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여왕 2
by 슈헤르트
체인질링 궤멸이후 , 시간의 수레바퀴는 자연의 섭리를 타고 꾸준히
돌아갔다 . 몆주 쯤 지나 종족 특성덕분인지 그들의 자생능력으로 인해
크리살리스와 그녀의 전사들은 힘을 회복했고 , 그 힘으로 군대의 회복을
기원하며 체인질링의 종족수를 늘리는데 기여했으나 , 수가 몆 늘었을뿐 .
그녀의 군대는 여전히 성벽앞 개미마냥 오합지졸이였다 .
크리살리스는 이미 재침공에 대해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
' 그날 , 매서운 군대가 캔틀롯을 장악 했을때 , 그 순간의
군대만 해도 백만대군의 위용 못지않은 정예 군대였건만 .
한순간의 방심으로 그들은 산산조각나지 않았던가 . '
사실 , 크리살리스는 병력의 수보단 자신의 무능함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
애써 적은수의 전사들을 보며 자기합리화를 해도 , 눈앞에 아른거리는
자신의 크나큰 무능함이 여전히 그녀의 발목을 붙잡고 있었다 .
' 다시한번 재침공을 시도했다간 . . 이렇게 마시고 있는
공기조차 들이킬수없고 , 저 아이들또한 다신 볼수 없으리라 . . '
크리살리스는 고개를 떨구었다 . 적이 여전히 건재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은 아무것도 할수 없다는 무력감이 구멍난 자신의 육체를 따라
하나의 쇠사슬마냥 자신을 휘감았다 .
' . . . 어쩔수 없단것쯤은 . . 알지만 . . "
" 여왕님 ! "
땅이 꺼지라 한숨을 쉬고 있던 크리살리스에게 , 근처를 수색하던
체인질링 하나가 뛰어와 그녀를 불렀다 .
" 무슨일이지 ? "
" 수색중 , 이 근처에서 이상한 시체를 발견했습니다 . "
" 이상한 시체라니 ? "
" 그게 . . 말론 형용할수 없는 그런 시체입니다 . "
크리살리스는 더 묻지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 아이를 따라갔다 .
그리고 사실 , 그녀는 걸음을 옮기며 어렴풋이 느꼈을지도 모른다 ,
지금 이 처절한 상황을 바꿔줄것을 만나리라는걸 .
그 아이를 따라 약 15분쯤 걷자 , 무언가 이상한것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 숲속의 공기가 달라지기 시작했고 , 형용할수 없는
느낌이 자신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 그 느낌이 점점 강해지는곳에
도착했을땐 , 이리저리 조각나버린 무언가의 시체가 보였다 .
" 이것입니다 , 여왕님 . "
그것은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 어두운 기를 응축한채 바닥에
떨어져있었다 . 스며나오는 사악한 기운이 흘리나와 크리살리스의
몸을 지나쳤을땐 , 머리털이 쭈뼛 설정도로 강한 기운이 느껴졌다 .
절대로 평범한자의 힘은 아니리라 .
" 이건 . . 대체 . . "
" 나도 모르겠지만 , 이건 아마 . . "
크리살리스는 하던 말을 멈추고 , 시체조각중 하나인 원뿔 모양으로
생긴것을 집어들었다 . 그것이 에너지의 원인이였는지 , 응축된채
거대한 힘을 품고있었고 , 크리살리스는 비로소 짐작할수 있었다 .
" 유니콘의 사체인듯 하구나 . "
" 유니콘 ? "
순간 , 그것들을 보던 크리살리스의 머리에서 묘안이 떠올랐다 .
이 죽어버린 육체들을 모아 체인질링의 힘으로 이 유니콘을
복구 수준으로 되살릴수 있다면 , 그 힘을 이용하여 재침공을
가능케 한다면 . 여태까지 내쉰 한숨들을 승리의 함성으로 바꿀수 있으리라 .
그녀의 눈빛은 한순간 날카로워졌고 , 두뇌는 비상하게 회전하기 시작했다 .
" 주변을 더 뒤져보거라 , 우린 이자의 육체가 더 많이 필요할것이니 . "
체인질링의 임시 초소 중앙엔 수색대들이 가져오는 한마리의
유니콘 사체조각이 쌓이기 시작했다 . 그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더
얹혀질때마다 흘러나오는 어둡고 강력한 에너지들이 중첩되어 가는듯이
느껴졌고 , 이윽고 덩치큰 유니콘 한마리는 될정도의 시체가 쌓였다 .
" 여왕님 , 이정도면 다 모은것 같습니다만 ,
어째서 누군지도 , 심지어 형체도 모르는 한 유니콘의 시체를
어떻게 사용하시려고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 "
" 나또한 이자가 누군지 정체도 , 형체도 모르니라 .
하지만 이 강력한 에너지를 품고있는 자라면 우리의 재건에
힘을 보탤수 있을 터 , 되살릴 가치는 있겠지 . "
크리살리스가 그 말을 하곤 자신의 전사들에게 눈치를 주자 ,
사체 조각에 모여있던 체인질링이 슬금슬금 크리살리스를 남겨둔체
뒷걸음질로 사체 조각 무더기에서 떨어졌다 .
곧이어 크리살리스는 명상하듯이 눈을 감았다 . 그녀의 뿔에서
초록색 오오라가 생기기 시작했으며 그 오오라가 점점 진해져
진한 녹색이 되자 , 땅에서 빛나는 점액이 흘러나와 사체더미를 감쌌다 .
그것들은 더욱더 사체 더미를 감싸 하나의 고치를 형성해가기
시작했고 , 크리살리스는 이를 악물고 그 유니콘을 되살리는데에
온몸의 신경을 죽어버린 한 유니콘의 사체로 몰아 세웠다 .
그때 , 그녀는 이상한걸 느끼기 시작했다 .
어째선지 자신이 힘을 불어넣고 있어야 할것을 , 그 고치 덩어리가
녹색 빛을 내며 자신의 힘을 청소기마냥 빨아들이기 시작한것 .
당황한 크리살리스는 눈을 뜨고 마법을 중지하려 했으나 , 그것은
그저 그녀의 희망사항일뿐 고치는 계속해서 그녀의 힘을 빨아들였다 .
" 으윽 . . ! 멈춰 ! ! ! "
" 여왕님 ! "
무언가 이상하다는것을 느낀 체인질링들이 여왕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쓰러트리자 비로소 그녀의 마법을 멈출수 있었고 ,
크리살리스는 숨을 몰아쉬며 강렬한 빛을 뿜어대는 고치를 바라보았다 .
" 저것이 . . 내 힘을 죄다 빨아들이려 했어 . . ! "
" 여왕님 . 몸은 괜찮으십니까 ?! "
" 난 괜찮다 , 근데 저 . . "
크리살리스가 말을 채 잇기도 전에 , 고치의 빛은 계속해서
강해지기 시작하더니 , 이윽고 큰소리를 내며 굉음과 함께 폭팔했다 .
초록색 연기가 자욱한 그 현장에서 , 크리살리스는 허탈해했다 .
이 상황을 역전시킬 그런 발화점이 한순간에 소멸했다는것에 대해 . .
" . . . 허무하구나 . "
" 안타깝지만 , 이번 작전은 실패 한것 같 . . "
희망이 부서진듯 , 크리살리스와 그녀의 전사들은 다시한번
한숨을 쉬며 실패를 자책하려 했으나 , 초록색 연기속 서있는
하나의 검은 그림자를 보았을때 ,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 .
그리고 머릿속으로 생각했으리라 .
우린 다시한번 일어설수 있다고 .
" 으윽 . . ! 여긴 . . 어디야 . . ! "
눈에서 녹빛 안광을 흘리는 그 검은색 유니콘은 , 마치
한마리의 사자를 보는듯 야수같은 얼굴을 찡그리며 바닥에
쓰러진채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 크리살리스는 그 얼굴을
보자마자 기억속에서 무언가가 하나 떠오르기 시작했다 .
그래 , 어디서 들은적이 있었다 . 크리스탈 왕국의 난폭한
왕이자 힘의 정상에 군림한 전설속 유니콘 , 솜브라 .
야수같은 풍채 , 붉은 눈 , 녹색 안광 . . 생김새 마저 같았다 .
자신은 지금 , 어째선지 모를 이유로 산산조각나버린 악마를
되살린거나 다름 없었다 . 크리살리스는 마음을 가다듬고 말을 건넸다 .
" 정신이 드는가 ? "
" 누구냐 , 네놈은 . "
" 난 체인질링의 여왕 , 크리살리스라고 한다 . "
" 난 . . 으 . . 솜브라다 . 그것밖에 기억나지 않아 . . "
" . . . ! 기억이 없느냐 ? "
" 지금 내가 떠올릴수 있는건 내 머리가 아파서
뒈질것같다는 것밖에 모르겠군 , 그리고 내 이름이랑 . "
" 그래 , 여하튼 이름이 솜브라라고 했나 . "
" 알면서 같은 질문은 자제해주시지 . "
크리살리스는 의외의 상황에 옅은 미소를 띄우며 말했다 .
크리스탈국의 왕이였던 강력한 유니콘 , 게다가 기억까지 없다 .
솜브라는 자신의 완벽한 꼭두각시이자 강력한 살상병기였다 .
" 우리는 , 니가 필요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