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에 할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div>급성 부정맥과 신장악화로 2주정도 ICU에 계시다가</div> <div>21일 13시 25분에 심정지로 돌아가셨어요</div> <div><br /></div> <div>사실 할머니가 돌아가신거 참 반가워요</div> <div>그동안 할머니때문에 저희 어머니가 맘고생 참 많이 하셨거든요</div> <div>물론 그 영향이 저희한테도 왔구요</div> <div><br /></div> <div>얘기하자면 긴데 일단 저희 할머니는 무당이셨어요</div> <div>그리고 저희 어머니는 그 사실을 시집와서 몇년이 흐른 후에 알게되셨구요</div> <div>그리고 당신신앙을 따르지 않는 다는 이유로 모진시집살이를 하셨대요</div> <div>그런 못마땅한 며느리의 자식이니 저희도 이뻐보일리가 없겠죠</div> <div>저 역시 어렸을적 기억을 되집어봐도 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정을 받은 기억은 없네요</div> <div><br /></div> <div>지금도 기억하는게 중학생때 있었던 일인데</div> <div>명절마다 조부모님 댁에 내려가는데 그 당시 전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잘 못 잤거든요</div> <div>그래서 새벽늦게되서야 잠이 들었고 당연히 아침에 얼른 일어나지 못하고 이불속에서 꾸물댔어요</div> <div>그러자 할머니가 [저 호로새끼를 봤나]이러시더군요</div> <div>허허... 그래도 장손준데(저희 아버지가 6남매 장남이십니다) 호로새끼라뇨</div> <div>설사 남이 그런 소릴해도 뭐라고 해야할 분이 직접 그런 소릴 하시더군요</div> <div><br /></div> <div>어느정도 나이를 먹으니 [쟤는 지 애미를 닮아서 딱딱해]이러시더군요</div> <div>제가 원래 좀 말수도 적고 인상도 강한편이지만 그런 소리를 들을정도는 아니거든요</div> <div>물론 성격도 약간 보수적이라 애교가 없는것도 한몫하죠</div> <div>하지만 할머니에게 그런 소릴 들을건 아니라고 봐요</div> <div>당신이 먼저 정을 안주셨는데 제가 어찌 정을 주겠습니까?</div> <div><br /></div> <div>그리고 고모네 자식들과 차별대우를 받는다는걸 확실히 느낀게</div> <div>언젠가 명절때 셋째, 막내고모네 가족이 저녁 늦게 왔었는데</div> <div>할머니께서 [아이고 우리 00이 왔구나]하면서 문앞으로 반기러 나가시더군요</div> <div>그리고 조카들 뺨을 양손으로 쓰다듬어 주시는데ㅎㅎ</div> <div>이번 추석포함 28년동안 한번도 저희가 갔을때 할머니께서 저희쪽으로 오시거나 뺨한번 쓰다듬어 주신 적이 없습니다</div> <div>언제나 저희가 방으로 주방으로 찾아가 얼굴비추고 거실에서 큰절로 인사했었죠</div> <div>물론 아랫사람이 윗사람께 직접얼굴 비추는게 당연한 예의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김빠지는건 사람이라면 당연한 느낌이죠</div> <div><br /></div> <div>그외에도 참 많은 차별과 설움이 있었고</div> <div>저희 어머니는 저희보다 더 많은 설움과 고통속에서 세월만 흘러보내셨어요</div> <div>그러다 이번에 응급실에 실려와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되셨는데</div> <div>장남 며느리라는 이유로 어머니께서는 또 근 2주되는 시간을 할머니 병수발에 매진하셨습니다</div> <div>고모라는 사람들은 그냥 형식상 다녀가고 고생이란 고생은 어머니 혼자 다 하셨습니다</div> <div>저도 일주일 정도 어머니랑 같이 있었는데 정말 진이 다 빠지더군요</div> <div>하루 2번씩 면회하면서 내심 빨리 돌아가시길 빌었는데 사람이 그러는거 아니다 싶어서 마음을 고쳐먹었는데</div> <div>막상 이렇게 돌아가시니 아직은 심정이 복잡합니다</div> <div>어찌보면 산사람 고생 안시키고 덜컥 돌아가셔서 호상이라고 하시는 친지 어르신들도 계시더군요</div> <div><br /></div> <div>보통 시어머니가 임종직전에 며느리를 옆에 앉혀놓고 사과나 고생했다는 말을 하고 죽는다는데</div> <div>저희 어머니는 결국 그 단 한마디 듣지 못하시고 할머니를 보내셨습니다</div> <div>늘 명절시즌만되면 어머니께서 제게 푸념을 하시다가 항시 끝말이</div> <div>[옛날엔 시골갔다 집에 오면서 차안에서 몰래몰래 눈물을 훔쳤는데 요 몇년간은 눈물도 이젠 안나더라. 어머니는 할머니가 돌아가셔도 안울것같다]</div> <div>라고하셨는데</div> <div>염하기전 유족들에게 시신을 공개할 때, 그리고 화장할 때 어찌그리 서럽게 우시던지...</div> <div>정말 어머니가 실신하시는거 아닌가 싶을정도로 땅을치며 우셨습니다</div> <div>끝끝내 며느리로 인정받지 못 하셨다는 것 때문이신지</div> <div>아니면 40여년간 시집살이 하신 그 시간들이 서러워서이신지</div> <div>아들인 저로서는 그저 짐작만 할 뿐 지금도 앞으로도 100프로 다 알 수는 없겠죠</div> <div><br /></div> <div>수요일에 장례를 마치고 탈상 후 유품정리를 하고 오늘에야 올라왔는데</div> <div>아직도 기분이 붕 뜬것같네요</div> <div><br /></div> <div>세상에 고집도 그런 고집이 없을 정도로 독불장군에 하시는일도 무당이셨으니 그 성격이 오죽했을까요</div> <div>그런분이 이렇게 허무하게 가버리시니 뭔가 부질없기도 하고 여태 왜 저희에게 그러셨나 싶기도 하고...</div> <div>쓰고보니 두서없이 스크롤만 늘렸네요</div> <div>사실 말로하면 더 많이 풀텐데 글재주가 없어서 이것저것 생략된것들이 많네요</div> <div><span style="font-size: 9pt; line-height: 1.5">피곤하네요</span></div> <div>이제 정리하고 자야겠네요</div> <div>다들 주무세요</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