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저는 흔한 지방 대학원에 다니는 찌질찌질한 잉여임</p><p><br></p><p>하루종일 연구실에 짱박혀 있다가</p><p>저녁에 내려가서 여자친구랑 저녁먹고</p><p>다시 연구실에 올라와서</p><p>방금전까지 계속 컴퓨터를 하고 있었음</p><p><br></p><p>밤도 깊었겠다 이제 슬슬 자볼까? 하고는</p><p>종이컵을 들고 복도로 나갔음</p><p><br></p><p>복도 중앙에 있는 정수기에서 시원한 물 한잔을 떠서 마시고</p><p>자다 보면 분명히 목이 탈거야 싶은 생각에</p><p>자리끼로 한잔을 더 떠서 연구실로 돌아가고 있었음</p><p>자리끼까지 생각하는 나의 현견지명을 대견해 하며 연구실 문을 열었는데</p><p><br></p><p>ㅅㅂ</p><p>ㅅㅂ</p><p>ㅅㅂ</p><p>ㅅㅂ</p><p>ㅅㅂ</p><p>ㅅㅄㅄㅄㅄㅄㅂ</p><p>ㅅㅂ</p><p><br></p><p>...</p><p><br></p><p>물뜨러 가면서 나도 모르게 연구실 문을 잠궜음</p><p><br></p><p>...</p><p><br></p><p>복도에서 오분간 멘붕</p><p>일단 자리끼로 떠온 물 원샷으로 정신줄을 잡고</p><p>공대 옥상으로 올라가 문을 쑤셔제낄 만한걸 찾아봤음</p><p>...은 개뿔</p><p>문 틈사이 빈 공간을 쇠로 덧대놔서 뭐가 들어갈 방도가 음슴..</p><p><br></p><p>츄리닝바람으로 복도에서 2차멘붕</p><p><br></p><p>그러다가 복도쪽 창문을 열어놓았다는게 기억남</p><p><br></p><p>근데 복도쪽 창문은 창문 사이에 가로로 창살이 있음</p><p>두줄 밖에 안되는 창살인지라 그 사이로 들어갈 수 있겠지? 싶었음</p><p>재빨리 짬푸해서 창살을 꼭 잡고 바둥바둥 올라가 창살 사이로 머리를 들이밀었음</p><p>...은 FAIL</p><p><br></p><p>58사이즈의 큰 데굴빡이 이렇게 원망스러울 수가 없었음</p><p>덕분에 머리카락에 덩어리진 먼지만 치덕치덕 묻힌 채 쓸쓸히 복도로 착지</p><p>3차 멘붕</p><p><br></p><p><br></p><p>...추움</p><p><br></p><p>졸라추움...</p><p><br></p><p><br></p><p>학교놈들...뭔 보안체계를 이리 굳건히 해놨는지 모르겠음</p><p>내가 낸 등록금을 다 문짝이랑 창살에 쏟아부었나봄...</p><p><br></p><p><br></p><p>지금 이고슨 공대 로비에 있는 ATM기 옆 정보검색용 컴퓨터...</p><p><br></p><p>조교들 출근시간은 9시 30분</p><p>ㅋ...6시간 24분 남았다</p><p><br></p><p>그때까지 얼어죽이 않았으면 좋겠다</p><p>그리고 조교들 1분이라도 지각하면 죽여버릴테다</p><p>폰도 없고 지갑도 없고 담배도 없고 술도 없고(???)</p><p>외롭다 괴롭다 서럽다</p><p><br></p><p>지금 기분상태라면 나의 신세한탄을 주제로 여섯시간 동안 타자를 계속 칠 수도 있을 것 같지만</p><p>손가락이 춥다</p><p>손가락이 아프다</p><p>손가락이 잘릴것 같다</p><p>발가락도 춥다...</p><p><br></p><p>혹한기땐 장갑이라도 줬지</p><p>아씨...</p><p><br></p><p>춥다</p><p>개춥다진짜..</p><p><br></p><p>이제 공대 구석 가서 방한체조하고 쭈구리고 있어야 겠다</p><p>잠들면 아침에 깨어날 수 있겠지?</p><p>인간은 생각보다 강한 존재이니까 깨어날 수 있을거야</p><p><br></p><p>내일 아침에 살아남으면 생존인증 할게요</p><p>여러분 사랑해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