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옥상 위에서 달을 본다.
친구의 손에 소주 다섯 병은 쉽게 비워진다.
나야 원래 갈 곳 없고 머물 곳 없었으니,
이놈을 이해하진 못해 술 상대나 해준다.
"달이 참 시리다. 야."
"밝으면 밝았지, 시릴 건 뭐냐...."
'그래, 달이 밝다. 참, 시리도록 밝다. 그렇게 홉뜨고 보지 마라. 네 눈만 아프다.'
주책맞은 입을 막으려고, 소주병을 찾는데 보이지가 않는다.
마지막 남은 소주병이, 저놈 손에서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이런저런 말을 씹어 삼키고, 다른 말을 내뱉었다.
"네가 다 마시면, 난 어쩌라는 거냐."
"소주 한 병으로 생색내기냐. 나중에 실컷 마셔라."
"일없다. 너 아니면 같이 먹을 사람도 없다. 너 다 먹어라."
소주병을 터져라 잡고있는 손이 안쓰러워 그냥 두었다.
정월도 아닌데 바람이 차다. 무릎을 끌어올리려다, 아직도 나발을 불고있는 녀석에게 가 붙었다.
"징그럽게, 왜 붙고 지랄이냐."
"술기운이 없으니까 춥다. 닥치고. 떨어지지 말아라."
바람보다 이놈의 몸이 더 차갑지만, 떨어뜨릴 생각은 없다.
그 뜨거운 소주를 거리낌 없이 부어대면서 왜, 이렇게 네놈의 몸은 찬거냐.
핀잔은 뒤로 미루었다. 제 정신일 때 해줘도 늦지 않을테니.
오늘만은, 달이 떠있는 동안만은, 저 놈이 술을 마시고 있는 동안만은 내버려 두자.
이놈이 꿀렁거리는 모습을 보기 싫어 눈을 감았다.
눈을 뜨니 달은 해가 되어 있었다.
떨어지지 말라했는데, 떨어져 그 자리엔 먹다남은 소주병만 있다.
그 놈이 먹다 남긴 소주를, 내속에 털어 넣었다.
쓰다.
목도 타고, 속도 타고, 저기 저 태양도 타는데.
왜, 손과 머리는 이리도 차갑냐.
바닥에 뒹구는 병, 다섯 개에는 쓴물이 가득 차있는데,
네가 마신건 무어냐.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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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여기에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참 많았습니다.
머리속에 맴도는 것을 배출하기는 해야 하는데,
과연 이것에 이름을 붙여도 되는지, 이곳에 써도 될 가치가 있는지.
오타나 수정할 것이 보이면, 항시 수정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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