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빵
by 슈헤르트
추운 겨울날 .
이퀘스트리아의 대지에 백화 처럼 하얀 눈송이들이 솔솔 내려와
어느새 백색 바다를 만들어냈고 , 어린 포니들은 마냥 신나하며
눈포니를 만들기도 하고 , 또 서로에게 눈뭉치를 던지며 놀고있었다 .
그 사이 속에서 , 눈이 새하얗게 내려앉았지만 여전히 무지개빛을 띄고있는 레인보우대쉬는
자신의 날씨 담당 공무원 직책임무인 구름 청소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중이였다 .
" 으 . . . 요번 겨울은 유난히도 춥네 . "
래리티가 떠준 자홍색의 털목도리를 목에 칭칭 감고있어도
윈디고같은 겨울바람은 마치 비웃듯이 그녀에게 찬바람을 쌩쌩 불어주고있었다 .
" 이러다 집에 가기전에 얼어죽겠네 . "
집까지 남은 거리는 아직 꽤 남은 상황 .
난 안춥다 . 난 안춥다 . 라는 자기암시를 머리속에 끊임없이 되뇌어보아도
현실은 시궁창 , 그런다고 해서 안추워지면 난방기구는 왜 존재하겠는가 .
" ㄱ . . 그래 , 여름날 들었던 이야기인데 .
더울때 차가운걸 생각하면 시원해진다고 들었어 , 그럼 추울땐 . . "
그리고 레인보우대쉬는 이내 머릿속에 온갖 따듯한걸 떠올리기 시작했다 .
손난로 , 난방기 , 복실복실한 털잠바 등등 . .
그런걸 생각하다보니 , 레인보우 대쉬는 이내 놀랍게도 따듯해지는걸 느끼
" . . 기는 개뿔 , 오히려 간절하다보니까 더춥잖아 ! 제길 ! "
뼛속까지 스며드는 매서운 추위에 그녀는 동네 꼬마들을 보며
대체 저애들은 몸안에 손난로를 이식했나 라는 의문같은
쓸데없는 생각으로 추위를 몰아내려는 노력까지 하면서까지 집으로 가고있었다 .
그리고 마침 떠오르는 좋은 생각 .
" . . 그래 , 찐빵 ! "
찐빵이라 하면 아줌마가 솥뚜껑을 열었을때
마치 마법사의 주문마냥 모락모락 증기가 마구 피어오르고
그 내면에서 먹음직스러운 빵빵함을 자랑하는 그 빵 .
그게 야채가 들어갔던 팥이 들어갔던 뭐가 들어갔던 먹으면
맛있는건 둘째치고 몸에 따듯한 기운이 돌아 한층 나을것이다 .
레인보우 대쉬는 근처에 찐빵가게가 있는걸 기억해내고는
곧장 그 가게의 방향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뭐 , 추위때문에 그렇게 빨리 가는건 아니였지만 말이다 .
맛나 찐빵점 ! 이라는 친숙한 이름을 가진 가게는
의외로 겨울치고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
추워서 사람들이 안나온탓인지 아니면 부모님들이 어린 포니들에게
용돈을 안쥐어 준탓인지는 모르겠지만 , 이 추운날에 줄을 설필요가 없는것은
레인보우 대쉬에겐 작은 행운으로 찾아왔다 .
" 자아 . . 어디 한번 볼까 . "
5층으로 이루어진 원통형 찐빵 보관용 기계는
층마다 맛이 다른 찐빵이 들어있었고 , 자신들을 뽐내는
작은 패션쇼를 여는듯이 빙글 빙글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 .
" 야채 ? 칠리 ? 음 . . 뭘먹지 . "
' 툭툭 '
레인보우 대쉬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을쯤 .
누군가가 그 고민에 스탑버튼을 눌러주는것 마냥
레인보우 대쉬를 툭툭 가볍게 건드렸다 .
" ? . . ?! "
레인보우 대쉬가 약간의 짜증을 느끼며 뒤돌았을때 보인것은 .
사자의 몸체와 발
북실북실한 하얀털과 갈색털
까칠해보이는 인상
" 기 . .길다 ?! "
" 여어 , 찐빵집 전세내셨나 . "
길다는 레인보우 대쉬의 반응과는 다르게
여유로워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가볍게 대꾸했다 .
" 니 . . 니가 여긴 어쩐일로 온거야 ?
설마 저번일 때문에 . . ! "
" 헹 , 그냥 지나가던 길에 들른거야 . 헛소리 하기는 . "
대체 어떻게 지나가길래 그리폰이 얼굴도 안비치는
포니빌을 지나가는거냐 라고 생각하던 대쉬는 ,
그냥 찐빵만 사고 자리를 뜨면 되겠다고 마음을 바꿔먹고는
자신이 원하는 야채찐빵을 가져가기 위해 돈을 꺼냈 . .
" 어 . . ?! "
자신의 수중에 있는돈은 꼴랑 1비트 .
그런데 야채찐빵은 3비트 .
" 으 . . 젠장 . 저기 길다 ? 미안한데 나 . . "
자존심이 약간 상하는게 있더라도 찐빵을 먹고싶으므로
길다에게 돈을 빌리려 했으나 ,
" . . . . "
길다 또한 손에 1비트만 딸랑있고
가격표를 보고 당황스러워 하는 표정을 보니
어허 이것참 낭패로다 .
근처에 있는 벤치에 앉은 레인보우 대쉬와 길다 .
둘은 결국 서로의 돈을 합쳐 2비트짜리인 팥찐빵을 샀다 .
" 내가 반으로 자르도록 하지 , 왜냐면 난 손가락이 있잖아 ? "
" 어허이구 , 그래 손가락 없는 미천한 포니라서 미안합니다 ? "
" 헹 , 부러우면 부럽다고 하든가 . "
길다는 다섯개의 손가락들을 쥐었다 폈다 하며
만약 라이라가 봤다면 질투의 화신으로 변할것만 같은 제스쳐를 취했고
레인보우 대쉬는 그에 대해 팔짱을 끼며 비꼼으로 받아쳤다 .
대쉬와 길다는 서로 반으로 가른 팥찐빵을
앞에서 꼬마들이 어울려 노는것을 바라보며 말없이 먹고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이 유지돼었을까 .
" . . . 저기 "
" 니가 먼저 말해 대쉬 . "
" 아냐 됐어 , 네가 먼저 말해 길다 . "
둘은 찐빵을 먹다가 뜬금없이 서로 말을 하려했고 .
우연의 일치인지 뭔지는 모르겠다만 동시에 입을 열었다 .
" 아니 그냥 , 너 안부나 물으려 했지 . 잘지내냐 ? "
" 공무원 철밥통 무시하냐 ? 잘 지내고 있어 . "
" 아이고 공무원이라서 좋겠습니다 나으리 ? "
대쉬의 심드렁한 대답에 길다는 굽신대는 몸짓을 취하며 답했고
결국 그 둘은 동시에 웃음이 터져버렸다 .
" 푸흐흐흐하하하하하 ㅡ ! "
" 크흑흐흐흐흐하하하하 ㅡ ! "
사실상 길다가 몆달전 , 포니빌에서 찬밥신세로 쫒겨난 이후로
레인보우 대쉬와 길다는 서로 연락이 없었었다 .
그래도 예전 베스트 프렌드였던 만큼 오랜만에 같이 웃는 웃음은
마치 핑키파이의 파티마냥 즐거움이 담긴 웃음이였다 .
" 흐흐흐 . . . 그럼 길다 너는 잘지냈어 ? "
" 무적 그리폰이 어디 가겠냐 ? 나야 뭐 힘차게 잘지내고 있지 . "
" 비둘기 취급이나 안받으면 다행이지 . "
" 뭐임마 ㅡ ? "
레인보우 대쉬의 농담섞인 한마디에
길다는 대쉬를 향해 가볍게 달려들었고 .
둘은 벤치위에서 엎치락 뒤치락 뜬금없는 레슬링을 하기 시작했다 .
" 여하튼 , 난 이만 가볼께 대쉬 . "
어느새 찐빵을 다먹은 둘은 , 벤치에서 일어섰다 .
" 그래 , 추우니까 몸조심해서 들어가라 . "
" 어엉 . "
그렇게 둘은 등을 돌린채 서로의 길로 향하나 싶었으나 .
" 잠깐 대쉬 ! "
" ? "
" 그 . . 아 . . 뭐냐 그 있잖아 그 . . "
서로가 서로의 집으로 가려할때 , 길다는 대쉬를 불러세웠다 .
그러고선 길다답지 않게 볼을 붉히고 말을 더듬으며
소녀틱한 (?)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
" 뭔데 길다 ? "
" 그 . . 니 친구들 중에서 그 분홍색 포니 있잖아 . "
" 핑키파이 ? "
" 으윽 . . 개말고 ! , 머리가 분홍색이고 , 좀 소심한애 . "
" 플러터샤이 ? "
" 맞나 , 여하튼 개한테 그 . . 음 . . . "
" 뭔데 그래 , 빨리 말해봐 . "
" 그 . . 으윽 . . 미 . . 미안하다고 좀 전해줄수 있냐 ? "
" . . . 에 ? "
볼을 붉히며 예상외의 이야기를 꺼내는 길다의 모습에
대쉬는 약 3초간 멍을 때리더니 , 이윽고 폭소하기 시작했다 .
" 푸흐 . . 푸흐흐하하하하하 ㅡ ! 천하의 길다 맞아 ?! 하하하하 ㅡ "
" ㅅ . . 시끄러워 ! 난 진지하단 말이야 . "
" 아흐흐하하하 , 그래 그래 전해줄께 . "
" 고마워 대쉬 . 나중에 또 만나자 . "
" 응 , 나중에 또 만나자 . "
그렇게 둘은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각자의 길을 걸어갔다 .
레인보우 대쉬는 그렇게 걷던중 , 더이상 춥지 않은걸 느꼈다 .
찐빵을 먹어서인지 , 아니면 방금 있었던 훈훈한 일때문이지는 모르겠지만 .
예상외의 기분좋은 사건을 만나서인지 대쉬의 얼굴엔 웃음이 서려있었다 .
" 근데 잠깐 , 설마 길다 . . 그냥 지나가던길에 들린게 아니라 . .
사과하려고 온거 아니야 ?! "
예상을 뒤엎는 길다의 수줍은 모습을 떠올리자
대쉬는 다시 터져버리는 웃음을 막지 못했다 .
" 푸흐흐하하하하 ㅡ ! 길다 , 여성스러운 면도 있었네 ? 크히히힉 ㅡ "
레인보우 대쉬는 수줍은 소녀(?) 길다를 생각하곤
끊이지 않는 웃음을 흘려대며 집으로 향했다 .
오늘 그녀들에게 달고 훈훈했던것은 ,
반으로 쪼개먹은 따듯한 단팥찐빵이 아닌 .
오랜만에 서로 나누었던 행복한 웃음이였다 .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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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니게의 화석이 돼긴 싫기에
약 한시간정도 끄적인 겨울 소설입니다 ㅋㅋ
사실 이걸 참회록 시리즈 길다편으로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분위기가 너무 가벼운탓에 그냥 다른 단편으로 정해버렸습니다 ㅋㅋ
그리고 참회록 길다 는 안나오겠지 연재작도
오랜만에 쓰는 소설인지라 허접한 부분도 많이 보일듯 ㅠ
여하튼 재밌게 봐주셨으면 감사하고 ㅎ 댓글도 많이많이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다른 팬픽으로 돌아올께요 :)
ㅇ . . 약 서른마흔다섯년 뒤 ?(퍽
죄송합니다. 댓글 작성은 회원만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