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f !mso]> <style> v\:* {behavior:url(#default#VML);} o\:* {behavior:url(#default#VML);} w\:* {behavior:url(#default#VML);} .shape {behavior:url(#default#VML);} </style> <![endif] --></p><p class="바탕글">눈을 맞으며 그녀가 서 있었다. 하얗게, 하얗게,</p><p class="바탕글">그녀의 안색처럼 창백하게.</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그러다 감기 걸려.”</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무뚝뚝하게 던진 말에 그녀는 무겁게 입꼬리를 올렸다. 마치 지금이 아니면 눈 맞을 기회는 영영 없을 것이라는 듯이.</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빨갛게 되어버린 두 볼과 작은 코. 이 정도 추위 따윈 아무것도 아니라며 큰소리치던 그 옛날의 그녀는 어디로 가버린 건지. 한 때 스키에 미쳐 있던 그녀의 두 볼과 작은 코는 당당한 붉은 색이었을 터였다.</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그녀를 향한 의사의 한 마디가, 믿기지 않는 그 시한부 선언이 사이렌 소리처럼 웽웽대며,</p><p class="바탕글">그녀를 뿌옇게 지워간다.</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나는 뿌연 하늘을 올려봤다.</p><p class="바탕글">잠시만.</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이 눈물이 마르기 전까지 아주 잠시만.</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시선은 그러다가 내 손을 잡아주는 그녀에게 돌아갔다.</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옛날 생각난다, 그치?”</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애써 해맑게 웃는다. 그녀도, 나도.</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매년 맞는 첫 눈이지만 그녀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서는 처음 맞는 눈이다. 전혀 다른 느낌의 첫 눈에서 옛날 생각이 나는 건 행복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본능에 불과한 것이다. 사랑이면 뭐든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던 그 옛날의 우리들이, 사랑만이 유일하게 남아버린 우리들의 모습을 생각할 수나 있었을까.</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녀에게 나는 물었다.</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스키... 타고 싶지 않아?”</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그녀는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응. 타고 싶어.”</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그럼 스키 타러 가자. 몰래 나가면 괜찮을 거야. 컨디션도 괜찮아 보이고. 준비는 금방 할 수 있을테니ㄲ...”</p><p class="바탕글">“그래도, ”</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그녀는 한 뼘 앞에서 뒤돌아보며 말했다.</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그래도 자기는 스키 못 타잖아. 그러니까 아직은 안 가.”</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스키를 배워 꼭 같이 타자는 약속.</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그럼 내가 스키 배우면 같이 가자. 그 때까지는...’</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그게 언제 적 약속이었는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p><p class="바탕글"><br></p><p class="바탕글">“...응. 가지 말아줘.”</p><p class="바탕글">그 날이 오기까지는 이 눈이 영원하기를 바랐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