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 게시판 |
베스트 |
|
유머 |
|
이야기 |
|
이슈 |
|
생활 |
|
취미 |
|
학술 |
|
방송연예 |
|
방송프로그램 |
|
디지털 |
|
스포츠 |
|
야구팀 |
|
게임1 |
|
게임2 |
|
기타 |
|
운영 |
|
임시게시판 |
|
당신은 내게 말하셨지요 나처럼 살라고 나는 당신을 꿈꾸지만 당신과 다릅니다 그러나 망원경 속에서, 오늘도 어느 천체물리학자가 딸에게 선물한 망원경 속에서 나는 당신입니다 중학교 신입생 때, 천체관측동아리의 첫번째 모임에서 선생님이 맨눈으로 보는 달과 망원경으로 보는 달의 차이를 맞히면 문화상품권을 주겠다고 하셨는데요 제 자랑이지만, 제가 단 한번 망원경으로 달을 보고 맞혔지요 좌우가 바뀌어 보인다고 오늘도 지구의 그 많은 망원경 속에서 나는 당신입니다 언젠가 나는 당신이 되겠지만 그 모습은 과거와는 또 다를 것입니다 매일 다른 구름이 나를 입혀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눈이 내립니다 새벽녘에, 기온이 너무 낮아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길이 얼면 사람들이 다칠 수 있으니까요 내가 당신이 되었을 때 날씨는 어떠할까요 그 때 뵙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날카로운 첫 키스 눈이 펑펑 왔던 그 때 난 겨우 초등학교 1학년이었죠 삮월세 방을 놓고 부모님은 맞벌이 나가셨고 동생은 눈싸움을 하러 나갔고 집엔 할머니와 내가 있었죠 셋방을 보러 당신이 왔고, 할머니께 물 한 잔을 부탁했고, 그 사이, 우리는 첫 키스를... 어린 나는 놀라서 당신의 혀를 깨물었죠 당신은 태연하게 나를 내려놓고, 당신의 그것을 꺼내서 한 번 만져보라며, 이거 좋은 거라며 십삼사년이 지나 대학생과 교수로 다시 만났을 때, 나는 당신을 알아보지 못했었죠 종강 파티에서 나는 과가 안 맞아서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최소한의 알바만 하며 지내는 게 어떻겠냐고 당신에게 물었고 당신은 이혼한지 오래라며, 돈 쓸 일이 옷 사고 책 사는 거 밖에 없다고 며칠 후, 신년 벽두 나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선배가 견습 공무원 추천 때문에 성적이 필요하다며, 내 성적인 a-와 그 선배의 성적인 b+를 바꿔줄 것을 청했어요 공정하지 못하다는 나의 말에, 나도 20년 전 같았으면 불러서 싸대기를 때렸다고, 그치만 한 번 적선한 셈 치고 도와주는 게 어떻겠냐고 내가 너희들 성적을 좋게 준 이유가 뭐겠냐고 세 단계씩 높게 줬는데, 원래대로 낮게 바꿀까 그게 공정한 거 아니냐고 나는 알았다고, 바꿔 드리겠다고 대답하고 며칠을 끙끙 앓아누웠어요 새벽 두 시에 문자를 보냈죠 '교수님, 성적 교환은 제가 손해였다고 말하면 됐었어요. 공정하지 못하다는 건 위선이었어요.' 괴로워하다 당신에게 전화했더니, 당신은 원래대로 바꿔줄테니, 내 수업도 듣지 말고 사람들하고도 어울리지 말라며 큰 소리를 쳤죠 나는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는 길에 울었고, 꽃이 아파왔어요 당신은 선배와 나에게 말했죠, 귤 먹어라. 근데 귤을 먹었으면 그걸 해야지. 이를 닦아야지. 굳어있는 내 얼굴을 보고, 당신은 얼굴 피라며. |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 제 목 | 이름 | 날짜 | 조회 | 추천 | |||||
---|---|---|---|---|---|---|---|---|---|---|
43 | 경북대 북문 광장에서 있었던 작은 사건 (제가 직접 쓴 글) [1] | 꽃눈 | 15/01/04 14:34 | 69 | 2 | |||||
42 | <철학자와 하녀>인상 깊은 부분 발췌 [1] | 꽃눈 | 14/12/14 06:33 | 29 | 1 | |||||
41 | 쥐를 위해 항상 밥을 남겨두고, 부나비를 가엾이 여겨 등불을 켜지 않는다 | 꽃눈 | 14/12/14 06:32 | 41 | 0 | |||||
40 | 장편 소설 감상문 3편 | 꽃눈 | 14/12/14 06:31 | 16 | 1 | |||||
39 | [홍보/대구][국어 1등급] 초중고 국어 과외합니다 [3] | 꽃눈 | 14/12/13 09:18 | 31 | 1/4 | |||||
38 | 지렁이 (반말주의) [2] | 꽃눈 | 14/12/11 15:39 | 28 | 0 | |||||
37 | 연꽃과 수련 [1] | 꽃눈 | 14/12/11 15:33 | 30 | 0 | |||||
36 | 생리통 약 좀 추천해주세요 (천식, 조현병 환자) [6] | 꽃눈 | 14/12/11 13:36 | 27 | 0 | |||||
35 | 대한민국 교육에 대한 아쉬운 점 [2] | 꽃눈 | 14/12/07 08:40 | 61 | 1 | |||||
34 | 제가 peet 쳐도 될까요? [2] | 꽃눈 | 14/12/06 08:37 | 81 | 0 | |||||
33 | 토론을 할 때 '벽보고 얘기하는 것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5] | 꽃눈 | 14/12/05 14:10 | 134 | 0 | |||||
31 | 사회적 기업 창업할 아이디어 좀 봐주세요 [2] | 꽃눈 | 14/12/04 20:11 | 38 | 1 | |||||
30 | 이성으로서 관심이 없는 남자 선배에게 간단한 선물을 하고 싶은데 [14] | 꽃눈 | 14/12/04 06:13 | 219 | 0 | |||||
29 | 엄마를 가정폭력으로 고소하고, 집을 나가려고 합니다. [1] | 꽃눈 | 14/11/17 12:45 | 74 | 3 | |||||
28 | 엄마를 가정 폭력으로 고소하려고 합니다 [1] | 꽃눈 | 14/11/16 19:45 | 56 | 0 | |||||
27 | 시 몇 편 | 꽃눈 | 14/11/14 06:41 | 19 | 0 | |||||
26 | 올해 제가 쓴 습작들 2 | 꽃눈 | 14/11/08 16:29 | 16 | 0 | |||||
25 | 올해 제가 쓴 습작들 (스압) | 꽃눈 | 14/11/08 16:15 | 19 | 1 | |||||
24 | 폰카와 똑딱이로 찍은 사진들 | 꽃눈 | 14/11/07 12:40 | 42 | 0 | |||||
23 | 실뜨기와 깨물림 | 꽃눈 | 14/11/06 23:00 | 22 | 0 | |||||
22 | 정신과 약 때문에 집중이 잘 안돼요... | 꽃눈 | 14/11/06 19:35 | 19 | 0 | |||||
▶ | [시]초생이 그믐에게 / 날카로운 첫 키스 [1] | 꽃눈 | 14/11/06 17:26 | 17 | 0 | |||||
20 | 유언과 개 짖는 소리 | 꽃눈 | 14/11/06 17:21 | 15 | 0 | |||||
19 | 좋아하는 사람 집 앞에 무작정 찾아가도 될까요? [4] | 꽃눈 | 14/11/04 18:28 | 93 | 1/5 | |||||
18 | 죽고 싶어요 [1] | 꽃눈 | 14/11/04 13:13 | 80 | 0 | |||||
17 | 똑딱이와 폰카로 찍은 사진들 | 꽃눈 | 14/10/26 13:37 | 43 | 0 | |||||
16 | [본삭금] 등하교 및 흙길용 자전거 추천해 주세요 [12] | 꽃눈 | 14/10/26 12:30 | 37 | 1 | |||||
15 | [질문/본삭금] 코드 따는 능력이 없는데, 베이스 기타를 칠 수 있을까요 [5] | 꽃눈 | 14/10/21 15:46 | 29 | 0 | |||||
|
||||||||||
[1] [2] [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