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년 때,더운 여름날이었다.
횡단보도 앞에서 초록불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기약없는 지루함을 달래기엔 하루에 한번 울리는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는게 최고였다.
파란불을 신호로 무서운 속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태양은 이 순간을 위해 그토록 달아올랐던 것일까.
하얀줄과 검은줄이 교차되어 있는 횡단보도가 내뿜는 열기에 어지러웠던것 같다.
투득
내 손을 빠져나간 핸드폰이 가볍게 땅에 떨어졌다.
여기까진 흔히 있는 일이다.
가볍게 허리를 굽혀 주으면 그만이다.
그리고 내 오른발이 핸드폰을 차버릴줄 알았다면 왼발을 앞으로 내밀었을 것이다.
토도도도도돋독
핸드폰이 가볍게 요동치며 신호를 기다리는 마티즈 아래로 들어갔다.
그때부터 상황이 가볍지 않게 됐던것 같다.
내가 그때 정말 현명했다면 무용지물 핸드폰을 그냥 버려뒀어야 했다.
녹색불은 깜빡이기 시작했고,
8차선을 가득 메운 자동차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다행히 마티즈 앞범퍼 아래로 머리를 들이밀고 손을 뻗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내 얼굴 대신 좌우로 흔들리는 내 엉덩이에 더 집중할 수 있었겠지.
손이 안닿는다. 정말 기막힌 위치 선정이다.
난 어렸을때부터 냉철하게 판단하는 편이었다.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부끄러워할 필욘 없다.
범퍼에서 빠져나와 운전석 쪽으로 가서 아래로 오른발을 집어넣었다.
뜨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여자 운전사와 눈이 마주쳤지만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었다.
흔히 일어날수 잇는 일이니까.
오른발끝이 핸드폰을 가볍게 쳐냈고,
경쾌한 탈출음과 함께 핸드폰이 태양 아래로 나와 횡단보도 위에 자리잡았다.
가볍게 몸을 털어내며 전혀 부끄럽지 않다는 듯 표정 관리를 했다.
아직까지 파란불이었으니 여유가 있었다.
내가 조금만 더 기억력이 좋았다면 왼발을 뻗고 허리를 굽혔어야 했다.
토도도돋독
내 오른발이 다시한번 핸드폰을 밀어냈고,
빨간불로 바꼈지만 어느 차 한대도 움직이지 않았다.
더이상 자제력을 발휘할 수 없엇다.
관성.
난 마치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었던 듯이
오른발로 툭툭 차며 횡단보도 끝까지 핸드폰을 드리블했다.
.
.
그날 동아리에서 유난히 축구가 잘 됏었다.
.
.
아직도 여름날 횡단보도 앞에서면 5년 전 그날이 생각난다.
마티즈에 봤던 그녀는 정말 이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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