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r></p><p> "슈크림 네 개 주세요."</p><p> 민철은 천 원짜리 한장을 꺼내면서 말했다.</p><p> 요즘 같은 세상에 슈크림이 들어간 붕어빵을 네 개에 천 원이라는 깜짝 놀랄 가격에 파는 곳이 대한민국에 여기 말고 존재 할까.</p><p> 오고 가는 길에 무조건 이 붕어빵 집에 들려 붕어빵을 사가는 민철은 천 원의 행복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p><p> "여기요."</p><p> 작고 아담한 손이 흰 봉투에 붕어빵을 담아 건네준다.</p><p> "고마워요."</p><p> 민철은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멋진 미소를 날리며 봉투를 받았다. </p><p> 이곳을 찾는 이유는 두가지다.</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붕어빵이 싸고 맛있다는 것이 첫 번째고, 귀엽고 깜찍한 여자가 그 붕어빵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 두 번째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단팥은 안드시봐요? 매번 슈크림만 사가시던데"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여자가 물었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민철은 여자가 자신을 기억해주는 것에 대해 무한한 감동을 느끼면서도 섭섭하다는 여자의 말투에 약간의 경각심을 느꼈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그럼 단팥도 주세요."</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민철은 천 원짜리 한 장을 더 꺼냈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혼자서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는 붕어빵 여덟마리를 먹어치울 자신은 없지만 여자에게 조금이나마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서비스로 하나 더 드릴게요."</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민철은 여자의 호의가 마냥 좋아서 고개를 위아래로 격하게 끄덕였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아홉마리.</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오늘 저녁은 붕어빵 스시로 결정이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저녁으로 먹기 위해 끓여둔 된장찌게가 있지만 거기까지 손을 뻗을 정도로 민철의 위는 위대하지 않았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오뎅도 같이 팔면 괜찮을 것 같은데."</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평소에 길거리 음식을 즐겨 먹는 민철에게는 붕어빵과 오뎅은 실과 바늘 같은 단짝이라고 생각했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오뎅이 아니라 어묵이에요."</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여자가 민철의 말을 지적하고 정정했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어묵이나 오뎅이나 그게 그거..."</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어묵이에요."</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민철은 웃으며 가볍게 넘어가려 했지만 여자의 눈에 쌍심지가 돋는 것을 보고 말을 삼켰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뭐지?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어묵이라고 해야해요."</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아, 예..."</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그리고 아까 준 단팥 붕어빵 하나 돌려줘요."</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여자가 미간에 주름을 잡으며 손을 내밀었다. 고운 이마에 가느다랗게 잡힌 주름은 여자가 화가 났다는 걸 알려주는 표시였지만 민철에게는 앙증맞은 귀여움의 상징으로 다가왔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에이, 줬다가 뺏는 게 어딨어요."</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돌려줘요!"</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여자가 빽 소리쳤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민철은 그 소리에 놀라 봉투에서 허겁지겁 붕어빵을 빼 여자 손에 올려놓았다.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진짜 뭐야? 이 여자 왜이래?</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방금 여자가 지른 고함에 장난기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점이 민철을 더욱 당황하게 만들었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배고프다.</span></p><p><span style="font-size: 10pt; line-height: 1.8;"> </span></p><p> </p><p> </p><p> </p><p>   </p><p>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