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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32325
    작성자 : 에러링
    추천 : 5
    조회수 : 3487
    IP : 118.45.***.7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2/06/30 16:54:30
    http://todayhumor.com/?panic_32325 모바일
    [괴담]미식가
    -미식가-
     
    별다를 건 없는 날이었다.
     
    평소와 같이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는 골목길에 작은 식당이 생긴 걸 발견했다. 매번 다니는 길인데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라는 가벼운 의문을 안고, 출출한데다 저녁도 하지 않았으니까. 끼니도 채울 겸 발길을 옮겼다.
     
     식당 안은 허름했고, 주인 같아 보이는 아주머니는 꾀째째한 복장에 무표정으로 손님을 맞이했다. 작은 식당이라 그런지 그녀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되레 좋은 일이다. 혼자 식사를 하는 데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으니까. 별 생각 없이 아무거나 시킨 뒤 잠시 신문을 보고 있자 음식이 나왔다.
     
     메인으로 나온 식사를 보았을 때 그녀가 처음으로 든 생각은 대단하다. 였을터.
     
     다른 음식들은 평범했으나 단 하나, 중앙의 롤과 같은 모양의 고기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마치 장인이 몇 겹이나 공을 들여 다듬었을 것 같은 지방과 살의 모양은 여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고, 고기의 표면에 가볍게 남아 있는 은색의 기름은 고기를 보석같이 반짝이게 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수저를 들어 음식을 입에 넣었을 때, 그녀는 순간 정신을 잃을 뻔했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기름기에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한 식감과 맛, 감싸고 있는 흰색의 작은 뼈대마저 진득하게 녹아 붙어 혀 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한가지의 음식을 입에 넣었음에 불구하고 느껴지는 맛은 한 가지가 아니었다.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은 물론 거칠고 투박한 맛까지, 25년을 살아오면서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미각, 감히 입으로 표현하는 것이 죄스러울 정도로 형용할 수 없는 맛은, 지금까지 그녀가 먹어온 모든 음식을 완벽하게 부정했다. 이 음식을 계속 내준다면 정말 위장이 터지더라도 먹을 것만 같다.
     
     이것이 음식이라면 지금까지 먹어온 모든 것은 쓰레기다. 그렇게 생각이 됐다.
     
      식사를 시작한 뒤 약 5분이 지났을까 실제로 그녀가 의식이 남아 있던 건 그때뿐이다. 의식이 완전히 돌아왔을 때에는 이미 자신의 자취방에 멍하니 혼자 앉아 있었다. 마지막으로 기억나던 건, 시선 따위 신경 쓰지 않고 게걸스럽게 먹어대던 자신의 모습과 아직도 멈추지 않는 타액 덩어리, 그리고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 같은 음식의 맛뿐이다. 꿈만 같았다.
     
     실제로 현존하는 모든 마약을 다 쓴다고 그래도 이런 맛을 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이미 11시가 넘은 시간이지만, 도저히 내일까지 견딜 수가 없어 당장 차려입고 밖으로 나섰다. 당연하게도 가계 문은 닫혀 있었고, 이미 주인은 안에 없는 듯했다. 문 앞에서 한참을 서성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던 그녀는 이내 집으로 돌아왔다.
     
     수십 잔의 물을 마셔 입을 헹구고, 또 헹구고, 침상에 누웠음에도 도저히 맛이 잊히지 않았다. 가만히 있어도 기억이 떠올라 입가로 침이 줄줄 흘러내렸다. 잠조차 오지 않아 한참을 뒤척이던 그녀는 겨우 잠이 들었을 때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었다.
     
    간절히 원하면 꿈에도 나온다고 했던가.
     
     그날 꿈속에 나온 고기는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것과 완전히 똑같았다. 수저고 뭐고 하나도 필요 없다. 게걸스럽게 고기를 집은 그녀는 쩌억하고 입을 벌려 마구잡이로 쑤셔 넣었다.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 정신없이 쥐어들고 처넣고, 으깨어 물고 삼켰다. 꿈인데도 불구하고 맛은 하나도 다름없이 생생했다.
     
     최고급 향수 따위 범접할 수 없는 향과 씹으면 씹을수록 터져 나오는 육즙, 고기의 근섬유 하나하나가 입안에서 톡톡 튀어가며 미 각을 쉴 새 없이 유린했다. 온몸의 타액이 다 기어 나올 정도로 음식을 끔찍하게 맛있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행복한 적이 있었던가, 꿈이라서 그런지 의식조차 날아가지 않은 채로 그녀는 그렇게 쾌감을 만끽했다.
     
     가끔 작은 이물질이 닿는 듯 했지만 신경조차 쓰이지 않았다. 너무나 많아 입가로 흐르고 얼굴에 마구잡이로 튀어가는 육즙 한 방울 한 방울이 안타까워 혀로 핥아가며 탐하고 또 탐했다. 그러면서도 손을 마구잡이로 움직였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 눈을 떴다.
     
     
    완전히 으깨져 뼈 마디마디가 기어나온 손가락이 그녀의 몸속으로 들어간 뒤에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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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30 18:14:09  222.112.***.54  gerr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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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2012/07/01 13:30:07  211.212.***.143  리베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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