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서 트렁크에 개를 매단 채 주행해 누리꾼의 뭇매를 맞은 일명 '악마 에쿠스' 차주가 "고의성이 없었으며 개에게 미안하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악마 에쿠스' 사건 차주에게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차주 오모씨(45)는 20일 저녁 6시쯤 경기도 신갈의 한 식당에서 지인에게 '비글'종 개를 선물 받은 후 트렁크에 싣고 밤 11시쯤 대리기사를 불러 집으로 향하던 중 주변차량의 경적음과 손짓 때문에 정차 후 개의 사망을 확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오씨는 비글이 대변을 밟아 지저분하고 냄새가 나는 바람에 승용차 뒷자리에 태우지 못하고 차량 트렁크에 돗자리를 깐 후 태운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그는 가죽 목줄을 트렁크 연결 고리에 묶은 후 질식사를 우려해 라면박스를 2번 겹쳐 접어 트렁크 문 사이에 끼우고 나일론 노끈으로 트렁크 고정틀과 트렁크 양 상단을 V자로 묶어 고정시킨 후 주행을 시작했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경찰은 당시 비글의 목줄은 2m 가량이었으며 차량이 잠시 정차하는 사이 비글이 트렁크 밖으로 나왔으나 오씨와 대리기사가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차량이 출발한 것으로 추정했다.
대리기사는 경찰에서 비글의 사망을 확인한 오씨가 트렁크에 사체를 실었으며 대리기사에게 "모두 내가 잘못한 것인데 얼마나 아팠을까" "집에 가면 묻어줘야겠다"며 자책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오씨는 강북 소재 자택에 도착한 후 아내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경기도 용인시 소재 자신의 공장으로 이동해 공장 옆 공터에 비글의 사체를 묻어준 후 귀가했다고 경찰에서 말했다. 조사과정에서 경찰은 오씨가 비글을 묻었다는 자리에 나무로 만든 십자가가 꽂혀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오씨 외에 대리기사와 모임이 있었던 식당주인 등을 상대로도 수사를 한 결과 모든 목격자가 오씨의 주장에 부합하는 진술을 했다고 밝혔다. 에쿠스 트렁크에 깔린 돗자리는 식당 주인이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또한 오씨가 공장 주변에서 차우차우와 진돗개 등 개 2마리, 고양이 1마리, 토끼 5마리, 닭 5마리 등을 키우는 것으로 미루어 동물학대 성향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오씨에게 동물보호법에 규정된 범죄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고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경찰의 수사결과를 불신한다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24일 오후 4시쯤 서초경찰서 앞에 모인 10여명의 동물사랑실천협회 회원들은 "수사 과정이 너무 빠르며 피의자 진술에만 의지했으므로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한다"며 개 탈을 쓴 회원이 그랜저 차량에 묶여 끌려가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는 "해당 에쿠스가 지나간 도로의 지점마다 CCTV를 확인하는 등 경찰이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http://news.nate.com/view/20120424n23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