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리지 않는 너의 목소리 5
by 슈헤르트
옥타비아는 바이닐과 함께 거리를 걷고있었다 .
바이닐은 옥타비아가 혹시 다른데로 새지 않을까 걱정하며
자꾸만 옥타비아를 향해 돌아보았지만 , 그때마다 옥타비아는
자신은 괜찮다는듯이 살며시 웃어주었다 .
" 아 , 그쪽으로 가는거 아니야 바이닐 .
앞 사거리에서 우측으로 가야해 . "
. . . 옥타비아가 바이닐을 지켜주는건지 바이닐이 옥타비아를
지켜주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공연장으로 가는 길을 잘 모르는
바이닐을 위해 옥타비아는 충실한 네비게이션(?) 역활을 해주었다 .
" 응 , 그쪽으로 . 아 이제 보인다 ! 저 건물이야 바이닐 . "
그렇게 네비게이터 옥타비아의 안내에 따라 , 두 포니는 무사히
공연장에 도착하였다 . 공연장 뒤쪽 관계자 출입문으로 가자
그곳엔 옥타비아가 소속돼어있는 연주단의 포니 3마리가 옥타비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
" 아 , 오랜만이예요 여러분 . "
옥타비아의 인사에 3마리의 포니는 따듯한 말을 해주려 했지만
이내 옥타비아가 안들린다는것을 깨닫고 , 각자 종이에 무언가를
적기 시작했다 .
[ 무사히 공연장에 돌아와서 기뻐요 옥타비아양 . ]
[ 진짜 다크서클에 먹힌줄 알았잖아요 . 그러길래 몸관리좀 잘하지 . ]
[ 바이닐한테 이야기는 들었어요 . 괜찮겠어요 옥타비아 ? ]
피아노 연주자 , 하프 연주자 , 수자폰 연주자 포니가 순서대로 옥타비아
에게 위로겸 기운을 복돋아 주는 말을 한마디씩 써서 보여주었다 .
" 할수 . . 있을거 같아요 . 저 자신을 믿어야죠 . "
[ 뭐 그럼 다행이네요 , 일단 본 연주까진 아직 40분이나 남았으니
서로 맞춰서 연주해보도록 해봐요 . ]
" 그러죠 , 오랜만에 해보는 합주라서 긴장돼는걸요 . "
" 아 , 그럼 전 이만 관중석으로 가있을께요 여러분 . "
" 바이닐양 ? 가지 마시고 우리가 하는 합주좀 듣고 틀린점을
짚어줄수 있으신가요 ? 합주할때 연주자는 틀린점을 잘 못찾아내거든요 . "
옥타비아의 연습때문에 , 덥스텝은 커녕 매일매일 하루종일
고상한 음악만 들어서 이젠 질려 관중석으로 도망가려 했던 바이닐은 ,
이내 피아노 연주자 포니에게 붙잡혀 연습실로 끌려가고 말았다 .
빈좌석은 점점 없어져가고 , 공연장엔 포니들이 점점 들이차기 시작했다 .
아마도 말없이 떠났었던 첼로 연주자 옥타비아의 컴백 소식을 들어서였을것이다 .
바깥에선 옥타비아가 떠났다던지 , 그만뒀다든지 , 심지어 실종설까지
나돌고 있었던 상황이였기 때문이다 .
관중석 맨 앞자리에 앉아있는 바이닐도 내심 긴장돼기 시작했다 .
약 2주일간 좌절해있었고 , 또 2주간 피나는 연습을 거듭했다 .
한달의 공백이 있었던 공연장의 자리에 옥타비아가 다시 선다는것은 .
새로운 시작을 의미 했었던것이기에 바이닐도 매우 긴장돼는 사실이였기 때문.
곧 공연장이 막이 열렸고 , 악기를 점검하고 있는 네마리의
포니가 보였다 . 사람들은 돌아온 옥타비아를 보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
하지만 옥타비아에겐 환호성이 들리지 않았고 , 그녀는 그저 굳은 표정으로
첼로를 점검하고 있었다 .
곧이어 네마리의 연주단은 악기 점검을 끝냈는지 , 본격적으로
악기를 연주할 자세를 취하기 시작했다 .
옥타비아에게도 , 바이닐에게도 , 지금이 제일 긴장돼는 순간이리라 .
연주가 시작돼었다 .
이주간의 피나는 연습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듯이 , 연주의 시작은
아주 매끄럽게 진행돼었다 . 피아노의 순수한 음율 , 하프의 간결한
고음 , 수자폰의 웅장한 배경반주음 , 그리고 그 정점의 무거움과 가벼움을
동시에 연주하는 첼로의 아름다운 합주가 한달만에 공연장에서 다시한번
울려퍼지며 많은 포니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었다 .
' 역시 옥타비아야 , 우리의 연습이 물거품이 돼지 않았어 . '
바이닐은 그런 그들의 연주를 걱정하며 지켜보면서도 , 옥타비아가
문제없이 연주를 진행하자 그녀에 대한 대견함을 느끼고있었다 .
하지만 정말 문제는 다음이였다 . 곧있으면 첼로의 독주가 시작됀다 .
이 연주단이 오늘 연주하는 음악엔 첼로의 독주파트가 두개나 존재했다 .
' 제발 . . 옥타비아 힘내라 . . '
곧이어 , 옥타비아의 첼로 독주가 연주돼기 시작했다 .
모든 관중들은 옥타비아의 연주에 집중하고 있었고 .
바이닐도 다른포니들과 마찬가지로 옥타비아에게 초집중 하고있었다 .
" ♪ ~ "
옥타비아 또한 굳은 표정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며
필사적으로 , 하지만 연주에 해가 돼지 않게 음을 발굽으로 , 몸으로 느끼며
첼로독주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었다 .
이내 첼로 독주의 첫번째 파트가 무사히 넘어가고 , 다시 4개의 음이
서로 합쳐져 합주를 시작했다 . 바이닐은 독주가 무사히 끝난것을 보고
흘러내린 식은땀을 닦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좋아 옥타비아 잘하고있어 . . 계속 그대로만해 . . '
합주가 그렇게 약 6분동안 이어지고 , 다시한번 옥타비아의 첼로 독주타임이
찾아왔다 . 포니들의 관심이 다시 몰리고 들이 닥치는 긴장감의 압박속에서 ,
옥타비아는 첼로 독주를 이어나갔다 . 그러나 ,
" ♪# ~ "
아뿔싸 , 그녀는 그만 독주 중간에 음을 이탈해버렸다 .
옥타비아는 자신의 실수가 들리진 않았지만 , 관중들과 바이닐의 반응을 보면
알수있었다 . 자신은 실수를 하고 말았다 .
그래도 내색하지 않고 연주를 계속 이어가려 했으나 , 이미 옥타비아의
리듬은 당황으로 이리저리 흐트러져 연이은 음이탈을 초래할 뿐이였다 .
관중석은 점점 옥타비아의 실수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
바이닐은 그속에서 미칠듯한 불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
' 제발 . . 제발 . . '
그리고 끝내 , 그녀는 음악을 멈춰버렸다 .
그리고 고개를 떨구고선 , 악기를 내려놓고 무대뒤쪽으로 나가버렸다 .
이런 옥타비아의 돌발행동에 , 관중석은 이내 소란스러워졌다 .
포니들의 술렁이는 소리 , 남은 연주자들이 당황해 서로 이야기하는 소리 ,
사회자 포니가 상황을 수습하는 소리의 혼돈속에서 .
그 광경을 보고있던 바이닐은 , 마치 안들리는 옥타비아처럼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
왜 , 어째서 그녀는 다시 포기라는것을 택했는가 .
바이닐은 그저 허망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있었다 .
옥타비아는 공연장 뒷문으로 뛰쳐나와 울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
이주간의 우울한 좌절의시간이 있었고 , 이주간의 땀흘리는 연습이 있었다 .
근 한달간 , 바이닐이 자신을 위해 좋아하던 덥스텝까지 포기해가며
자신을 도와줬었건만 , 그 모든것을 자신의 실수로 인해 산산조각 내버렸다 .
이제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 모든것이 끝나버렸다 .
옥타비아는 어딘가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
' 이젠 . . 끝이야 . . '
옥타비아가 공연장을 나가버린지 5분이 지나서 , 바이닐은
뛰쳐나간 옥타비아를 찾아나섰다 . 옥타비아는 현재 귀도 안들리는
상태라 위험에 처할수 있는 상황이였다 .
" 제길 , 옥타비아 . . . 어디로 가버린거야 ! "
30분뒤 , 옥타비아는 곧이어 어떤 한 장소에 도착했다 .
아래를 내려다보니 멀디먼 바닥이 아찔했지만 , 그녀에겐
이것이 자신의 인생을 끝낼수 있는 방법이자 모든것을 무로
되돌리는 방법이였다 .
그녀는 지금 포니빌 뒷산에 있는 뒤쪽 절벽에 서있다 .
" 이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수도 있어 . 더 좋은 방법이 있을수도
있지만 . . 지금은 . . 전혀 생각나지 않아 , 바이닐 . . 미안해 . .
난 . . 더이상 희망이 없어 . . 모든게 부서져버리고 말았어 . . "
그녀는 지금 자신의 생을 포기하려고 하고있다 .
주변 마을 포니들에게 물어가며 옥타비아가 어디있는지 ,
바이닐은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것을 느끼면서도 멈추지 않는
네다리로 계속 달리고 있었다 .
" 어디있는거야 . . 어디있는거야 . . ! "
자신의 폐와 네다리는 제발 달리는것을 멈추라는듯이
발악을 하고있었지만 , 그것에 개의치 않고 바이닐은 몸의 한계를
짜내며 계속해서 , 계속해서 달리고 있었다 .
하지만 신이 아닌이상 한계는 있는법 , 그녀는 결국 힘빠진 다리로
몸을 겨우 지탱하며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
힘이 빠져 어지러운 그녀의 시선에 , 한 포니가 보였다 .
절벽위에서 생의 의지를 포기하려는
회색몸통에 검은색 갈기를 한 하나의 암컷포니의 모습이 .
" 안돼 . . 안돼 안돼 안돼 안돼 ! ! 이럴순 없어 ! 옥타비아 ! ! ! "
절망어린 바이닐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 그 외침은 옥타비아에게 닿지 않았다 .
그녀는 서서히 눈을감고 영원한 나락의 추락을 향해 가려 하고 있었다 .
지금 뛰어봤자 저 높은 절벽위까지 단숨에 올라가 그녀를 구하는것은
셀레스티아 공주라 할지라도 절대 불가능한 일이였다 .
이내 바이닐은 , 어떤 결심을 하고선 다시 힘이 빠져 껍데기만 남은
자신의 육체를 쥐어짜며 빠르게 달려갔다 .
옥타비아는 눈을 감았다 .
눈을 감으니 자신의 어릴적 시적부터 모든것이 떠올랐다 .
자신이 어렸을때 첼로 큐티마크를 발견했던 기억 ,
원래 살던 동네 캔틀롯에서 포니빌로 이사온 기억 ,
자신의 집에 룸메로 온 바이닐과의 처음만난 기억 ,
사고도 많았지만 그녀와 언제나 떨어지지 않았던 우정의 기억 .
아 , 이런걸 주마등이라고 하는구나 .
이제 여기서 떨어지면 내인생의 엔딩을 맞이하겠지 .
이런 기억도 더이상 만들어 나갈수 없겠지 .
모든것이 어둠으로 뒤덮인 무(無)로 바뀌어지겠지 .
이제 모든것을 . . 잊겠지 .
옥타비아는 이내 눈을감고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
안녕 , 부모님 .
안녕 , 연주단 .
안녕 , 친구들 .
안녕 , 내인생 .
안녕 . . 바이닐 .
이제 끝이야 .
. . . 근데 왜 끝나지 않는거지 ?
옥타비아는 자신이 절벽에서 뛰어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살아있음에 대해 의문을 가졌다 . 분명 자신은 엄청난 높이의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
그리고 지금 바닥과 충돌했다 . 하지만 자신은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다 .
옥타비아는 조심스레 눈을 떠보았다 .
자신이 눈을 떠 바라본 바닥엔 , 머리와 가슴에서 피를 흘리고있는 바이닐이 있었다 .
" 바 . . . 바이닐 . . . ? "
옥타비아가 떨어질때 , 바이닐은 옥타비아의 추락예상지점에 달려와 그녀를
온몸으로 받아내었다 . 옥타비아는 가벼운 타박상도 입지 않았지만 .
바이닐은 그 충격으로 인해 두개골과 흉부 , 장이 파열돼고 말았다 .
" 바이닐 . . 바이닐 . . ! 왜 . . ! "
곧이어 바이닐이 쿨럭이며 피를 토해내곤 , 가까스로 눈을 떴다 .
바이닐은 옥타비아를 보곤 , 안심했다는듯이 미소를 지었다 .
" 이거 . . 성공 . . 할줄은 . . 몰랐 . . 쿨럭 ! "
바이닐은 말을 가까스로 이어가다 , 입에서 피를 토해내며 기침을 했다 .
" 제발 바이닐 . . 왜 . . 왜그런거야 . . 제발 . . 죽지마 . .
내가 이런짓 해서 미안하니까 제발 . . 제발 , 죽지마 . .
다음부터 이런짓 안할께 . . 제발 . . . 미안해 . . 미안해 . . "
옥타비아는 미친듯이 피투성이 바이닐을 어루만져댔다 .
그런 옥타비아의 발굽을 붙잡고 , 그녀는 마지막 유언을 했다 .
그리고 그녀는 , 옥타비아를 대신해 생을 포기했다 .
바이닐의 장례식날 .
많은 포니들이 바이닐의 죽음을 애도하며 장례식장에 찾아왔다 .
의외로 많은 포니들이 바이닐의 죽음을 슬퍼하고 애도했다 .
그녀는 꽤 인기많은 클럽 DJ였을것이다 .
메인식스도 장례식에 찾아왔고 , 그녀를 사모하던 수많은
남자 포니들도 찾아와 그녀의 영정사진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
옥타비아는 몰려드는 조문객 사이에서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 .
아직 살아있는것만같은 바이닐의 밝은 얼굴이 찍힌 영정사진을 보며
그녀는 무표정으로 눈물만을 흘리고 있었다 .
3개월이 지났다 , 그리고 겨울이 찾아왔다 .
눈내린 포니빌 공동묘지에 , 한 포니가 찾아왔다 .
그 포니는 , 공동묘지를 돌아다니다 한 묘앞에 멈추었다 .
그 묘엔 [ 최고의 덥스텝 연주자 포니 , 바이닐 스크래치 ] 라고 적혀있었다 .
" 자주 오지 못해서 미안해 . "
그 묘앞에선 포니는 , 묘비에 쌓여있는 눈들을 발굽으로 치우며 말했다 .
" 잘 . . 지내고 있어 ? "
그 포니는 ,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으로 묘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
" 나도 . . 잘 지내고 있어 .
소리가 안들려도 , 이젠 문제없이 잘살고있어 . "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한두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
" 가끔 몆개 불편한거 빼곤 , 정말 나도 잘살고 있어 . .
하지만 정말 미치도록 불편한게 있어 .
미치도록 그리운 소리가 날 괴롭혀 . "
그녀의 눈에선 , 걷잡을수 없을정도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
" 네 소리가 듣고 싶어 바이닐 .
내가 연주하고 오면 피곤한 나에게 인사하던 소리 .
아침에 일어나면 시끄럽게 울리던 덥스텝 설거지 기계 소리 .
내가 작곡하고 있을때면 , 지루하다면서 놀자는 소리 .
그리고 너의 밝은 웃음소리 .
모든 너의 소리를 . . 다시한번만 . . 한번만이라도 들을수 있다면 . . "
그녀 , 옥타비아는 묘비앞에 웅크려 울기 시작했다 .
" 네 소리가 정말 그리워 질땐 , 너를 따라가고 싶기도 해 .
하지만 니가 마지막에 . . . 그랬잖아 . . "
옥타비아는 고개를 들어 , 눈물을 흘리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
" 포기 . . 하지말라고 . . .
니가 마지막에 . . 입모양으로 천천히 말해주었잖아 . . . "
옥타비아는 말하다 말고 , 자신의 눈물을 발굽으로 닦고는
자신이 가져온 첼로 케이스를 열어 악기를 꺼냈다 .
" 나 . . 포기 안하고 계속 연습해서 . . . 다시 무대에 복귀했어 .
니가 포기 하지 말라고 했으니까 . . 나 절대 포기 안할꺼야 . .
이젠 들리지 않아도 완벽히 연주 할수 있어 . . 들어줬으면해 . . "
그리고 옥타비아는 첼로의 활대를 들고는
자신을 떠난 바이닐을 위해 첼로를 연주했다 .
무겁고도 가벼운 첼로의 구슬픈 음이 공동묘지에 울려퍼졌다 .
아름다운 진혼곡이 공동묘지를 감싸고 ,
태양의 찬란한 햇빛은 , 하얀색 국화 다발이 올려져있는
묘비를 따스하게 비추었다 .
덥스텝을 연주하던 그녀도 , 하늘에서 미소를 짓고 있을것이다 .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