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오유 바로가기
http://m.todayhumor.co.kr
분류 게시판
베스트
  • 베스트오브베스트
  • 베스트
  • 오늘의베스트
  • 유머
  • 유머자료
  • 유머글
  • 이야기
  • 자유
  • 고민
  • 연애
  • 결혼생활
  • 좋은글
  • 자랑
  • 공포
  • 멘붕
  • 사이다
  • 군대
  • 밀리터리
  • 미스터리
  • 술한잔
  • 오늘있잖아요
  • 투표인증
  • 새해
  • 이슈
  • 시사
  • 시사아카이브
  • 사회면
  • 사건사고
  • 생활
  • 패션
  • 패션착샷
  • 아동패션착샷
  • 뷰티
  • 인테리어
  • DIY
  • 요리
  • 커피&차
  • 육아
  • 법률
  • 동물
  • 지식
  • 취업정보
  • 식물
  • 다이어트
  • 의료
  • 영어
  • 맛집
  • 추천사이트
  • 해외직구
  • 취미
  • 사진
  • 사진강좌
  • 카메라
  • 만화
  • 애니메이션
  • 포니
  • 자전거
  • 자동차
  • 여행
  • 바이크
  • 민물낚시
  • 바다낚시
  • 장난감
  • 그림판
  • 학술
  • 경제
  • 역사
  • 예술
  • 과학
  • 철학
  • 심리학
  • 방송연예
  • 연예
  • 음악
  • 음악찾기
  • 악기
  • 음향기기
  • 영화
  • 다큐멘터리
  • 국내드라마
  • 해외드라마
  • 예능
  • 팟케스트
  • 방송프로그램
  • 무한도전
  • 더지니어스
  • 개그콘서트
  • 런닝맨
  • 나가수
  • 디지털
  • 컴퓨터
  • 프로그래머
  • IT
  • 안티바이러스
  • 애플
  • 안드로이드
  • 스마트폰
  • 윈도우폰
  • 심비안
  • 스포츠
  • 스포츠
  • 축구
  • 야구
  • 농구
  • 바둑
  • 야구팀
  • 삼성
  • 두산
  • NC
  • 넥센
  • 한화
  • SK
  • 기아
  • 롯데
  • LG
  • KT
  • 메이저리그
  • 일본프로야구리그
  • 게임1
  • 플래시게임
  • 게임토론방
  • 엑스박스
  • 플레이스테이션
  • 닌텐도
  • 모바일게임
  • 게임2
  • 던전앤파이터
  • 마비노기
  • 마비노기영웅전
  • 하스스톤
  • 히어로즈오브더스톰
  • gta5
  • 디아블로
  • 디아블로2
  • 피파온라인2
  • 피파온라인3
  • 워크래프트
  • 월드오브워크래프트
  • 밀리언아서
  • 월드오브탱크
  • 블레이드앤소울
  • 검은사막
  • 스타크래프트
  • 스타크래프트2
  • 베틀필드3
  • 마인크래프트
  • 데이즈
  • 문명
  • 서든어택
  • 테라
  • 아이온
  • 심시티5
  • 프리스타일풋볼
  • 스페셜포스
  • 사이퍼즈
  • 도타2
  • 메이플스토리1
  • 메이플스토리2
  • 오버워치
  • 오버워치그룹모집
  • 포켓몬고
  • 파이널판타지14
  • 배틀그라운드
  • 기타
  • 종교
  • 단어장
  • 자료창고
  • 운영
  • 공지사항
  • 오유운영
  • 게시판신청
  • 보류
  • 임시게시판
  • 메르스
  • 세월호
  • 원전사고
  • 2016리오올림픽
  • 2018평창올림픽
  • 코로나19
  • 2020도쿄올림픽
  • 게시판찾기
  • 오유인페이지
    개인차단 상태
    PF*any님의
    개인페이지입니다
    가입 : 11-06-15
    방문 : 2059회
    닉네임변경 이력
    회원차단
    회원차단해제
    게시물ID : readers_3741
    작성자 : PF*any
    추천 : 1
    조회수 : 314
    IP : 118.127.***.64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2/09/28 10:33:59
    http://todayhumor.com/?readers_3741 모바일
    [판타지/중편]두 개의 나라1

    너무 길어서 한 번에 올려 지지가 않네요 그래서 나눠서 올립니다. 


    작은 공간에 뜨거운 룹과 차가운 룸이 등을 맞대고 있었다. 둘은 서로를 한 번도 본적 없었지만, 다른 온도의 자신을 없애 버릴 까 겁이 났다. 룹의 열기가 닿지 않는 곳으로 룸의 냉기가 닿지 않는 곳으로, 둘은 서로를 느낄 수 없을 때 까지 공간을 넓혔다. 마침내 둘이 충분히 멀어져 서로를 느끼지 못하였을 때, 룹은 따뜻함을 룸은 시원함을 느끼고 만족하여 걸음을 멈추었다. 하지만 만족은 오래 가지 못하였다. 따뜻함 혹은 시원함은 오래가지 못하고 곧 아무 것도 느낄 수 없게 돼버렸다.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게 되자 자신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룹과 룸은 뒤를 돌아보았다. 서로를 마주 본 순간 둘은 서로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는 너무나 닮아 있었다. 그토록 오랫동안 불안해했던 마음은 사라져 버렸다. 그가 있는 이상 겁낼 것은 없었다. 서로가 있기에 둘은 자신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었다. 둘은 서로를 향해 맹렬히 부딪혔다. 부서진 둘의 몸이 넓혀진 공간 안에 산산이 흩어졌다. 허나 둘은 개의치 않았다. 조각들은 빛을 내며 별이 되었다. 룸과 룹의 남은 몸에서 랑이 나왔다.

    랑은 별이 빛나는 공간이 좋다 생각했다. 별이 있음에 룹과 룸을 언제나 느낄 수 있었고 쓸쓸하지 않았다. 랑은 공간을 더 좋게 만들고 싶었다. 자신의 몸을 쪼개어 공간에 뿌려 봤으나, 랑이 만든 별은 스스로 빛나지 않았다. 랑은 슬퍼 자신이 만든 별을 보았다. 자신의 몸은 빛나고 있었지만 떨어져 나오는 순간 빛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꼭 빛나는 것을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방법을 생각해 냈다. 랑은 빛나지 않는 자신의 별 보다 더 작은 것들을 만들었다. 그것들은 별들처럼 빛나지 않았으나, 랑이 보기에 분명 빛날 수 있는 것이었다. 랑은 그것들을 생명이라 불렀다.

    생명들은 강하지 못하여 랑이 돌봐주지 않으면 스러져 버리고 말았다. 랑은 생명들이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생명들이 원하는 것들을 들어주며 지냈다. 랑은 자신의 중요한 것을 떼어, 룹처럼 뜨거운 별과 룸처럼 차가운 별을 주었고, 자신의 피를 빼내어 흘려주었다. 그때에도 생명들은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지만 만족하지는 못하였다. 생명들은 랑을 닮고 싶어 했고, 랑이 가진 것을 원하였다.

    랑은 몸의 조각을 때어 각 생명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 , 비늘, , 이빨, 발톱, 꼬리, 계속해서 나누어 주고 나자, 랑은 이제 더 나누어 줄 것 없이 너덜너덜해 졌다. 랑은 남은 것들을 쥐어짜 몸이 없는 것들을 만들었다.

     

    두 개의 나라가 있다. 각기 태초의 거인이었던 룹과 룸이라 스스로를 불렀다. 그들은 거인처럼 커지고 싶어 했다. 거인들이 세상을 거대하게 만들었던 것으로 자신들의 정복을 정당화 했다. 오만한 두 나라 때문에 많은 것들이 숨어 지냈다. 두 나라는 커지고 커져 마침내 세상의 절반씩을 나누어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거인들처럼 서로를 사랑하지는 못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세상은 아직 충분히 크지 못했다. 싸움이 일었다.

    룹은 심장과 같은 열기로 다른 심장을 만들어 내었다. 룸은 차가운 단도로 다른 이의 심장을 도려내었다. 그 끔찍함에 다른 생명들은 눈을 돌렸다.

    1

    전쟁이 왜 시작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노인들은 자신의 인생 이야기에, 태어났을 땐 이미 전쟁 중이었단 말을 하며 자신 인생의 고생스러움을 부각시키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노인들의 그 자랑스러운 태도는 그 이야기를 듣는 젊은 혹은 어린 사람들에게는 짜증스러운 것이었다. 자신들이 태어났을 때도 마찬가지로 전쟁 중이었고, 그 고생스러움을 대물려 주고도 미안하게 생각하지 않는 노인들의 뻔뻔함이 못마땅했다. 그토록 오랫동안 전쟁이 끝나지 않았던 것은, 아이들의 전쟁놀이처럼 끝나지도 않게 매일 한 쪽이 시비를 걸어왔고 며칠 동안의 싸움이 끝나도 결국 얻는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차라리 전쟁놀이가 나을 수도 있었다. 아이들은 그 자체로도 즐거우며 잃는 것도 없었으니까. 그런 전쟁 속에서도 국경 근처에 사람이 살 수 있는 건, 간간히 누가 밀렸느니 밀었느니 하는 소식은 들려오지만 아직까지 크게 실감이 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곳에서 전쟁을 느낄 수 있는 것이란 소문 밖에 없었다. 하지만 소문은 얼마나 무서운지 사람들은 막연하게 두려워하고 있었다. 건너고 건넌, 보다 국경 가까운 마을에서 60먹은 노인부터 열살 박이 어린아이 까지 군인으로 끌려갔네 어쩌네 하는 소식은 가장 무서운 소문이었다. 하지만 아직 어떤 명령도 마을로 내려온 적이 없었다.

    그런 마을에서 언제부턴가 국경이 밀리고 있다는 소식이 가까이 들려왔다. 사람들은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내심 소식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며칠 후면 다시 회복됐다는 소식과 더 나아가 국경을 밀어버렸다는 소식이 들릴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것이 일상이었으나 희망적인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 더 밀렸다는 소식이 들리고 나서야 사람들은 진심으로 걱정하기 시작했다. 일개 농부일 뿐인 파아란도 나라가 걱정되기는 마찬가지였다. 지주는 아니었지만 먹고 남길 수 있는 자신의 땅과 매년 지붕을 파랗게 칠할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파란 꽃은 그리 보기 쉽지 않은 색이었고 그만큼 매년 파란 칠을 하기란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었다. 또 룸에서 파란색이란 상징적인 색이었기 때문에 파아란 가족들은 자신들의 집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전쟁의 얼굴이란 사람이든 집이든 불타거나 부서져 버리는 것이라 파아란처럼 자신의 땅과 집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전쟁의 소문에 민감했다. 파아란은 아직 집을 잃어버린다는 걱정까지 미치지는 못했지만, 징집이란 어느 세대를 막론하고 남자들의 공통적인 두려움이었다. 전쟁에서 힘겨울 생활과 죽는 것 대한 걱정, 남겨진 가족들이 살아갈 것과 모르는 곳에서 죽는 것에 대한 걱정이 하나처럼 그의 머리를 두드렸다. 파아란은 아이들이 잠을 자는 틈을 타 아내를 불렀다. 자신의 고민을 아내에게 털어 놓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홀로 결정할 일이 아니었다.

    요즘 위험하다지.”

    당신도 그 소리에요? 걱정하지 마요. 위험하단 소문 한두 번 들어봐요.”

    파아란은 아내를 보았다가 아이들을 내려 보았다. 아무리 소문이라지만 아이들까지 징병한단 소식은 섬뜩하게 했다. 세 아들들은 큰 애가 이제 14살이었고 두 살씩 터울로 막내가 10살이었다. 그나마 소문처럼 아이들을 끌어내려 해도 충분히 속일 수 있는 나이였다. 하지만 그만큼 어리기 때문에 그가 없다면 어렵게 살아 갈 것이 눈에 선했다.

    만약.. 만약에 말이지. 내가 군에 끌려가면 당신이 어떻게 될지..”

    그의 말들이 늙은이 한숨마냥 힘겹게 빠져 나왔다. 괜한 생각 말아요, 라 그를 달래려는데 언제 그의 걱정이 전염이 되었는지 목소리가 막혀 빠져 나오지 못했다. 남편의 생각이 어쩌면 그대로 실현될지도 모른 다는 것을 프룬도 충분히 들어 알고 있었다. 몇몇 집은 피난 짐을 싸두는 곳도 있었다. 프룬에게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 묻는 집도 있었다. 그때까지는 다른 집들이 유난을 떤다고 생각했지만 남편이 말을 꺼내자 갑자기 실감이 닿아버렸다.

    괜찮아요.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어디로 가지 않아요.”

    프룬은 남편의 손을 잡고 아이들을 보았다. 아이들은 곤히 잘 자고 있었다. 아직 남편보고 군에 오라는 말을 한 사람도 없었다. 우리는 이대로 어제 그랬던 것처럼 잘 살아갈 것이다. 프룬은 긍정적인 생각을 하기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맞잡은 손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소문의 땅이 점점 가까워 올수록 마을은 비워져갔다. 이토록 오래 밀려본 적이 없어 마음을 놓고 살았던 사람들은 놀라 급하게 마을을 떠났다. 사람 떠난 조용함은 마을을 황량하게 만들었고, 손길이 닿지 않은 논밭은 마을을 죽은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진짜로 죽어가는 것일지도 몰랐다. 젊은 사람일수록 마을을 쉽게 떠났다. 그렇게 떠나다 이제는 파아란 부부가 가장 젊은 집이 되었다. 그러기는 싫었지만 파아란 부부도 만일에 대비해 채비를 갖추고 날짜만 세고 있었다.

    당신 집은 언제 가오?”

    사람들이 떠나 버려진 밭을 고르고 있는 파아란에게 니악이 다가와 물었다. 니악은 반 년 전까지만 해도 떠돌이 행상이었다. 가재나 잡기를 판다고 하더니 이곳이 맘에 든다며 눌러 앉았다. 뭐라 할 사람도 없기는 했지만, 그는 빠르게 마을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머물고 떠나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것 같은 태도는 파아란 마음에는 들지 않았다. 파아란은 곧, 이라 짧게 대답했다. 누가 보아도 귀찮게 하지 말라는 뜻이었지만 니악은 알아듣지 못한 것인지 정확한 날짜를 말해 달라며 작신거렸다. 하지만 파아란은 니악의 채근에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평소 니악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소문이 소문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희망 때문에 날을 못 잡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런 마음을 아직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티내기 싫었다. 파아란의 불친절한 태도가 맘에 안 들었는지,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니악은 자리를 떴다. 보아하니 아직 남아있는 다른 집으로 향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아직 떠날 날짜를 못 잡은 건 니악도 마찬가지였다. 동네 사람들에게 자신은 준비 다했다, 언제 떠날 거다, 라고 말은 많이 했지만 아직 마을 밖으로 한 발자국도 못 벗어난 것을 보면 그도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구나 싶었다. 파아란은 누구라도 돌아와 땅을 버려두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빌었다.

    풀벌레 소리, 밤 새 울음 속에서 파아란은 잠에서 깼다. 아내와 아이들이 깰까 걱정하여 조용히 밖으로 나왔다. 두근거리는 심장에 귀가 먹먹했다. 주위는 평소처럼 평온했다. 어디서도 전쟁의 기운은 들지 않았다. 잠결에 파아란은 북소리를 들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저 자기 심장소리에 놀란 것일지도 몰랐다. 밤공기는 차가웠다. 덕분에 잠이 좀 깨는 것 같았다. 아무리 북소리가 함성과 단말마 사이에서도 멀리 퍼진다고 하지만 아직 멀리 있을 터였다. 그리고 지금은 밤이었다. 밤에 북을 울릴 리 없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파아란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다. 파아란이 멍하니 룹이 있는 남쪽 산 너머를 바라보는 것을 프룬도 잠에서 깨어 지켜보고 있었다. 피난짐을 싸기 시작했던 날부터 프룬도 선잠에 아이가 조금만 뒤척여도 잠에서 깨기 일쑤였다. 그녀는 불안해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떠나야겠다고 결심했다.

     

    2

    피난길은 더뎠다. 여행이라 생각하면 달랐을지도 모르나 목적도 정처도 없는 피난은 발걸음을 더디게 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따라와 주었다. 힘든 기색이야 역력하지만 보채거나 칭얼대지 않았다. 문제는 아이들보다 파아란 부부에게 있었다. 둘 다 마을 토박이어서 외부와 어떤 연고도 없었다. 안전한 마을을 찾는다고 해도 그곳에서 생활이 문제였다. 앞선 걱정이 뿌리 깊은 돌처럼 발에 걸렸다.

    이리 될 줄 알았으면, 먼저 간 사람들 따라갈 것 그랬어.”

    파아란이 나직하게 말했다. 이어지는 파아란의 한 숨에 프룬이 옆으로 다가갔다.

    힘내요. 애들도 잘 참잖아요. 우리까지 그러면 애들은 어떻게 힘을 내겠어요.”

    프룬도 말은 그렇게 했지만 표정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다. 첫째가 조용히 다른 애들을 타이르는 것을 들었었다. 제 딴에는 조심한다고 했지만 들리지 않을 리 없었다. 대견하기도 했지만 보다 가슴이 미워졌다. 첫째도 그렇고 그 말을 듣고 따르는 아이들도 그렇고 참 착하게 잘 컸구나 싶었다. 언제고 평온한 날이 오는 그 때에는 힘들기만 한 지금 이 시간이, 즐겁게 얘기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라 생각했다.

     

    수도는 다른 곳보다 가는 길이 힘들 거라는 걸 알면서도 파아란은 그곳으로 목표를 정했다. 피난길에 오른 지 8일만이었다. 수도로 목표로 정한이상 8일은 긴 시간이 아니었다. 무엇이 그를 수도로 이끌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수도는 보다 안전할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가족들을 모아 이제 우리들의 집은 북쪽이 될 거라 이야기했다. 수도라 직접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북쪽에는 수도 말고는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아빠, 그러면 우리 집으로 가면 안돼요?”

    막내가 물었다. 오래전부터 가르쳐 왔던 집을 찾아오는 법을 막내는 잘 기억하고 있었다. 버리고 왔어도 우리 집이었다. 큰 애들이 막내의 말에 당황한 듯 했으나 마음은 막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부부는 막내에게 설명할 길이 막막하여 입이 다물어졌다. 다행히 막내도 그런 어른들의 마음을 알았는지 더 묻지는 않았다. 밤공기가 적막하게 내려앉았다.

    며칠간을 더 위로 올라갔다. 목표가 있으니 전보다 힘이 덜 들고 발걸음도 빨라졌다. 마을이 가까워 옴에 파아란은 돈이 될 만한 것들을 추슬렀다. 먼 길을 가야하니, 마을에 들르면 짐도 줄여야 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따뜻한 것을 먹이고 싶었다. 피난길에 오르면서 마른 것들과 아무렇게나 자라있던 풀로 끼니를 때웠다. 어떻게 끼니가 때워졌지만 제대로 된 식사는 아니었다. 죽 한 그릇이라도 따뜻한 걸 먹이고 싶었다. 마을 어귀라 생각되는 곳에 들어왔다. 간간히 베인 나뭇가지들이 눈에 띄었다. 멀리서 장작 타는 냄새가 났다. 떠있는 달을 보며 파아란은 룸에게 감사했다. 패물을 프룬에게 주면서 몇 가지는 아이들 품에 넣었다. 가는 그곳에 어떤 사람들이 사는지 모르니 나누어 가지는 것이 안전하리라 생각했다. 동물이 사라진 나라에서 무서운 것은 사람밖에 없었다.

    이상함을 눈치 챈 것은 마을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였다. 그들마저 장작으로 써버릴 것처럼 집들이 불타고 있었다. 섣불리 감사를 빌었던 자신을 책망했다. 파아란의 마음은 폭포 아래로 떠밀리는 것 같았다. 도망가야 한다고 프룬이 밀치고 나서야 파아란은 움직일 수 있었다.

    숲속에서 발소리를 내지 않기란 힘들었다.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서 숨이라도 참아야 했다. 한순간 사라져 버린 목적에 그들은 방향도 모르고 숲속을 헤맸다. 따라오는 발소리가 누구 것인지도 모르면서 계속해서 걷고 또 뛰었다.

    불속에 발갛게 빛나던 갑옷들. 그것은 분명 룹의 병사들이었다. 프룬은 다리가 끊어질 것 같았지만 마지막으로 보았던 병사들이 생각나 쉴 수 없었다. 불속에 서있던 병사들은 마치 불타는 괴물 같았다. 달아올라있던 그 눈들은 마주쳤을 때 프룬의 눈마저 뜨거워 졌다. 등 뒤에 흐르는 뜨끈한 땀방울이 바람과 만날 때 마다 룹 병사들이 뒤에서 숨을 부는 것처럼 느껴졌다. 모두가 떠나는 날 함께 떠났어야 했다던 남편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이제 프룬도 같은 후회를 하고 있었다.

    냇물 미끄러운 자갈에 발이 미끄러지면서 차가운 물이 그녀를 뒤덮었다. 참고 있던 숨을 내뱉을 때마다 물을 토해내는 것처럼 침이 나왔다. 그녀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잡고 있던 막내의 손은 어디론가 가버리고 돌덩이들만 잡혔다. 머리카락을 타고 물이 끊임없이 떨어졌다. 눈앞에 흐르는 물처럼 되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병사들이 있는 그곳으로 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녀는 북쪽을 향해 걸었다. 파아란은 마지막 순간 넘어진 아이들을 엎으면서 그녀를 먼저 보냈다. 파아란은 세 아이들을 모두 안고 달렸다. 급박하게 쫓아오는 병사들은 그녀가 그의 무게를 줄여주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가 막내의 손을 놓치지만 않았더라도 가족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조용히 길을 걷는 그녀 앞에서 풀벌레도 발소리를 내지 못했다.

     


    PF*any의 꼬릿말입니다

    [다독 다작 다상량]을 위하여.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2/10/02 23:24:58  61.77.***.202  연두벌레  55194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단,비공감수가 추천수의 1/3 초과시 해당없음)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

    번호 제 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178
    두 개의 나라6 PF*any 12/09/28 10:53 6 0
    177
    두 개의 나라5 PF*any 12/09/28 10:52 7 0
    176
    두 개의 나라4 PF*any 12/09/28 10:52 12 0
    175
    두 개의 나라3 PF*any 12/09/28 10:50 11 0
    174
    두개의 나라2 PF*any 12/09/28 10:48 8 0
    [판타지/중편]두개의 나라 PF*any 12/09/28 10:33 17 0
    172
    [자짤] 당신 집에는 사과가 없을 거에요. PF*any 12/09/25 10:27 75 2
    171
    나무 PF*any 12/09/25 00:01 11 0
    170
    [자짤]작은 크리살리스 [4] PF*any 12/09/22 02:21 76 6
    169
    미완 [1] PF*any 12/09/17 05:48 24 1
    168
    사람 빅맥 중간저장 [3] PF*any 12/09/13 06:59 126 2
    167
    [자잘]모델서는 레리티 [1] PF*any 12/09/12 19:47 136 1
    166
    그림들을 찾다보면... [1] PF*any 12/09/12 11:05 56 0
    165
    자짤]사람 샤이 PF*any 12/09/09 21:19 113 6
    164
    ;;;;; [3] PF*any 12/09/07 18:27 115 2
    163
    PASSPORT (김경주 산문집/ 랜덤하우스)[독후감] PF*any 12/08/11 06:22 13 0
    162
    풀장[보고 난 뒤 생각] PF*any 12/08/05 04:51 13 0
    161
    쉬운 하늘 그리기. [2] PF*any 12/07/25 16:58 70 6
    160
    거대한 거울 PF*any 12/07/18 19:12 53 1
    159
    가랏 피카린 [1] PF*any 12/07/15 10:43 73 2
    158
    놀이판[시] PF*any 12/07/14 08:56 33 0
    157
    걱정[시] PF*any 12/07/14 03:05 34 0
    156
    영웅전설6 [3] PF*any 12/07/13 07:00 104 2
    155
    이날에 비가 내렸으면[시] PF*any 12/07/13 06:39 37 0
    154
    위상수가 뭔가요? [3] PF*any 12/07/06 03:26 342 0
    153
    나비가 날아간다[시] PF*any 12/07/01 07:07 55 1
    152
    길을 걷는 것처럼 [1] PF*any 12/06/27 17:31 43 2
    151
    아이템 이름의 패기 [1] PF*any 12/06/27 01:21 254 0
    150
    2차 클베 지급 옷 '선구자' 룩 [2] PF*any 12/06/27 01:11 223 0
    149
    포니방 고양이자리 안된되요.[인벤펌/냉무] PF*any 12/06/20 05:02 415 1
    [1] [2] [3] [4] [5] [6] [7] [8] [9]
    단축키 운영진에게 바란다(삭제요청/제안) 운영게 게시판신청 자료창고 보류 개인정보취급방침 청소년보호정책 모바일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