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여왕 7
by 슈헤르트
눈을 찌르던 섬광이 멎어들자 , 그제서야 샤이닝의 군대는
앞을볼수 있었지만 , 이미 달아난 솜브라를 볼순 없었다 .
이내 정신을 차린 샤이닝에 의해 군대는 몆조각으로 나뉘어
도주한 그들을 찾기 시작했고 , 샤이닝은 주변을 수색하면서도
솜브라의 행동을 전혀 이해할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
크리스탈 왕국의 전투는 불과 몆달도 채 되지 않은 일이였다 .
그속에서 자신의 시야에 비쳤던 솜브라는 , 강력한 힘과 왕권의
욕망 그 하나의 목표만을 노리고 있었던 악당 , 그리고 그 목표
외엔 아무것도 관심가지지 않는 한마리의 야수였다 .
그러나 그는 지금 크리살리스에게 이용당하는걸 알면서도 ,
그녀가 그를 속인다는것을 알면서도 무슨 마음에선지 그녀를
지키고 있다 , 그녀에겐 실질적으로 얻을게 없는데도 말이다 .
전멸한 군대도 , 그녀의 힘에서도 솜브라는 얻을게 없었다 .
' 하는짓을 봐선 매혹당한것도 아니야 . 대체 . . '
샤이닝은 이내 머릿속에 있던 모든 의혹들을 떨쳐내려
노력했다 , 그리고 달렸다 . 그들을 찾기 위해 , 그리고
그들에게서 해답을 찾기위해 .
하지만 이 넓은 지대에서 그들의 흔적을 찾는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 병사들도 이리뛰고 저리뛰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느라 체력이 고갈되었고 , 샤이닝 자신도 슬슬 피곤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 또한 시간또한 밤인지라 깔려있는
어둠이 군대의 시야를 방해하기도 충분했다 .
이런상황에서 무리하게 그들을 쫒다간 역으로 그들에게
당할수도 있기에 , 그는 병사들을 모으고 캔틀롯으로 귀환
명령을 내렸다 , 자신또한 머릿속의 생각이 너무 많았다 .
일촉즉발의 새벽이 지나가고 , 시간은 흘러 아침이 되었다 .
내리쬐는 햇빛이 군락의 이부자리에 비치고 , 눈부신 하늘이
자고있는 크리살리스의 얼굴을 어루어만지며 그녀를 깨웠다 .
오랜만에 태평한 기상이구나 . 라고 느끼며 일어난 그녀는 ,
저앞에 우두커니 앉아있는 솜브라를 발견했다 .
" 저기 앉아서 대체 뭐하는거지 . . ? "
크리살리스는 그의 행동에 호기심을 느껴 솜브라에게로
다가가 그의 옆에 앉았다 . 그녀가 가까이 옴에도 불구하고
솜브라는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않았으며 , 크리살리스는
그런 그의 행동에 강한 호기심을 느껴 말을 걸었다 .
" 이봐 , 깨어는 있느냐 ? "
" 그래 , 잘살아 숨쉬고 계시다 . 근데 왜 ? "
" 그리 흐리멍텅하게 앉아있는 이유가 궁금해서 그러느니라 . "
" 아아 , 그냥 . 그러고보니 나도 궁금한거 하나 있는데 . "
" 궁금한것 ? "
" 날 속인거 . "
솜브라는 이내 초점없던 흐리멍텅한 시선을 크리살리스에게로
옮겼다 . 그의 쏘아보는 눈빛에 크리살리스는 이내 불안함을
느꼈다 . 어째서 그가 나에게 이런질문을 하고 있는거지 ?
" 소 . . 속인거라니 , 난 잘 . . "
" 내 과거 . "
크리살리스는 이내 직감으로 느꼈다 , 그는 알아차린것이다 .
내가 솜브라의 과거를 알면서도 은폐했다는 사실을 .
어찌 대답해야할지 생각조차 할수없었다 . 머릿속이 패닉으로
가득찼다 . 표정은 울상이 되어가고 호흡은 빨라졌다 .
유일하게 남은 자신의 편마저 이젠 자신을 떠날 위기에 처했다 .
" 그 . . 그게 . . "
" 대답해줬으면 좋겠는데 . "
" 사 . . 사실은 , 네가 네 과거를 알면 다시
니 목적을 채우려 나를 떠날꺼라 생각해서 그랬느니라 . . ! "
" . . . "
" 미안하ㄷ . . 아니 , 미안해 ! 제발 . . 용서해줘 . . ! "
" . . . "
솜브라는 울상이 되어 자신을 향해 빌고있는 크리살리스
에게서 시선을 떼곤 , 그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리고 다시
그녀를 날카롭게 내려다보았다 .
" 한심하군 . "
솜브라가 자신을 노려보며 차갑게 내뱉었을 그때 ,
그녀는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 이제 모든게 끝났다 .
솜브라의 분노에 의해 살해당하거나 , 아니면 무참히 버려지고
외롭게 홀로 세상에 남는것 . 눈앞이 캄캄해진 여왕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흘러 볼을 타고 내려갔다 .
이내 솜브라의 발굽이 자신을 향해 다가왔고 ,
솜브라의 공격으로 예상한 크리살리스는 눈을 질끈감고
두 발굽으로 얼굴을 감쌌다 . 그러나 기다려도 솜브라의
공격은 없었고 , 살며시 한눈을 뜨자 이내 솜브라의 발굽이
자신의 이마를 콩하고 쥐어박았다 .
" 아얏 , 이게무슨 . . ! "
" 이거 웃기는 여왕일세 . "
" ㅇ . . 어 ? "
솜브라는 이내 날카로웠던 인상을 피곤 ,
피식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 크리살리스는
대체 이상황이 아직도 무슨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며
솜브라를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고있었다 .
" 내가 그깟 이유로 널 버릴꺼라고 생각했냐 ?
과거 알아봤자 , 이미 목적은 사라진지 오랜데 . "
" 어 . . ? "
" 혼자는 외롭잖아 , 안그래 ?
저번에 네가 그랬잖아 . "
솜브라가 씨익 웃어보였다 . 그런 그의 웃음을 바라보는
크리살리스의 눈에 다시한번 눈물이 고이기 시작하더니 ,
이내 울음보가 터진듯 , 계속해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
분명 자신은 울고있지만 , 슬프지 않았다 . 기쁨을 억누를수 없었다 .
" 잠시만 , 너 왜 우는 . . ! "
솜브라가 울고있는 크리살리스를 달래려 그녀에게
다가갔을땐 , 무언가 그에게로 와락 덮쳐왔고 , 자신의
몸에닿은 따듯한 체온이 자신을 끌어안고 울고있는 크리살리스
라는걸 알아차리자 , 그는 말없이 그녀를 안아주었다 .
" 괜찮아 , 울지마 . "
자신에게 안긴채 와앙하고 울고있는 크리살리스의
마음이 느껴졌다 . 그 고되고 힘들었던 시간속에서 힘겹게
버텼던 여린 여왕은 , 누구에게도 그 한을 풀수 없었으리라 .
지금 이 품속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진심 , 그녀의 눈물이
야수였던 자신에게도 따듯하게 느껴졌다 .
" 미아내 . . . 미아내 . . . "
" 괜찮다고 했잖아 이 멍청아 . "
눈물을 흘리면서 알아듣지 못할 발음으로 웅얼거리며
사과하는 크리살리스의 모습이 왠지모르게 꼬마아이처럼
귀엽게 느껴졌다 . 그렇게 생각하니 왠지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
부정할수 없었다 . 그녀를 둘러싼 모든 껍데기들이
부서지고 , 지금 자신을 끌어안고있는 그 껍데기속
아름다운 영혼을 , 자기자신도 부끄러웠지만 , 지금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도저히 아니라고 말할수 없었다 .
저번에 그녀가 나에게 말했었지 ,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줄 포니는 이세상에 없을꺼라고 . 이런 몰골에
누가 자신들을 사랑해주겠느냐고 , 하지만 그녀는 틀렸다 .
난 , 지금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것 같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