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00소대 병장 밑으로 재우지 마라
특히 민수는 절대 재우지 마라
오늘 복귀한 김민수 일병은 그동안 하얀 피부로 변해 있었다
김일병은 어두운 침상 끝 총기대 옆에 앉아 있었다
두시는 졸린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당직은 깨어 있었다
내부실 바닥에 물을 뿌렸다
허리를 숙일 때마다 총기가 허벅지에서 덜컥거렸다
인구가 가만히 나를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도 녀석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정말 안자고 버티는 녀석 주위엔 코고는 소리 뿐이였다
입 모양으로 수고하라고 말하면서 녀석은 다시 김일병 뒷모습으로 눈길을 돌렸다
걸쳐진 하얀 속옷이 어둠 속에서 소복 같이 보였다
침묵의 강건함이 김일병에 둘러 있었다
김일병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아니 김일병이 내게 무슨 말을 할지 나는 두려웠다
김일병 뒤에 멀찍이 서서 총기 수량을 파악했다
김일병은 힐긋 나를 보고 웃는 듯 눈 인사를 했다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순간 김일병이 멀게 느껴져 사람이 아닌 듯 하였다
그러나 변하긴 변한 듯 한데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알 수가 없었다
어리숙한 불빛에 드러난 김일병의 엷은 미소를 보였다
언젠가 김일병이 종교행사를 다녀와서 몰래 전해준 쵸코파이 생각이 났다
당시는 전지검이 일주일 정도 남아 있어 다들 바쁜 날이였다
그리고 중대에서 유일하게 김일병 혼자 천주교 행사를 다녀온 날이기도 했다
그 날 쵸코파이를 먹으로 야외 화장실 가다가 보일러실로 내려가는 김일병을 봤다
반지하에 설치된 보일러실은 항상 습하고 어두웠다
그날 오전 침구류 일광을 할 때 그곳에서 나오는 이상길 상병이 기억났다
그의 코와 입 언저리에 미처 닦지 못한 피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날 저녁 일병들은 목공 창고로, 우리 이등병들은 빨래터로 불려갔었다
얼마 뒤 조규태 병장이 사단으로 잡혀갔다
그때 조병장 소식 사이로 김일병은 오늘처럼 엷게 웃는 듯한 모습을 띄고 지나갔다
어쨌든 그날 이후부터 나와 내 동기들은 김일병의 말을 듣지 않아도 되었다
우리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김일병에게 말을 걸지 말아야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김일병은 근무도 안 서고 훈련도 안받는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김일병은 항상 내무실에 있었다
아침 조회 때도 그는 항상 남아있었다
00중대 열외1
그게 김일병의 보직이였다
조규태 병장이 잡혀가기 얼마 전 김일병은 걸레를 빨던 나를 보고 말했다
이럴려고 여기 온게 아니야 나는 분명…
김일병은 코에서 덜 굳은 피를 풀며 혼잣말 비슷하게 말했다
아직 그의 손에서 들러붙어 있는 핏덩이를 보면서 나는 이것도 군 생활의 일부이라고 군대가, 조직이 다 그런거라고 좀 나데지 말라고 분하고 아니꼬와도 참으라고 속절없이 삼키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