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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readers_7610
    작성자 : PF*any
    추천 : 2
    조회수 : 762
    IP : 61.102.***.176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3/06/07 17:11:45
    http://todayhumor.com/?readers_7610 모바일
    [짧은 소설]옆집 여자

    옆집 여자

     

    계단을 오르기 전부터 옆집 여자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린다. 오늘도. 난 작게 탄식하며 문 앞에 섰다. 여자의 목소리는 선명해, 마치 나에게 소리치고 있는 것 같았다. 웃음소리나 달콤한 말이라면 좋았을 것이다. 여자는 꺼져라는 말을 유달리 많이 사용했다. 특히 집에 들어갈 때 그 말을 들으면, 마치 내가 다른 사람 집에 들어가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잡상인이나 전도사가 된 기분은 불쾌했다. 몇 번인가 문을 두드리며 조용히 해 달라고 말해 보았지만, 여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관리사무소도 없는 작은 빌라였고, 이런 일로 경찰을 부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내 생활은 불규칙적이다. 집에 나가는 시간도 들어오는 시간도 제각각인데, 여자는 한결같이 소리치고 있었다. 지치지도 않나 하는 생각과 함께 여자가 저러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분명 남자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전화통화를 하는 것일 테고, 말리는 사람이나 눈치 볼 사람이 없는 것으로 보아 혼자 살고 있을 것이다. 사랑싸움은 파경을 맞는 반복이 되든 오래가는 법이 없다. 얼마 안 가겠지 하는 내 생각은 추리와 상상의 당연한 결과물이었다. 그칠 때까지 내 인내심을 기르는 것으로 넘어가려 했다.

    하지만 내 인내심이 그리 대단한 건 못되었다. 가끔 솟아오르는 짜증을 참지 못하고 문을 세게 닫는다든지,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다. 정중한 문 두드림은 무시하던 여자가 가끔 큰 소리를 낼 때 뚝 그치는 것을 들으면, 이 방법이 옳은 게 아닌가 하는 유혹이 들었다. 그렇다고 욕이 들릴 때마다 같이 소리를 지르는 것은 현대 지식인이 할 짓은 아니었다. 난 내 집안의 평화를 위해서 여자가 하루빨리 남자와 헤어지기를 기대했다.

    한 달이 지났을 때, 내가 이 집을 보러온 순간에는 여자가 어떻게 조용했는지 신기했고, 두 달이 지났을 때, 잠시 해탈의 경지를 보았다. 석 달째에 나는 드디어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떻게 복수해야 속도 시원하고 문제 해결이 될까 고민하다 인터넷을 찾았다. 검색어는 옆집 소음이었다. 옆집 소음 때문에 고민인 사람들이 많다는 건 알았지만, 문제가 조금 달랐다. 옆집의 신혼부부 혹은 커플 때문에 밤잠을 못 이룬단 고민뿐이었다. 방법이라고는 포스트잇 같은 것에 당신들 사랑의 신음으로 내가 신음하고 있다는 것을 알린 다거나 커플이 되어 즐긴다였다. 포스트잇은 고민해볼 만했으나, 집에서 나오는지도 모르는 여자가 과연 그것을 볼지(다녀간 도시가스 점검원의 쪽지, 각종 전단이 한 달 넘게 방치되어 있었다.) 의심스러웠다. 부럽기만 하고 방도를 찾지 못한 나는 층간 소음으로 검색어를 바꿨다. 이번에는 다행히 피해나 복수 방법이 나와 잘 맞아떨어졌다. 가장 대중적이고 맘에든 방법은, 그 소리를 그대로 녹음한 뒤 빵빵한 스피커로 벽에 틀어준다였다. 방법을 일러준 사람들은 복수를 위해 자신의 돈을 헌신했지만, 난 한 번 복수를 위해 써먹지도 못할 큰 스피커를 사기는 아까웠다. 그러지 않아도 작은 빌라이니 컴퓨터 스피커로도 충분한 효과를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복수를 마음먹은 바로 다음날 기회는 찾아왔다. 여자의 욕은 여느 날처럼 쩌렁쩌렁 복도를 울리고 있었다. 난 재빨리 핸드폰을 들어 여자의 목소리를 녹음했다. 여자의 욕은 그날 따라 장단을 맞춰달라고 하듯이 신명 났다.

    한 시간가량을 복도에 서 있었다. 나도 나지만 내가 녹음을 하기 전부터 욕을 하던 여자도 대단했다. ‘꺼져라는 소리가 들릴 때 움찔했지만, 임무는 완수할 수 있었다. 집에 들어온 나는 재빨리, 복수를 위한 세팅을 했다. 스피커를 박스테이프로 벽에 단단히 붙이고 가장 큰소리로 틀었다. 소리가 벽을 울리며, 그 진동이 짜릿하게 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10분쯤 되었을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잘못을 알았다면 사과할 것이고, 잡아 땐다면, 당신의 소리라는 것을 친히 확인시켜 줄 것이다. 난 소리를 끄고 문을 열었다.

    조용히 좀 해줄 수 없나요?”

    여지까지 하던 욕과 다르게 낮게 으르렁거리는 목소리였다. 난 후회했다. 짜증을 낸 것, 복수를 계획하고 실천에 옮긴 것 모두를.

      여자는 아름다웠다.

    PF*any의 꼬릿말입니다






































    [다독 다작 다상량]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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