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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소녀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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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 : 411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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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freeboard_785206
    작성자 : 미술관소녀
    추천 : 3
    조회수 : 1064
    IP : 61.72.***.245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4/10/05 07:51:06
    http://todayhumor.com/?freeboard_785206 모바일
    일본에 살았을 때 룸메이트 언니
    가 생각난다. 내가 잘해주지 못한 것 같아서....

    나랑 언니는 한국 대학생들 중에서 나이가 많은 축에 속했다.

    나는 그때 24살, 언니는 26살.

    같이 방을 썼는데, 언니가

    "아 여기 이불 마음에 안 들어 ㅠㅠ"

    이러면 나는 

    "전 괜찮은데요."

    이러고,

    "여기 드라이기도 없어 ㅠㅠ"

    이러면 나는

    "전 드라이기 안 써서...."

    이러면서 묘하게 언니와 상반되는 대답만 했던 것 같다. 너무나 수더분하고 털털했던 난 밤에 머리감고 그냥 자기도 했고, 언니는 "머리 안 말려도 괜찮아?" 하며 걱정을 했다.

    신사이바시나 도톤보리로 자주 나가는 걸 좋아했던 나와 달리,

    언니는 매일 은각사니 금각사니, 사찰이나

    사슴이 나온다는 나라로 갔다.

    사슴 똥도 보고 먹이도 줬다고 좋아하는 언니를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지금 언니의 나이를 훨씬 뛰어넘어 보니

    나도 언니가 갔던 은각사, 금각사, 사슴이 뛰어놀던 사슴공원에 가 보고 싶다.

    오랫동안 같이 방을 쓰면서도

    나는 언니한테 살갑게 대하지 못했던 게 너무 미안하다.

    한번, 언니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준 적이 있었는데, 학교를 오랫동안 다닌 이유가

    중간에 휴학하고 독일에서 6개월간 살았다고 했다.

    작고 마르고 연약한 외모와는 달리, 어디서든 씩씩하게 세계에서 조금씩 살아왔던 언니는

    일본에서 그렇게 나와 한 방을 쓰게 되었다.

    나는 유럽을 가는게 그때까지 꿈이었으므로, 언니의 이야기에 반짝반짝 귀를 기울였고

    언니는 무척이나 그것을 반가워했고 고마워했다.

    언니는 사람들이 언니한테 다가가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 왠지 그럴것 같다는 눈빛을 하며, 혼자 방에서 맥주를 마셨다.

    가끔 언니가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나는 언니를 기다렸다.

    그때까지 나는 늦게 귀가한 적이 없었고 주로 늦는 쪽은 언니였기 때문에, 도대체 혼자 뭘그리 다니나. 싶었다.

    매일 하루도 빼먹지 않고 캔맥주를 마시던 언니를

    지금 내가 닮아가고 있다. 언니의 취향, 언니가 행동했던 것들을 지금 내가 닮고 있으니

    그 언니가 더욱 생각난다. 

    또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언니.


    언젠가 공포게시판에 썼던,

    내 목소리를 흉내낸 귀신 생각도 난다. 나와 그 언니에게 "언니~" 라고 내 목소리를 흉내내던 귀신 목소리 ... 
    물론 환청일 수도 있고 둘다 잘못 들은 것일 수도 있지만... 내 목소리라니....

    준비성이 철저하고 꼼꼼하고 때로는 까탈스러운 언니와
    그때까지만해도 털털하고 무엇이든 노프라블럼이었던 나.

    그런 언니를 이해할 날이 오게 되다니....
    미술관소녀의 꼬릿말입니다
    당신은 나의 찬란한 봄이다. 

    You make me smile.
    당신은 나를 웃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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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0/05 08:06:14  182.250.***.228  12345마이갓  71900
    [2] 2014/10/05 15:01:12  118.34.***.27  CIEN  136983
    [3] 2014/10/12 09:49:50  124.111.***.117  레서팬더  77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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