가 정말로 좋아했던 너의 그 활짝 웃는 웃음 끝에 난처함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나는 순간 걷잡을 수 없이 슬퍼졌다. 너의 웃음을 그렇게 만드는 내 자신이 너무도 싫었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더 이상 붙일 말이 나오질 않아서 억지로 헛 구역질을 해 보다가 그냥 그렇게 돌아왔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너에게선 어떠한 말도 듣질 못했다. 차라리 그래서 다행이었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br></font></p><p><font face="Batang, 바탕">그 후로 나는 너를 보지 못했다. 네 번호도 없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인 것처럼, 우리 둘은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있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감정은 한번 불타오르고서 사그라든다는데, 내 감정은 아직도 빛바랜 채로 계속 남아있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br></font></p><p><font face="Batang, 바탕">이 감정에는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그렇기 때문에 되돌릴 수도, 잊을 수도 없는 것 같다.</font></p><p><font face="Batang, 바탕">첫사랑이란 건 그런 게 아닐까. </font></p><p><font face="Batang, 바탕"><br></font></p><p><font face="Batang, 바탕"><br></font></p><p><font face="Batang, 바탕"><br></font></p><br class="Apple-interchange-newlin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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