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위에 굉장히 잘 눌리는 편입니다 <div>십 년 이상 자주 눌리다보니 이제 익숙해질 정도가 됐죠</div> <div>처음 가위 눌린 것부터 몇 가지 적어봅니다ㅎㅎ</div> <div><br /></div> <div>1. </div> <div>가장 처음 눌린 건 초등학교 5,6학년 때</div> <div>그 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있는데 왠지 모르게 활개 치고 싶었습니다</div> <div>남자답게 大자로 자고 싶었죠</div> <div>그래서 진짜 사지를 쭉 뻗고 침대 한 가운데에 누워서 잠을 청하는데</div> <div>어느 순간 갑자기 눈이 떠져 있더라구요</div> <div>난 분명히 자고 있었는데 눈꺼풀이 사라진 듯한 느낌?</div> <div>그런데 몸은 움직이지 않고, 뭔가 이상하다 싶었는데 마주보고 있는 천장이 일그러지기 시작합니다</div> <div>아무 소리도 없이 천장이 보라색으로 변하면서 나선형으로 비틀리는데 고개는 안 돌아가고 미치겠더군요</div> <div>그 빙빙 돌던 천장에서 순식간에 천장만큼 거대한 귀신얼굴이 생겨납니다</div> <div>진짜 기절하는 줄;;</div> <div>천장만한 귀신얼굴이 녹아내리듯 얼굴로 줄줄 흘러내리는데 몸은 진짜 꿈쩍도 안하더군요</div> <div>그 때 티비에서 본 가위 푸는 법이 기억났습니다</div> <div>새끼손가락인가 발가락을 움직이면 된다는 거였는데 진짜 낑낑 거리면서 막 힘을 줬죠</div> <div>그러다 새끼손가락이 꿈틀! 하는 순간 팟! 하고 빨려들어가듯이 귀신은 사라졌습니다</div> <div>식은땀이 얼마나 났던지...</div> <div>아직도 생생하네요</div> <div><br /></div> <div>2. </div> <div>그 후 종종 가위에 눌리다가 대학교 2학년 때 엄청 심해졌습니다</div> <div>그 때 자취하고 있었는데 2학기 개강하고 나서 한 두 달 정도 계속 눌렸죠</div> <div>근데 좀 자주 눌리는 게 아니라 하룻밤에 대여섯번씩 눌립니다 ;;</div> <div>자다가 눌려서 깨고 잠들면 또 눌리고 진짜 지옥이 따로 없더군요 ㅠ</div> <div>근데 계속 겪다보니까 가위도 익숙해집니다</div> <div>잘려고 누워 있으면 귀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div> <div><br /></div> <div>끼이이잉... 이런 소린데 소리만 나는 게 아니라 귀가 아픕니다</div> <div>마치 청소기를 귀에 대고 빨아당기는 것처럼 아파와요</div> <div>그럴 때 고개를 막 휘저으면 순식간에 소리는 없어집니다</div> <div>다시 누워서 잠이 들라치면~ 또 그 소리가 납니다!</div> <div>어휴 진짜...</div> <div><br /></div> <div>한 번은 그 소리가 언제까지 들리나 궁금해서 참아봤습니다</div> <div>귀가 점점 아파지고 소리도 엄청 커져서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았는데</div> <div>그 때 느낌이 어땠냐면 귀랑 지옥이랑 연결되는 통로가 있어서</div> <div>지옥에서 제 영혼을 귓구멍을 통해 빨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div> <div>더 이상 있다가는 혼이라도 빨려 나갈 것 같아서 또 고개를 흔들어 겨우 끊었습니다</div> <div><br /></div> <div>3. </div> <div>역시 2학년 때 심하게 눌릴 때 이야깁니다</div> <div>하루는 꿈을 꿨습니다</div> <div>루시드 드림이라고 하죠, 스스로 꿈이라는 걸 알고 어느 정도 의지를 행할 수 있는 꿈이었습니다</div> <div>무슨 술래잡기 하듯이 누군가한테서 도망을 치고 있었는데</div> <div>쫓기다가 어느 공사하는 건물로 들어갔습니다</div> <div>그런데 거기서 귀신이 갑자기 나타나서 엄청 깜짝 놀라 잠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div> <div><br /></div> <div>진짜 무서웠던 건...</div> <div>꿈에서 깨어나기 전에 "니가 이리로 들어올 줄 알았어. 속았지?"라는 말을 들었던 겁니다...</div> <div><br /></div> <div>4. </div> <div>한 번은 목도 졸려 봤습니다</div> <div>자다 보니 가슴이 엄청 답답하고 숨쉬기가 힘들어서 눈을 떴는데</div> <div>가슴 위에 허연게 올라앉아서 목을 조르고 있더군요</div> <div><br /></div> <div>진짜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것처럼 하얀 소복을 입었고 푸르스름하게 어둠 속에서 빛이 납니다</div> <div>그리고 머리가 엄청 지저분하고 길었는데 그 때문에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div> <div>두 손으로 목을 조르는데, 진짜 무서운 게 ;; 손이 사람 손이 아니라 호랑이 발 같더라구요</div> <div>엄지손가락만한 발톱이 줄줄 달려있고 솥뚜껑같은 손이 제 목을 꽉 조르고 있었습니다</div> <div>털도 수북수북 나 있구요</div> <div><br /></div> <div>막 발버둥을 치면서 얼굴을 봤는데 눈코가 없었던 것 같네요</div> <div>입은 있었던가?</div> <div>여튼 얼굴에 거의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납니다</div> <div>몸부림 끝에 가위가 풀렸는데 잠에서 깬 뒤에도 계속 그 부위가 시뻘겋고 아파서 식겁했었네요...</div> <div><br /></div> <div>5. </div> <div>자주 가위에 눌리다보니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할 때가 있습니다</div> <div>아 물론 대낮에 말구요 자다 깨다 하니까 밤에 내가 꿈을 꾼 건지 진짜 뭘 본 건지 애매해지죠</div> <div>그런데 가위를 하루에 대여섯번씩 두 달 정도 눌리니까 막 투시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div> <div>잘려고 눈을 감고 있는데 막 방에 있는 천장-벽, 벽-벽, 벽-바닥, 벽-옷장 이런 경계선이 보입니다</div> <div>적외선 이런 걸로 보는 것 같은데 색깔은 그런 거랑 다르구요</div> <div>여튼 물체의 경계가 눈을 감은 채로 보이더라구요</div> <div><br /></div> <div>그 땐 진짜 이러다 내가 투시능력 생기는 거 아냐? 했었는데</div> <div>요즘은 가위도 잘 안 눌리고 좀 안정이 되어서 그런지 그 때 헛생각 했던 거 같네요ㅎㅎ</div> <div>당시엔 진짜 심각해서 친한 친구한테 내가 너무 가위에 눌리다보니 이제 막 투시가 된다면서</div> <div>이야기도 하고 그랬었습니다</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br /></div> <div>막상 적고 보니 그렇게 쓸 말도 없었네요</div> <div>언제 공게에 제 가위 이야기를 한 번 써 보고 싶었습니다ㅎㅎ</div> <div>다들 좋은 밤 되세요~</d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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