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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17086
    작성자 : 꽃눈
    추천 : 1
    조회수 : 349
    IP : 125.185.***.19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11/08 16:15:38
    http://todayhumor.com/?readers_17086 모바일
    올해 제가 쓴 습작들 (스압)
    오유에 예전에 올린 글들도 많은데, 올해 쓴 것 다 모아서 올려봅니다.


      죄와 벌 : 시베리아에서 귤이나 까라

    고등학교 1학년 땐가, 2학년 땐가의 일이다. 나는 대구 효목도서관(지금의 수성 도서관) 2층 열람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책을 빌리려고 3층 종합자료실에 올라갔다. 
    들어가려는 순간, 한 남학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검은 배낭을 메고, 검은 뿔테 안경을 끼고, 하얀 얼굴. 
    기억은 자세히 안나지만, 깔끔한 옷차림. 
    도서관 대출증이 지금 없는데, 대신 책을 빌려주실 수 있냐고. 
    그는 죄와 벌 상권을 들고 있었다. 얼핏 보기에, 화려한 색상의 유화가 그려져 있는, 페이퍼백이었다. 
    나는 죄송하지만 못 빌려드리겠다고 하고, 자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몇 분 후 내 책을 골라서 들고 나오는데, 아직도 입구에서 그 남학생이 서 있었다. 죄와 벌 상권을 들고. 
    도서관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했던가. 
    순간 빌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그의 책을 받아서 내 이름으로 대출해줬다. 
    그 남학생은 종이 쪽지에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적어주었다. 
    그의 이름은 김인상이었다. 
    그는 캔커피를 사주겠다고 했다. 
    캔커피를 자판기에서 뽑아서 2층으로 내려오면서, 그는 나에게 몇학년이냐고 물었다. 
    고등학생이라고 알려주니, 그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지는 것은 내 착각이었을까. 
    그는 대학교 1학년인가, 2학년인가 그랬다. 
    학교 이름은 어렴풋이 기억나지 않는데, 경북댄가 계명댄가 그랬던 것 같다. 

    그런데 몇주가 지나도 그 남학생은 책을 반납 안했다. 
    전화해서 반납 해달라고 해도, 알겠다는 말 뿐이었다. 
    몇 달이 지나도 반납을 안했다. 
    계속 전화를 걸어도, 곧 반납하겠다는 대답만 할 뿐 반납을 안하는 거였다. 
    '먹튀'를 했으면 상식적으로 전화를 안 받아야 되는데, 전화는 꼭꼭 잘 받았다. 

    연체 때문에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못 빌렸다. 
    할 수 없이 학교 공부를 했다. 

    몇개월 뒤에 도서관에서 우편으로 독촉장이 날아왔다. 
    엄마가 보시고는, 무슨 일이냐고 물으셨다.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엄마가 그 남학생에게 전화를 걸어서 반납하라고 말씀하셨다. 
    그래도 그 남학생은 책을 반납 안했다. 

    결국엔 오천 얼마를 도서관에 냈다. 

    이제 몇년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죄와 벌을 '못' 읽는다. 
    왜인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는 꼭 읽고 싶은데, 지금은 아직 읽을 수가 없다. 아파서. 

    그 남학생, 김인상씨의 휴대전화 번호는 아직 엄마가 가지고 있다. 
    만약 내가 죄와 벌을 다 읽게 된다면, 꼭 전화해서 묻고 싶다. 내가 빌려준 죄와 벌 상권, 아직 가지고 있냐고. 
    죄와 벌, 다 읽으셨냐고.


      실뜨기와 깨물림

    털실의 양끝을 묶어서 고리로 만들어, 손에 걸어서 둘이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드는 실뜨기를, 아마 여러분은 어릴 때 해보셨을 것이다. 그런데, 그 실뜨기를 하는 방법을 처음 배울 때를 기억하시는지?
    내가 초등학교 1,2학년 때였을 것이다. 주말 오후, 엄마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계셨다. 아빠는 나에게 실뜨기를 가르쳐주겠다고 하셨다. 털실을 묶어서 고리를 만들고, 일단 아빠 손에서 이렇게 저렇게 해서 첫번째 모양을 만드셨다. 그러고는, 실을 풀어서 내게 주며 해보라고 하셨다. 내가 잘 못하자, 아빠는 내 손을 잡고 이렇게 하는 거라며 가르쳐주셨다. 내가 첫번째 모양을 만들어내자, 아빠는 양 손 손가락을 걸어서 실을 뒤집으셨다. 이어서, 나의 짧은 감탄.
    그 다음에, 아빠는 내게 말로, 어디에 손가락을 걸어서 어떻게 움직이라고 가르쳐주셨다. 그런 식으로 몇 번 하면서 실뜨기를 배우고 있었다. 그런데 내 차례가 되었는데, 아빠 말을 듣고도 도통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벽에 부딪혔다. 아빠는 계속 말로 설명을 하셨지만 나는 못 알아듣고, 아빠는 답답하신 표정이셨다. 그런데 그 때, 아빠는 얼굴을 숙이더니, 내 손가락을 앙! 물고, 내 손가락을 움직이시는 거였다.
    나는 놀라서 엉엉 울었다. 병원에 갈 정도로 다치진 않았지만, 꽤 아팠던 것으로 기억한다. 부엌에 계시던 엄마는 내가 우는 소리를 듣고 급히 이쪽으로 오셨다. 자초지종을 내게 들은 엄마는 아빠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왜 애 손가락은 깨무냐고. 나는 엉엉 울고, 엄마랑 아빠는 싸우시고. 평화롭던 가족의 주말 오후에 실뜨기 때문에 분란이 생겼다.
    아빠는 그 때 왜 내 손을 깨무셨을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고작 실뜨기 가르치자고 애 손을 깨무나,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내 손은 지금 이렇게 멀쩡히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고, 더군다나 그 때 일로 말미암아 이렇게 글을 남길 수 있지 않은가! 나도 나중에 실뜨기를 가르쳐줄 만한 조카나 내 아이가 생기면, 그 때는 실뜨기를 어떻게 가르쳐줘야 할까? 아이가, 더 이상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벽에 부딪히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줄 수 있을까?


      고통에도 순응이 있다?!

    고등학교 생물 시간, 분명히 교과서에서 '고통(통각)에는 순응이 없다'고 배웠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그 때도, 지금도 믿지 않는다.
    몸이 아파서 생기는 고통에는 순응이 없다고 느꼈지만, 맞아서 생기는 고통은 분명 경험상 순응이 있었다. 특히나 머리카락 쥐어뜯기는 정말 확연히 느껴질 정도의 순응이 있었다. 머리카락을 한 번 쥐어 뜯긴 다음에, 수십 초 후 두번째, 세번째로 쥐어 뜯길 때는 고통의 체감 강도가 확연히 줄어들었다. 이걸 안다는 것이 좀 비참하기는 하지만, 이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감각 기관으로 경험한 바와 '고통에는 순응이 없다'는 교과서의 명제가 달라서 그 당시 조금 혼란스러웠던 경험이었다.
    '맷집이 늘다'라는 말을 들어보셨는지? 국어사전에서 '맷집'을 찾아보면 '매를 견디어 내는 힘이나 정도.'라고 되어 있다. '맷집이 늘다'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도 보아, 고통에도 순응이 있다.


      유언과 개 짖는 소리

    마지막으로 세상에 남길 유언이 뭔가?"라는 친구이자 동지인 엥겔스의 질문에 대한 카를 마르크스의 대답.
    "집어치워! 유언이란 살아서 충분히 말하지 못한 바보들이나 남기는 거야!"
    랜선 지인은 이 유언을 '좆간지'라고 표현했다. 여러분은 유언으로 무엇을 남길지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유언으로 남기고 싶을 만큼 중요한 말이라면 언젠지도 모를 죽기 직전이 아니라, 지금 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굳이 유언을 남기자면, 사랑하는 이가 만약 옆에 있다면 키스해달라고 말하고 싶다. (근데,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아무튼, 정말로 죽을 뻔한 상황에 처했을 때가 최근에 있었다. 자살 시도 비슷한 것. 자살할 의도 따위를 가질 정신머리도 아니었지만,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내가 남긴 유언은 뭐였을까?
    ......쪽팔리게도 '멍멍 짖었다.' 말 그대로 개소리, 개 짖는 소리가 유언이 될 뻔했던 것이다. 한적한 시골 동네에서 분명히 그걸 들은 사람은 많았을 것이다.
    이유가 뭐였을까?
    방화, 화재로 인해 죽을 뻔 했었고, 그 때 그 곳에서 우리 집에서 키우는 개 '별이'가 생각났던 것이다. 방화로 인한 자살 시도는 고등학교 때도 한 차례 있었고, 그 때 3개월짜리 갓난애기였던 별이를 다른 방에 둔 채 문을 닫고, 방화를 했었다. (가스 렌지 위에서 뭘 태웠었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화재가 번지지는 않았다.) 연기에 취해 자연스럽게 침대에 누워 죽음을 기다리는 최후의 순간. 다른 방에서 별이가 낑낑거리는 소리가 애타게 들려왔다. 나는 연기에 취해 이미 반쯤 기절해있었고, 별이에게 쉬이 갈 수 없었다. 그래도 계속 들리는 낑낑거리는 소리에 잘 가누어지지도 않는 몸을 이끌어 별이가 있는 방에 갔더니, 문을 닫았음에도 그 방도 연기가 이미 가득 차 있었다. 창문을 열어 그 방의 환기를 시키고 그 방 문을 다시 닫고 나서야, 나는 다시 내 방으로 가서 누울 수 있었다. 물론 그 때 죽지 않고 살았기에 이 글을 쓴다.
    아무튼, 한적한 시골 동네에서 나는 '별아, 미안해'를 연신 외치고 '멍멍' 짖어댔다. 이미 줄담배를 피우고 나서여서 도파민에 취해있었기도 하지만, 제정신은 아녔다. 최후가 될 뻔한 그 때, 화장실에 갇혀서 창 바깥에서 들어오는 연기를 마시는 상황이 그 때 별이가 처한 상황과 똑같았기에 별이가 생각났던 것이다.



      꽃을 떨어트리는 바람도 날리는 꽃들이다

    땅을 뒹굴어 갈색으로 변한 바람을 보며
    하얗게 질린 꽃은
    흙으로 돌아가면 잎으로 다시 날 것을 모른다

    꽃이 져야 열매가 맺히고
    그 열매가 또 자라 꽃을 피울 것을 모른다

    떨어지는 것은 바람에만 맡겨야 한다
    팔이 없어서
    그만 놓아버리지도 못 한다

    차라리 누군가의 손에 꺾여 가면 어떨까 생각하다가
       은 바람이 된다.





      용천사(湧泉寺)

    대웅전 밑
    허리께 오는 작은 둘확 두 개
    하나에는 물이 차 있고
    하나에는 아무 것도 없다

    물 위에는 연보라 빛
    부레옥잠 꽃 한 송이 피었다
    나는 빈 돌확 안에 들어가
    찬 바람을 견디다가
    피는 꽃이고 싶다






      매화

    꽃잎을 보며 너의 손톱 같다며 웃는 그대는 이제 없다





      지하도

    달의 어두운 면에서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쓰고 싶다
    잠들어, 내 영혼은 집에서 빠져나와 담티역 지하도를 건너 구치소 어디쯤을 헤메고 있다
    거기서 누군가를 찾는지 몰라, 그도 내 꿈을 꾸고 있을까 몰라
    토끼 같은 눈을 감고, 자고 있다





      벼꽃

    시발!
    농부들 욕 들어쳐먹어가며 피워놨더니
    나랑 똑같은 유전자 가진 게 몇 억 개

    시한부 인생,
    무덤 밭에 구슬붕이는 술이라도 쳐먹지!

    농약을 들이키며
    조금 더 죽음에 가까워지고
    광기에서 멀어져가




      만짐

    새벽에 자꾸 깨는데 어찌하면 좋겠냐는 나의 말에
    정신과 의사는 나가서 좀 걸으라고
    새벽 다섯시에요?
    그래

    나는 해도 안 뜬 시각, 나가서
    그날 처음 한 알 먹었던 섬망을 찾아 헤메다닌다
    어제 저녁먹고 나서 먹었던 약 기운이 가시고
    내 광기의 혜성이 지구에 가장 가까워질 무렵
    나는 신천 위 다리 한가운데 쯤에서 어떤 소리를 듣는다
    내 폰이 6시 반 알람을 울린다
    이승열의 Why We Fail
    대구은행역에서 경북대 가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잘 못하는 화장이나마 하고 그날 입을 옷을 찬찬히 고르기 위해 나는 6시 반에 일어나곤 했던 것이다
    차가 쌩쌩 지나다녀 알람 소리는 잘 안들리고,
    나는 폰을 귀에 가까이 대고, 내 일상이 걸었던 음성 메세지를 듣는 것처럼, 알람을 듣는다

    아침에 잘 못 일어나서, 사칙 연산을 해야 꺼지는 알람을 스마트폰에 설치했다던, 휴학하고 약대 입학 시험을 준비하던 과 동기
    그리고 너의 알람은 무엇이냐는 말에, 이승열의 Why We Fail 이라고, 우울한 기분으로 아침을 맞을 수 있어서 좋다고, 농짓거리 하던 날이

    나는 내가 지나온 다리, 차갑고 검고 음각된 다리 이름을 확인한 뒤에,
    얼른 폰으로 이 시를 입력한다,
    희망교



      쇠창살

    너는 나를 볼 수 있고
    나는 너를 볼 수 있다

    네가 안에 갇힌 건지
    내가 안에 갇힌 건지

    공간의 분리는
    곧 완전한 분리로 이어질까

    문이 따지고 네가 내 쪽으로 오면
    우리 둘 다 갇히게 되는 걸까
    둘 다 자유가 되는 걸까

    애초에 안과 밖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감옥은 평화고 밖이 전쟁터이므로

    너와 나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의 죄수이거나 간수인 채로
    영원히 겹쳐질 수 없을까

    네가 늑대 인간으로 변신해 쇠창살을 뜯어내는 상상을 한다
    그렇다 해도 나는 이성을 잃은 너에게 곧 물려 죽고 말 것이다

    애초에 너와 내가 존재하기도 전에도 쇠창살은 있었고
    삶은 로맨스가 아니다

    그럼에도 쇠창살 너머로 너를 본다
    마주 보는 눈빛만으로는 불충분하냐고





    신천

    그래도 오늘도 살았다
    신천은 빠져 죽기에는 너무 얕아서.



      실험

    캄캄한 밤 자다 일어나내가 아닌 이에게 말을 걸고 싶어진다 컴퓨터를 끄지 않고 누워있었다 불도 켜지 않고 모니터도 끈다 어둠 속에 앉아 타이핑한 이 글을 보려면 그대에겐 빛이 반드시 필요하다 글을 쓰는 데에는 빛이 필요없지만 읽는 데에는 반드시 빛이 필요하다 아니면 점자 프린터와 예민하고 훈련된 손끝이나 이제 방 안의 사물들의 윤관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러나 모니터는 완전한 암흑이고 검은 키보드의 글자판 또한 여전히 암흑이다 그대가 이 글을 읽지 않는다면 이 글 또한 영원히 암흑 속에 있을 것이다 빛이 어둠을 밝히나 어둠은 빛을 끌 수 없다 당연한 진실이다 나는 어둠에서 뭔가를 길어올려 지금 그대가 보고 있는 빛, 여백의 하얀 빛에 ㅁ무언가를 전해주고 싶다그러나 이 것은 실험일 뿐이다 애초에 빛이 없었다면 글을 배우지도 타자 치는 법도 몰랐을 테니까 어둠은 왜 빛을 끄지 못하냐고, 투정



      다시 봄이 온다면...

    매화가 져버려서 다행이다
    매화를 닮은 향기가 나던 그대가
    더이상 생각나지 않아서
    다시는 매화가 피지 않길
    그대 향기를 잊어버릴 수 있게

    목련도 져버려서 다행이다
    목련 같은 웃음을 짓는 그대가
    더이상 떠오르지 않아서
    내년에 다시 목련이 피어도
    그땐 목련을 봐도 그대가 생각나지 않으리

    벚꽃도 져버려서 다행이다
    벚꽃처럼 떨어지던 그대 눈물도
    다 잊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아니 거짓말, 벚꽃이 설령 다시는 피지 않는다 해도
    그대의 울음은 잊혀지지 않으리

    동백도 져버려서 다행이다
    동백처럼 시뻘건 피를 흘리다 죽어버려라
    동백은 내년에 다시 피겠지만
    그대는 돌아오지 않으리

    애초에 그대가 나를 저버린 건
    꽃이 져버리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네




    절념(竊念)

    손 탈까 차마 만지지도 못하는 꽃눈을
    쌓이지도 못하는 풋눈이 희롱하네 속절없어

    속절없어 봄이 오고 개화한 목련은
    그 풋눈 비슷한 색





      마지막 시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건 나는 게 아니고
    펜으로 쓴 꽃과 바깥의 진짜 꽃 사이의 거리는 무한대인데
    왜 시를 쓰는가

    나의 펜, 그대가 읽는 문자 사이의 무한대의 거리
    그로 인한 오해와 곡해에 비하면
    우리의 물리적 거리는 이 얼마나 가까운가
    펜을 놓고 그저 그대를 품에 안는 게 낫다



      꽃에 침을 뱉어라


      날카로운 첫 키스

    눈이 펑펑 왔던 그 때 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이었죠
    삭월세 방을 놓고 부모님은 맞벌이 나가셨고 동생은 눈싸움을 하러 나갔고 집엔 할머니와 내가 있었죠
    셋방을 보러 당신이 왔고, 할머니께 물 한 잔을 부탁했고,

    그 사이, 우리는 첫 키스를...
    어린 나는 놀라서 당신의 혀를 깨물었죠
    당신은 태연하게 나를 내려놓고, 당신의 그것을 꺼내서 한 번 만져보라며, 이거 좋은 거라며

    십삼사년이 지나 대학생과 교수로 다시 만났을 때, 나는 당신을 알아보지 못했었죠
    종강 파티에서 나는 과가 안 맞아서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최소한의 알바만 하며 지내는 게 어떻겠냐고 당신에게 물었고
    당신은 이혼한지 오래라며, 돈 쓸 일이 옷 사고 책 사는 거 밖에 없다고
    며칠 후, 신년 벽두 나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선배가 견습 공무원 추천 때문에 성적이 필요하다며, 내 성적인 a-와 그 선배의 성적인 b+를 바꿔줄 것을 청했어요
    공정하지 못하다는 나의 말에,
    나도 20년 전 같았으면 불러서 싸대기를 때렸다고, 그치만 한 번 적선한 셈 치고 도와주는 게 어떻겠냐고
    내가 너희들 성적을 좋게 준 이유가 뭐겠냐고
    세 단계씩 높게 줬는데, 원래대로 낮게 바꿀까
    그게 공정한 거 아니냐고

    나는 알았다고, 바꿔 드리겠다고 대답하고 며칠을 끙끙 앓아누웠어요
    새벽 두 시에 문자를 보냈죠
    '교수님, 성적 교환은 제가 손해였다고 말하면 됐었어요. 공정하지 못하다는 건 위선이었어요.'
    괴로워하다 당신에게 전화했더니, 당신은 원래대로 바꿔줄테니,
    내 수업도 듣지 말고 사람들하고도 어울리지 말라며 큰 소리를 쳤죠

    나는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는 길에 울었고, 꽃이 아파왔어요
    당신은 선배와 나에게 말했죠, 귤 먹어라.
    근데 귤을 먹었으면 그걸 해야지.

    이를 닦아야지.
    굳어있는 내 얼굴을 보고, 당신은 얼굴 피라며.


      초생이 그믐에게

    당신은 내게 말하셨지요
    나처럼 살라고

    나는 당신을 꿈꾸지만
    당신과 다릅니다

    그러나 망원경 속에서,
    오늘도 어느 천체물리학자가 딸에게 선물한
    망원경 속에서
    나는 당신입니다

    중학교 신입생 때,
    천체관측동아리의 첫번째 모임에서 선생님이
    맨눈으로 보는 달과 망원경으로 보는 달의
    차이를 맞히면 문화상품권을 주겠다고 하셨는데요

    제 자랑이지만,
    제가 단 한번 망원경으로 달을 보고 맞혔지요
    좌우가 바뀌어 보인다고

    오늘도 지구의 그 많은 망원경 속에서
    나는 당신입니다

    언젠가 나는 당신이 되겠지만
    그 모습은 과거와는 또 다를 것입니다
    매일 다른 구름이 나를 입혀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눈이 내립니다
    새벽녘에, 기온이 너무 낮아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길이 얼면 사람들이 다칠 수 있으니까요

    내가 당신이 되었을 때
    날씨는 어떠할까요
    그 때 뵙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꽃눈의 꼬릿말입니다
    화아(花芽)  
    명사
    <식물> [같은 말] 꽃눈(자라서 꽃이나 화서가 될 싹). ‘꽃눈’으로 순화.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4/11/08 21:38:57  115.86.***.89  전기수  122731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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