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써야 할 것만 같아서. <div><br></div> <div>요새 항상, 일찍 잠들었다가 새벽에 한번씩 깬다.</div> <div><br></div> <div><br></div> <div>며칠 전에는, 예전 남자친구 꿈을 꾸었어.</div> <div><br></div> <div>뭔가 언짢은 듯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어.</div> <div><br></div> <div>나는 깨진 플라스틱 그릇 조각을 들고 있었고, 그사람 곁에 있는 쓰레기통에, 그 그릇 조각들을 버렸어.</div> <div><br></div> <div>내가 아무리 불러도, 그사람은 대답을 안 했어.</div> <div><br></div> <div>그렇게 꿈에서 깨었어.</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상하지? 그 이후로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아무리 생각하려고 해도 자꾸만 없어져가.</div> <div><br></div> <div>예전 남자친구가 생각이 난다고, 지금의 남자친구에게 종종 이야기를 하곤 해. </div> <div><br></div> <div>지금 남자친구에게는 참 미안한 일이지.</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성신여대의 개인이 운영하는 닭갈비집에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div> <div><br></div> <div>또 어떤 날은, 지금의 남자친구가 소홀히 할 때, 내가 괴롭고 힘들어 할 때 혼자서 견뎌내야 할 때,</div> <div><br></div> <div>그럴때면 항상 예전 남자친구가 떠올랐어. 그리고 떠오른다고, 지금의 남자친구에게 말을 했지.</div> <div><br></div> <div>자신이 아무것도 못해준다는 것때문에 자책감을 많이 가졌어, 지금의 남자친구는.</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그러면서도, 내가 종종 예전 남자친구가 생각이 난다고 하는 이야기들을, 차분하고 담담하게 잘 들어주었어.</div> <div><br></div> <div>나한테 이러이러하게 했었다, 이런 일이 있었다, 이렇게 해줬었다, 이런 일이 있었다 등등...</div> <div><br></div> <div>에피소드가 좋은 이야기도 있고 나쁜 이야기도 있지만,</div> <div><br></div> <div>대-부분은,</div> <div><br></div> <div>내가 많이.... 아쉬웠던 부분, 내가 더 못해주지 않았나, 헤어질 때 너무 미안하다, 잘 살고 있나 걱정된다, 이런 이야기들.</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에어컨이 없는 집에서, 나는 돈을 아끼고자 에어컨을 달지 않았고, 그사람은 에어컨을 달자고 했었어.</div> <div><br></div> <div>그리고, 빨리 돈을 모아서 번듯한 집 하나 구하자고 했었지.</div> <div><br></div> <div>그런데, 헤어지고 나니까 짜잔- 하고 내 집이 생겼지뭐야? 아주 넓고, 부엌도 분리되어 있고, 베란다 창문도 넓은,</div> <div><br></div> <div>에어컨, 세탁기, 모든 게 갖춰진, </div> <div><br></div> <div>변태가 와서 창문을 넘보지도 않고, 아침에 남자친구가 출근한 사이 누군가가 침입해 문을 열려고 시도할 수도 없는,</div> <div><br></div> <div>건물 현관에 비밀번호가 있는 안전한, </div> <div><br></div> <div>그런 오피스텔에서, 나 혼자 살게 되었어.</div> <div><br></div> <div><br></div> <div><br></div> <div>이런 집, 그사람이 원했던 그런 깨끗하고 넓은 집에서 함께 지내자고 약속 했던 것 같은데 -</div> <div><br></div> <div>헤어지고 나서야 가질 수 있게 되었어. 나 혼자 여기서 사는 게 무슨 의미일까? 그사람은 잘 지낼 수 있을까?</div> <div><br></div> <div>그사람도 물론 오피스텔에서 살고 있지만, 나보다 비싼 월세로 살고 있어서, 잘 지내나 걱정도 되고,</div> <div><br></div> <div><br></div> <div>또 웃기게도,</div> <div>내가 여행을 그렇게 많이 좋아해서, 많이 졸랐을 때에는, 이제 우리 돈 아끼자고 여행 귀찮다고 했었는데,</div> <div>나랑 헤어지고 나니 카톡에 여행 사진 자주 올라오고, 또 자꾸 마음 아프게,</div> <div>우리 같이 갔었던 유럽 사진이 자꾸 올라오는걸 보게 되었어.</div> <div><br></div> <div>그 사진들, 전부 내가 찍어준건데.</div> <div>내 카메라로, 내 렌즈 앞에서 자연스럽게 유럽 거리를 다니던 그 사람의 모습들을 내가 다 찍고 있었거든.</div> <div><br></div> <div><br></div> <div>가끔씩 생각해, 사실, 내가 힘들 때 그사람이 했던 조언들이나 따뜻한 생각들이 떠올라. 솔직히 뭐라고 조언했는지 잘 기억 안 나지만,</div> <div>따뜻한 그 느낌이 기억에 남아. 나에게 언제나 커다란 산 같았고, 세상의 모든 풍파를 피해서 숨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었거든.</div> <div>그 속에 있으면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어.</div> <div><br></div> <div>아마 그래서, 지금 남자친구에게, 내가 힘들 때마다, 또 그때마다 따뜻하게 대하지 못하는 지금의 남자친구에게, 많이 실망도 했던 것 같아.</div> <div>내가 지쳐 쓰러졌을때, 그만하면 수고했다고 열심히 했다고 다독여줬으면 좋겠는데,</div> <div>지금의 남자친구는, (지금은 안 그러지만) 처음에는, 그럴수록 일어나라고 채찍질해서, 내가 더 심하게 울었거든.</div> <div>내일도 어차피 나는 힘내서 일어날테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지는 이미 나도 알고 있는데,</div> <div>너한테서까지 내가 편히 쉴 수도 없냐고 했던 것 같아.</div> <div><br></div> <div>물론 지금은, 남자친구는 최선을 다해서, 나에게 편안함을 주려고 해. 아주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자신이 언제나 나의 편에 서서 다독여줄거라고</div> <div>믿음을 심어주고 있지.</div> <div><br></div> <div><br></div> <div>지금 남자친구의 얘기는 적게 쓸래.</div> <div><br></div> <div>지금 나는, 다시 잠들기 전에,</div> <div><br></div> <div>잊혀져가는 그사람의 기억을 마지막으로 기록해두고 싶어서 그래. 언젠가 지울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기록해두려고.</div> <div><br></div> <div>내가 힘들때 위로해주고, 때로는 재롱부려서 나를 더 웃게 만들려고 애쓰고 노력하고, 잘 웃던 그 사람,</div> <div>정신력이 나보다 더 뛰어났어. 나는 강하지만 부러질 수 있는 타입이라면, 그사람은 쓰러지지 않는 나무와 같았지.</div> <div>유연하면서도 똑부러지게 사회생활에 잘 대처할 줄 알았고, 순진해보여도 할 말은 잘 하고 마음을 다치는 일이 없었어. 나와는 달랐지.</div> <div>뭔가 나보다 한참 정신력이 더 강한 사람이었어. 말도 잘 했고, 사회생활을 간파하고 마음 다치지 않으면서 맞서서 비난할 줄도 알았어.</div> <div><br></div> <div>힘들 때 다독여주고, 웃겨서 기분 좋게 해주고,</div> <div>배고프다하면 자다가도 눈 번쩍 떠서 밥 차려주고, 반찬 해주고, 제육볶음이든 닭발이든 뚝딱뚝딱 레시피 없이도 잘 만들었어.</div> <div>그 조그만 손으로 나를 참 잘 달래줬지.</div> <div>참, 그동안은 세상 무서운 것 없이, 항상 그사람에게서 사랑 받고, 자신감 받으면서 잘 지냈어.</div> <div><br></div> <div><br></div> <div>심지어 헤어지고 나서도, 회사에 대해 조언을 구하면, 나보고 능력있으셔서 잘 하실 수 있을거라고 위로해줬어. 그리고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코치해주고.</div> <div>참...대단하지.</div> <div><br></div> <div><br></div> <div>지금의 나는, 어쩌면 그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해, 그사람을 닮으려고 노력했어. 물론 그사람의 부족한 부분은 내가 채웠어.</div> <div>나는 지구력이 있었고, 끈기가 있었어. 한 가지를 깊게 탐구해서 정리하는 능력이 있는 반면, 그사람은 순발력이 있었고 행동력이 있었지.</div> <div>지금의 나는, 그사람의 유연성을 닮아가고 있어. 그래도 참, 든든했어. 무언가 계획에서 틀어지면 불안감을 갖는 나를 달래기 위해서,</div> <div>순발력있게 상황을 원래대로 되돌려놓는 능력이 있었어.</div> <div><br></div> <div>그리고 나는 그런 마음가짐을 닮고 있지. 어떤 상황에서도, 코웃음치며 넘길 수 있는 배짱.</div> <div>예전에 내가 가진 배짱이, 대학 졸업한 신입의 패기였다면,</div> <div>그사람이 가진 배짱은, 노련함이었어.</div> <div><br></div> <div><br></div> <div>아참, 나 승진도 했어. 드디어... 왜 하필 그사람과 헤어지고 나서야 이루어지는지 모르겠어.</div> <div>돈 많이 모아서, 함께 있기로 했는데.</div> <div><br></div> <div>아무튼, 이제 모든 게 갖추어져가고 있는데, 왠지 소용없게 된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그사람은 더운 여름날 잘 지내고 있나 걱정도 되고 그랬었어.</div> <div><br></div> <div>그리고 이제, 웃는 얼굴도 기억이 잘 안 나려고 해.</div> <div>어떤 상황에서 그사람이 그렇게 웃었는지, 무엇을 좋아했는지.</div> <div><br></div> <div>근데 항상, 생각이 날 때마다 지금의 남자친구한테 말했던 것 같아.</div> <div>나보고 케로로 닮았다고,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나온다고, 케로로 피규어를 만들어서 나한테 선물해주었다고 했어.</div> <div><br></div> <div>더운 여름이 되니 내 집 한 켠에 있는 구명조끼 두 개를 보며, 워터파크에서 장난을 치던 얄미운 모습도 생각이 나고, (이건 굳이 말하지 않았어)</div> <div><br></div> <div>그 외에도 참, </div> <div>많은 이야기들을</div> <div>지금의 남자친구에게 해줬던 것 같아.</div> <div><br></div> <div><br></div> <div>지금의 남자친구는, 헤어진 지 얼마나 됐는데 왜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사귄지 얼마 안 되었을 땐 말했는데,</div> <div>지금은 다 들어주고 있어. 얼마 전에 꾸었던, 깨진 그릇을 버리는데 전남자친구가 아무 말 없이 서있는 꿈을 꾸었다, 는 이야기까지도.</div> <div>"그분에게 어떤 일이 생긴 것 아닐까?" 라는 말까지 해주더라고.</div> <div><br></div> <div>아무래도, 이제 인연은 끝났다고 꿈에서 알려주는 거겠지?</div> <div><br></div> <div><br></div> <div>나는 지금의 남자친구에게 존댓말과 반말을 섞어서 해.</div> <div>반말을 하고 싶은데, 카톡을 하면 자꾸 존댓말을 하게 돼.</div> <div>그리고 어느날 남자친구는 나한테 말했지. '내가 자기보다 어린데, 존댓말하는걸 듣고 반말로 대답할 순 없어서 같이 존댓말한다고. 그리고, 전남자친구에게 존댓말 써서 나한테도 존댓말 쓰는거 알고 있다고.' </div> <div>라고 말하더라고.</div> <div><br></div> <div>맞아, 버릇이어서 존댓말이 나왔어. 전화할 땐 반말, 카톡할 땐 존댓말...</div> <div>아직도 고치기가 어려워.</div> <div><br></div> <div><br></div> <div>사실은 사진을 많이 지웠는데,</div> <div>27살 폴더의 사진들은 아직 못 지웠어. 엄청나게 많은 그사람의 사진들을 지우고 지워도, 겨우 29살, 28살 폴더의 사진들만 지우게 되었어.</div> <div>그리고, 27살 폴더에는 아직 앳되보이는, 더 말라보이는 그사람의 사진들과, 핸드폰 동영상들이 있었어.</div> <div><br></div> <div>굳이 열어보지 않으려고 해. 그러면서 아직 지우지도 않고 있어. 아마 내가 아이 낳을때쯤 지우지 않을까? 아니면 결혼할 때?</div> <div><br></div> <div><br></div> <div>아이...</div> <div>아이 있으면 좋겠다. 귀엽고 작은 아이.</div> <div><br></div> <div>참 이기적인 여자지. 그렇게 잘해주던 남자친구와 헤어졌는데,</div> <div>지금 남자친구도 나에게 잘해줘. 마치 내가 세상을 두 번 구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어쩔땐, 샤워하다가 생각이 나는데,</div> <div>혹시 전생에 내가 너무 고생해서, 신이 나한테 빚진 게 있나? 싶을 정도로,</div> <div><br></div> <div>지금의 남자친구도 무한한 인내와 기다림으로,</div> <div>내가 당신을 잊기를 기다리고 있어. </div> <div><br></div> <div>자기보다 훨씬 더 많은 세월을 함께 보냈을 터이니,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생각하는 것 같아.</div> <div>이야기하면, 차분히 잘 들어줘. 그 표정은 뭔가... 보살 같은 표정? 인자하고 차분한 미소.</div> <div><br></div> <div>내가, 헤어지는게 어떻겠냐는 말도 해보고, 힘들다고도 말해보고, 어떤 말을 해도,</div> <div>자신은 절대 나를 놓아버리지 않을 거라는 굳은 다짐을 하고 있어.</div> <div>나는 지금의 남자친구에게 기대지 못하고, 예전 남자친구의 큰 산같은 마음에 기대었던 때를 떠올리는데,</div> <div>지금의 남자친구는 그런 나를 기다려주고 있어. 자신이 더 많이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하면서.</div> <div><br></div> <div><br></div> <div>깨진 그릇을 버리면서 예전 남자친구가 아무말 없이 서 있던 그 꿈을 꾼 뒤로,</div> <div>자꾸만 기억이 희미해져간다. 기대었던 그 무엇도, 무엇이었는지 잘, 기억이 안 나려고 해.</div> <div>그사람도 곧 오피스텔 전세로 옮기겠지, 라고 스스로 안심시키기도 하고, 잘 지낼거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날들을 보냈어.</div> <div><br></div> <div>그리고 이제 나도 내 삶을,</div> <div>그리고 나를 기다리고 있는 지금의 남자친구를 점점 더 많이 떠올리며 지내게 되겠지.</div> <div>더 이상 방황하지 않고, 떠올리지도 않고, 지금의 남자친구에게 예전 남자친구의 아름다운 기억을 , </div> <div><br></div> <div>혹은 내가 잘못했던 점들에 대한 후회(헤어졌던 날, 잘해주지 못했던 게 가장 마음에 남았지. 그사람은 나를 붙잡았지만, 나는 받아주지 않았으니까) </div> <div>에 대해서</div> <div>더 이상 말하지 않는 날이 올거야.</div>
당신은 나의 찬란한 봄이다. 
You make me smile.
당신은 나를 웃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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