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토요일, 남자친구가 중간고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div> <div>등교길과 내 출근길에 만나서 같이 걸어가기도 하고,</div> <div>가끔씩 밥 먹었지만 시험기간에는 밥은 못 먹고 아침 출근길에 얼굴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div> <div> </div> <div>그래도 그 전에는 아예 시험기간에는 못 만났으니 그때보단 더 많이 만나는 셈이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시험끝나고 같이 고기도 먹기로 해서, 나는 더욱 더 시험 끝나기만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div> <div>고기와 남자친구....!</div> <div> </div> <div>그리고 토요일이 되었다.</div> <div> </div> <div>아버지에게 전화가 와서 전화통화를 하는데,</div> <div>내 전화통화를 모두 듣고,</div> <div>남자친구는 집에 간다고 한다.</div> <div>기분이 안 좋아졌다고 하는데, 표정이 정말 어둡다. 세상이 무너진 걸 본 것 같은 얼굴이었다.</div> <div> </div> <div>내 전 남자친구에 대한 칭찬을 아버지에게 강요하듯 말했다. 그 사람에 대한 장점들을 핏대세우며 말하고 있었다.</div> <div> </div> <div>그걸 듣고 남자친구는 지금이라도 내가 다시 돌아갈 것으로 느껴졌었나보다.</div> <div>화가 났다기 보다 기분이 좋지 않다고 한다.</div> <div> </div> <div>자기한테 가끔 예전 남자친구가 생각난다고 말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는데</div> <div>아버지한테 말하는 것을 보니, 마치 아버지때문에 헤어졌고 아버지만 아니었으면 안 헤어졌다는 것처럼 보인다고 한다.</div> <div> </div> <div>기분이 나아지면 만나겠다고 했다.</div> <div>그리고 오늘 일요일, 저녁식사 고기 먹기로 했으니 고기집 앞에서 만나자고 하더니</div> <div>정말로 고기만 먹고 바로 갔다. 1시간만 있다가 갔다.</div> <div> </div> <div>약속은 지켜야 돼서 온 거라고 한다.</div> <div> </div> <div>남자친구는 화를 내거나, 어차피 헤어질 것 같으니 끝내자, 이런 것도 아니었다.</div> <div>자신은 여전히 나(여자친구)를 사랑하며, 당신이 싫거나 밉지도 않다, 나(내 남자친구)는 기분이 좋지 않고 우울하다.</div> <div>라고 건강하게 자기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div> <div> </div> <div>집착하거나 괴롭히거나, 아니면 괴로움을 면탈하기 위해 상대방에게 해꼬지를 하거나</div> <div>원망하거나</div> <div>자기를 더욱 희생하면서 남에게 잘보이려고 하거나</div> <div>그 어떤 건강하지 못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div> <div> </div> <div>그저, 내게, 나는 기분이 좋지 않다. 라고 표현하였다. 그 말과, 표정, 우울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낙담하는 표정만을 보였다.</div> <div>고개만 숙이고, 손을 잡아도 손만 잡힌 채로 있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오늘, 일요일,</div> <div>그전에는 내가 만나자고 할 때엔 "오늘은 어려울 것 같아요." 라는 말로 그 날의 일정을 말하면서 피치 못할 사정을 이야기했다.</div> <div>하지만 난 그 "오늘은 어려울 것 같아요." 라는 말이 굉장히, 차갑게 들려서 서운했었다.</div> <div> </div> <div>하지만 그래도 짬을 내서 만나려고 애를 썼다. 집에 일찍 들어가야 하는 학생이기 때문에, (6시 저녁식사 직후 귀가. 늦어도 9시 귀가)</div> <div>주말엔 아침 일찍 일어나서 나를 만나러 왔다. 조금이라도 더 보겠다고..</div> <div> </div> <div>그런데 제일 먼저 한 말이 그거였다.</div> <div>자기가 매번 잠 아끼고 피곤해도 오고 고생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한다...</div> <div> </div> <div> </div> <div>쓰고 보니 나는 정말 나쁘네...</div> <div>이상하게 눈물 나오는 거 잘 참다가, 꼭 잘 들어가라고 말할 때 눈물이 난다.</div> <div>이것만 보면 마치 내가 혼자 있는 게 싫어서 이기적이어서, 남이 슬퍼하는 모습 볼 땐 무덤덤 하다가</div> <div>내가 이제 혼자 있게 되니까 눈물 나는 것처럼 보인다...</div> <div> </div> <div> </div> <div>오늘은, 아침에, 오늘 올 수 있냐고 물어보니,</div> <div>자기가 내 기분에 맞춰서 가야 되는 거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말투는 따지는 말투가 아니라 조용하게 묻는 말투..)</div> <div>나는 남자친구의 의견을 존중해 주기로 했다.</div> <div>남자친구가 편한 대로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div> <div> </div> <div> </div> <div>나는...</div> <div>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div> <div>앞으로의 인생을, 계속 행복하게 지낼 사람과 만났으면 좋겠다.</div> <div>나를 잘 케어해주고, 보잘 것 없지만 내가 좀 더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걸 도와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면 좋겠다.</div> <div>물질적으로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감정적으로 안정적인 느낌이 드는 사람과 함께 인생을 꾸려나갔으면 좋겠다.</div> <div> </div> <div>지금 남자친구, 사실 그렇게 나쁜 점이 없다. 자기 일 착실하게 하고,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하고,</div> <div>학생이지만 회사생활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성실하고, 돈도 아껴 쓴다.</div> <div>내가 필수요소로 생각하고 있는 건 다 갖추고 있다.</div> <div>자기 일 잘 하고, 회사생활 잘 알고, 성실하고, 돈 아껴쓰고.</div> <div>그리고 나와 같이 행복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div> <div>사실 그건, 둘 다 백수가 아닌 이상, 서로의 생업을 해야 하기때문에, 항상 같이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div> <div>내가 힘들 때 옆에 항상 남자친구가 있을 순 없을 것이다.</div> <div>나는 너무 거대한 것을 바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수퍼맨이 아닌 이상, 자기 직업도 성실히 하면서 내 곁에서 내가 힘들 때마다 24시간 대기조처럼 옆에 있어줄 순 없을 것이다.</div> <div>난.. 슈퍼맨을 바랐다.</div> <div>그리고 전 남자친구가 슈퍼맨이었을 뿐이다.</div> <div> </div> <div>그래도 슈퍼맨이 아니더라도, 지금 내가 어떤 감정인지를 잘 생각해야 한다.</div> <div>단순한 감정이어도 좋다.</div> <div>단순히 그냥 잘생겨서 좋다여도 좋다.</div> <div>착한 사람 또 한명을 또 다시 아프게 만들지 말아야겠다는 죄책감도 좋다.</div> <div>어떤 것이든, 난 내가 행복한 방법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한다.</div> <div> </div> <div>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고, 내 고민에 현자처럼 현명하게 대답해 줄 수 있고,</div> <div>또 내가 그렇게 해서 기운을 받고 더 많은 정보와 지혜를 가지고 다시 상대방의 인생을 윤택하게 해주는</div> <div>그런 순환고리를 만들며 사는 게 재미있다.</div> <div> </div> <div>나는 자기계발과 재테크에 능하다.</div> <div>하지만 세세한 인간관계에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배우자 한 명과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다.</div> <div>내가 가진 모든 정보는 배우자에게 집중해서 알려준다.</div> <div>내가 잘 되고, 상대방이 잘 되는 게 좋다.</div> <div>칭찬받고, 칭찬해주고, 그런 선순환의 삶을 살고 싶다.</div> <div> </div> <div> </div> <div>아직 나는 , 내 남자친구와 1년 넘게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이 어떤 표현으로 자신의 의사표현을 하는지 잘 모른다.</div> <div>항상 얼굴에, 표정으로만 말을 하는 듯 하다.</div> <div>질문을 하면 적절히 잘 대답해주고 명확하게 잘 이야기하지만,</div> <div>잘 이야기를 안 하니 내 이야기에 별로 동조하지 않아서 무응답인 건가 싶기도 하다.</div> <div>그래서 가끔 이야기하다 표정을 보면, 매우 감화 받고 있다는 표정이다. 표정만 보면 내 이야기에 심취해서 잘 듣고 이해하고 있다는 표정인데,</div> <div>보지 않으면 잘 모를 때가 있다.</div> <div> </div> <div>그리고 이렇게 화가 날 때에도, 기운이 나지 않는다, 기분이 좋지 않다, 는 말 외에는</div> <div>표정이 좋지 않은 것만으로 알 수 있다.</div> <div> </div> <div>저 집에 갈래요...</div> <div>이러면서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div> <div>그게 다였다.</div> <div>억지로 붙잡고서 이야기를 들으려고 해도, 울려는 표정을 숨기려는 아기처럼, 고개를 이리 저리 돌리면서 가방만 찾는다.</div> <div>눈을 안 마주치려고 애쓰고 얼굴은 땅만 쳐다본다.</div> <div> </div> <div>나를 혼내거나, 나에게 화를 내거나, 토라지거나, 하는 감정표현이 아니었다.</div> <div> </div> <div> </div> <div>그렇게 주말이 갔다.</div> <div>월요일이 시작되고,</div> <div>난 이번주 토요일에는 시골에 내려간다.</div> <div>머저리같은 큰외삼촌이 결혼식하는데, 우리집 애들 아무도 안 가면 안 되고, 또 내가 제일 잘났으니 데려가야 다른 이모들 기를 죽일 수 있다며</div> <div>아버지가 오라고 용돈까지 주겠다고 사정해서 가기로 했다.</div> <div>내 아까운 주말...</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