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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art_2196
    작성자 : PF*any
    추천 : 4
    조회수 : 576
    IP : 118.127.***.162
    댓글 : 2개
    등록시간 : 2011/12/13 23:25:49
    http://todayhumor.com/?art_2196 모바일
    꽃은 피어난다[시]
    지난 가을 나뭇가지에 그의 목이 걸렸다. 내가 그를 보러 갔을 땐 구는 이미 치워졌고, 그가 남긴 최후의 발자국 위에 누렇게 뜬 자국만 보았다. 맥없이 풀어진 희멀건 생명들은 그의 분신이 되지 못한 채 흙바닥 위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난 그가 남긴 한줌의 생명들을 화분에 담아 가지고 왔다. 적어도 그와 나를 이어줄 유품은 되리라 생각하며 침대 밑 은밀한 곳에 숨겨 두었다.
    그날 밤 내 침대위에 피가 번졌다. 아랫도리가 허했다. 추웠다. 바람이 드는 듯 아팠다. 손에 잡히는 것 없이 아랫배가 공허했다. 속옷에 떨어진 살점은 죽은 듯 고요히 나를 본다. 순간 첫 달처럼 부끄러워져 젖은 속옷을 감싸 아래 속에 감춰 버렸다. 들춘 시트아래 어둠 속에서 순간 들국화 향기가 뭉글 피어올라 나에게 묻었다.

    어느새 마른 나뭇가지에 눈이 쌓였다. 그가 죽은 날 밤 이후로 눈앞에 붉은색이 사라졌다. 붉은색은 눈에 묻혀 이제 누구도 보지 못한다. 가진 기억으로는 만으로는 불안하다. 첫 눈과 함께 진했던 들국화 향기가 내 방에서 사그라져 더했다. 벽지에서는 마른 먼지 냄새만 풍겼다. 말라버린 공기처럼 향기는 떨어져 내려갔다.

    침대에 붙어 잠을 불렀다. 채취는 사라졌는데 내 몸은 침대 속으로 파고 들어갈 듯 꼬아져 이불과 엉켜있었다. 겨우 잠들 무렵 첫 향이 피어올랐던 그 밤처럼 배가 아파왔다. 싸했다. 물이 터져 이불을 적셨다. 곧 피도 따라 번져간다. 가랑이부터 발끝까지 바람이 일었다. 바람은 내 다리의 온기를 빠르게 가져가 버렸다. 이불이 날개처럼 펄럭였다.
    바람을 따라 침대 아래로 들어갔다. 내 가장 은밀한 곳은 낡아 있었다. 기대 했던 들국화 향기는 없었다. 어딘가에 잠옷이 걸리어 벗겨진다. 하지만 바람을 따라 가야만 했다. 먼지가 그대로 땀에 뒤엉켜 맨살에 묻어왔다.
    화분은 그대로 있었다. 향은 남아있지 않고 삭은 들국화 꽃잎만 무겁게 날린다. 꽃잎은 아직 촉촉했다. 하지만 바람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화분을 두고 가야했다. 바람이 도착한 가장 깊숙한 곳에는 아직 피가 마르지 않은 속옷이 있었다. 꽃잎은 바람 따라 이어져 속옷에도 흩어져 있었다. 들국화 향기는 살점 속에 들어있었다. 쓸린 가슴이 아팠다.
    속옷 속에는 매화가 자라있었다. 뿌리 댈 곳도 없이 여린 모습이 안쓰러워 가슴께로 끌어당겼다. 내 땀은 흘러 매화를 감싸고, 매화는 힘겨웠던 생존을 끝내고 품안에서 내 젖을 물었다. 내 가슴을 감싼 줄기는 부드러웠고 힘이 있었다. 봉오리 끝에선 곧 피어날 매화꽃 향기가 났다.

    -------------------------------------------------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산문시라고 써보았습니다만 그냥 산문인지 시인지 애메하군요.
    PF*any의 꼬릿말입니다

    [다독 다작 다상량]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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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1/12/19 08:58:02  210.101.***.39  계란지뢰
    [3] 2011/12/19 09:27:42  114.207.***.227  오늘의시인
    [4] 2012/01/14 18:13:51  128.189.***.74  실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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