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다..
마냥 떠도는 것도 힘이들구나.. 처음알았다.
민희는 자고 있으려나.. 아빠가 없어도 잘 자고 있겠지..
밀린 월급을 결국 받지 못했다.
사장이 야반도주를 했다.
동료들이 사장을 신고하러, 잡으러 갈 때에도 나는 홀로 사무실을 지켰다.
동료들에게는 여기로 올지 모르니 남아있겠다고 했었지만,
실은 사장이 도망 갔다는 것을 믿고 싶지가 않아서 였다.
이미 빚쟁이들이 쓸어간 사무실은 황량하기 그지 없었다.
맡아지지도 않았던 곰팡이 냄새와 먼지냄새도 나고,
어디에 먼지가 쌓여있고, 얼룩이 져있는지 하나하나 다보였다.
일할 때는 보이지 않은 것들이, 사람이 떠나간 것을 어떻게 아는지 제 모습을 감추지 않고 다 드러낸다.
근처 슈퍼에서 소주 한 병을 사와 반은 먹고 반은 사무실 바닥에 뿌렸다.
15년 넘게 밟은 녀석이니 이정도는 해줘야겠다 싶었다.
집에 들어가기도 쉽지가 않았다.
오늘은 꼭 돈받아 온다고 애엄마에게 호언장담을 했는데....
가로등 아래 앉아 지갑을 열었다.
내 주민등록증 위로 민희와 애엄마 사진이 겹쳐져 있다.
아빠가 되서 어떻게 딸사진 한장 안갖고 다니냐며 민희가 넣어준 것이었다.
제 엄마 사진도 안 가지고 다니는 아빠가 제 딴엔 답답했을 것이다.
한참 사진을 보고 있으려니 가로등 불이 꺼졌다.
사진도 못 보게 하는 가로등에 울컥 화가 치밀었지만, 가로등에게 소리칠 수는 없었다.
다른 가로등으로 옮기려고 일어서는데 누가 내 어깨를 잡았다.
"돈이 필요하지 않아?"
이상한 얼굴이었다. 나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기는 하는데
그의 얼굴을 보면 점점 뒤틀어져 몇번이나 눈을 깜빡여야 했다.
몇시간 전에 마신 소주 반병에 내가 이렇게 취했나 싶었다.
"다시 한번 묻지, 돈이 필요해?"
주위를 둘러보니 거리의 가로등이 모두 꺼져 있었다.
취한 것이 아니라, 이 것이 사람이 아니었을 뿐이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어깨가 아직 붙잡혀 있었다.
벗어날 변명거리도 생각나지 않았다. 입을 열면 '예'라고 말해 버릴 것 같다.
그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그의 눈을 피하지 못하고 나는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그래? 그럼 너에게 돈을 줘야지."
그가 갑자기 내눈을 찔러버렸다.
기껏 옮겼더니 이 가로등도 꺼져 버린다. 나는 사람도 아니란 건가.
지갑에 돈은 없고 사진만 들어있는 현실이 너무 화가 난다.
불꺼진 가로등 아래로 지갑을 던지려는데 한 여자가 지나가는 것이 보인다.
그 여자는 제법 두꺼운 봉투를 들고 있다.
그 여자는 날 못봤을 지도 모른다.
주위에 사람은 저 여자 밖에 없다.
한번, 그래 한번이면 된다.
조용히 일어나 가로등 뒤로 숨는다.
발소리가 가까워 진다.
[남편이 아내를 강도질해...]
...
월급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던 주부.... 괴한의 습격을 받게 된다. ... 그자리에서 뇌진탕으로 사망...
범인은 남편....씨. 회사...와 사장의 ...로 ..... 비관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추정 된다.
.... 한편 딸....해서 안타까움을 더해 주고 있다. ... 남편...씨는 그가 일하던 ... 사무실에서
...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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