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내 새끼는 2001년 겨울생 노란색 한국참고양이.</div> <div>청소년쯤 되어 오빠 손에 든 박카스 박스에 담겨 우리집에 왔다.</div> <div> </div> <div>여러 우여곡절 끝에 시간이 흘러 내 새끼는 만 16세, 한국나이 18세가 되어버렸고</div> <div>어느새 7-8키로가 나가던 평생 다치기는 해도 아픈 줄은 몰랐던 내 새끼가,</div> <div>2-3키로밖에 나가지 않아 잘못 만지면 부서지기라고 할까 안쓰러운 모습으로 변화했다.</div> <div> </div> <div>2년 전에 목욕을 하고 나서 기운이 너무 딸리는지 며칠을 식음을 전폐하여 </div> <div>병원에 데리고 가니 갑상선항진증 진단을 받았다.</div> <div> </div> <div>다행히도 우리 고양이를 진료해진단을 받는데 항상 다니던 병원이 고양이를 잘 보는 병원이라서</div> <div>아주 많은 검사를 받지는 않고 첫 진료비와 약값으로 50여만원 정도만 지불할 수 있었다.</div> <div> </div> <div>약 덕분인지 평생 우리 고양이에게 평생 가득할 줄 착각하고 있었던 식욕이 돌아왔고, </div> <div>약 먹기 싫어서 눈과 입으로 욕 하는 나이 든 우리 고양이와 오빠는 매 끼니 약을 먹이기 위해 다툼을 했다.</div> <div> </div> <div>캔에다가 약을 섞어주니 먹더라, 로 시작된 몇 끼니 쉽게 약 먹이기는</div> <div>어느샌가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주면 캔이 아니라고 훽 돌아서버리는 버르장머리를 키웠고</div> <div>오빠는 혹시나 사료를 안 먹어 영양부족으로 병이라도 올까봐 버릇을 들이겠다고 사료에 알약 먹이기를 고집했고</div> <div>내 고양이의 밥을 굶어버리는 대응으로 인해 오히려 쓰러져버릴까 겁이나서</div> <div>우리는 주식캔을 종류별로 사모아 어떤걸 먹고 어떤걸 먹지 않는지 확인을 하고</div> <div>먹겠다는 캔을 한 번에 100캔씩 주문하여 매끼 약과 함께 먹이게 되었다.</div> <div> </div> <div>다행히도 밥과 약을 잘 먹어주어서 한 달 후 수치 검사를 해 보니 수치가 조금은 떨어져있었다.</div> <div>호르몬을 유지시켜야 하는 병이라서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가 몸무게를 재고 피를 뽑고 키트 검사를 하고 한 달 치 약을 받았다.</div> <div>매 달 비용은 35-45정도 들었다.</div> <div>이 돈이 내 새끼 입으로 들어가면 아깝지도 않고 좋을텐데 내 새끼는 쥐똥만큼 먹고 돈은 모두 피검사 하는데 들어갔다.</div> <div>이 비용이 매달.. 그러니까 2년째 계속 들어가고 있다.</div> <div>아이가 아픈데 돈을 아까워하는 마음이 들면 그러면 안 될 거 같아서, 경제적 압박감에 대해서 조차 죄책감이 들어서 마음이 힘들었다.</div> <div>하지만 정말 큰 돈이었다. 나를 위해서는 매달 이만한 돈을 쓸 수가 없었다.</div> <div> </div> <div>목욕하고 아이가 쓰러졌던 트라우마로 또 고양이가 몸져 누울까 겁이 나서 목욕을 못 시켰다.</div> <div>빗질도 해줬지만 아이가 더이상 그루밍을 하지 못 했다.</div> <div>털이 모두 엉기고 가죽에 붙어버렸다. 병원에 가서 털을 밀고 왔다. </div> <div>겁만 많아서 가족 말고는 사람을 물지 않는 아이인데(물론 가족은 문다.) 미용사 누나를 물었다고 했다.</div> <div>아이 등에 어쩔 수 없이 난 상처를 보고 평생 털 같은 거 밀어보지 않은 우리 고양이가 아프고 무서웠을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div> <div> </div> <div>갑자기 아이가 자기 털을 뭉탱이로 뽑아버리고 있었다.</div> <div>스트레스를 받는데 말도 못 하고 털을 뽑아대는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팠다. 잘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div> <div>어느날은 고추를 물어뜯어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div> <div>나이 든 남자가 그렇듯이 남아인 내 고양이도 전립선에 문제가 생겼는지 소변을 시원하게 보지 못 해서 답답했던 것 같다.</div> <div>말을 못 하는 고양이다보니 승질 더러운 녀석이 분명 아플텐데도 그냥 고추를 물어뜯었다. </div> <div>두 배가 되도록 부었고 피가 뭉쳐버렸다.</div> <div>화장실은 가고 싶은데 상처가 나니 더 아파서 화장실에서 끙끙대며 울었다.</div> <div>이뇨제, 항생제까지 먹어야 할 약이 늘었다.</div> <div>깔떼기를 씌우니 점프로 제대로 하지 못 하고 밥도 제대로 못 먹어서 보는 우리도 너무 괴로웠다.</div> <div> </div> <div>오빠가 아무래도 목욕을 안 해서 그런것 같다고 상처가 나서 아픈 고양이를 잡고 탕목욕을 시켰다.</div> <div>순둥이가 그래도 물 속에 있으라고 했다고 있어줬다.</div> <div>평소에 목욕 할 때도 입으로만 울고 협조를 잘 하는 편이었다.</div> <div>우리가 겁이 나서 목욕을 못 시킨게 문제였던 것 같다. 탕목욕을 하고 나서 점차 나아졌다.</div> <div> </div> <div>몇 달이 지나 엄마한테 아침부터 전화가 왔다.</div> <div>화장실에 들어가다가 쓰러졌다고 했다. 오늘 죽을 것 같다고 했다.</div> <div>시집 가 한시간 거리에 살고 있는 나는 일을 하다말고 뛰어갔다.</div> <div>내 고양이는 링거를 맞고 있었고 의사는 상태가 좋지 않아 살아봐야 이삼일 일거라고 했다.</div> <div>하루는 병원에서 링거를 맞아야 하는데, 혹시나 우리가 버렸다고 생각할까봐</div> <div>한시간에 한번씩 조용히 병원에 들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나오고를 반복했다.</div> <div>하루 종일 링거를 맞았는데 3분의 1 팩도 맞지 못 했다.</div> <div>몸무게가 2.4키로였다. 아주 천천히 수액을 넣어야 했다.</div> <div>곧 죽을 것처럼 가만히 누워있던 녀석을 집에서 계속 수액을 맞추려고 데리고 왔는데</div> <div>이동가방에서 나오자마자 집에 왔다고 벌떡 일어나서는 화장실 간다고 큰 소리로 울어댔다.</div> <div>밥도 얼른 달라고 쫑알쫑알 거렸다. </div> <div>기운이 났다. 의사샘 말과 달리 몇달을 또 잘 살아줬다.</div> <div>몸무게도 금방 1키로가 다시 쪄서 한 달 후 의사샘과 간호사샘 모두 기특해해줬다.</div> <div> </div> <div>그리고 또 점점 식욕이 사라졌다.</div> <div>이제는 주식캔도 질리고 사료는 원래 맛이 없다고 했고.</div> <div>오빠가 삼겹살 먹는 걸 보고 달라고 해 주니 정말 잘 먹어서</div> <div>앞다리살과 삼겹살을 사다가 매 끼니 구워먹이기 시작했다.</div> <div>나는 살 찌라고 닭다리만 사다가 고아서 잘게 잘라 먹였다. 잘 먹어줘서 정말 기뻤다.</div> <div> </div> <div>우리 고양이는 어느샌가 자꾸만 누워있었다. 원래 안기는 걸 정말 좋아하는 고양이였는데.</div> <div>안으면 살이 닿는 곳마다 몸살처럼 아픈 것 같았다. 끄응끄응하며 내려간다고 했다.</div> <div>한달에 한번 겨우 찾아가 보는 나는 매번 오늘이 마지막일까봐 애잔해서 안아주고 싶었다.</div> <div> </div> <div>이삼주 전 아이가 경련을 일으키며 토를 했다. 오빠가 놀라서 나에게 전화했다.</div> <div>얼른 병원에 가달라고 하고 손을 덜덜 떨면서 운전을 해서 고양이를 보러 갔다.</div> <div>한달 전 원래 가던 병원에 스케줄이 자꾸 맞지 않아 다른 병원에 가 검사를 하고 약을 받았던 게 문제였다.</div> <div>처음부터 새로 검사를 하다보니 신부전증을 발견해 투석약을 먹이게 돼서 다행이긴 했는데, </div> <div>갑상선 약이 수치 조절이 잘 안 됐던 것 같다.</div> <div>새로운 병원에서 검사하느라 병원비가 70만원이나 나와버려서 지갑을 탈탈 털어내느라 속이 문드러지기도 했는데</div> <div>아이 약도 맞지 않았다니 속이 터졌다. 그래도 그때 수액을 맞고 수액빨로 한달은 잘 버텨내긴 했다.</div> <div> </div> <div>우리 고양이는 또 살아주었다.</div> <div>새로운 캔도 찾았고 또 새로운 사료도 찾았다.</div> <div>그리고 씹는게 불편할 듯 하여 캣밀크도 먹였더니 기특하게도 탈이 나지 않고 잘 먹었다.</div> <div> </div> <div>추석. 집에 가니 아흔살 노인네가 자손들이 인사오면 겨우 인사하고 손 한 번 잡고 방에 누워계시는 것처럼</div> <div>집에 온 나를 보고 야옹 한 번 해 주고 고양이 방석에 가만히 누워있었다.</div> <div>이미 몇 년 되었지만 입에서도 몸에서도 냄새가 났다. 털은 윤기를 잃고 푸석푸석했다.</div> <div>털이 뭉쳐서 여기저기 지저분하게 달라붙어있었다.</div> <div>가벼운 내 고양이를 들어 안아주는데 그래도 너무 예쁘고 작고 소중하고 부서질까봐 애잔했다.</div> <div>오빠 대신에 약을 먹이려고 하니 짜증을 내며 앞발로 내 손을 밀어냈다. 손에 기운이 있었다. 너무 기뻤다.</div> <div>오빠가 먹이니 서로 익숙해졌는지 그냥 입 벌리고 약을 잘 받아 먹었다. 기특했다.</div> <div> </div> <div>사랑하는 내 고양이. 나이 들고 병 든 작고 소중한 내 어린 고양이.</div> <div>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다.</div> <div>매달 지불해야 하는 병원비 때문에 괴롭고 간혹 쓰러지는 고양이 때문에 혹여나 인사도 하지 못 하고 헤어질까봐 마음 졸이고</div> <div>그 와중에 야옹 소리 한 번, 따라다니기 한 번, 일이년만에 내주는 골골송에 정말 행복해하며.</div> <div>그리고 다가올 수 밖에 없는 일일 준비가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날을 준비하며, 만날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해주며,</div> <div>혹여나 우리가 헤어지고도 시간이 지난 어느 날 너와 있었던 소중한 하루들을 기록한 글을 읽어보기 위해</div> <div>시간을 내 이 글을 써 본다.</div> <div> </div> <div> </div> <div> </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