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심심해서 예전에 있었던 일인데 써봅니다.</P> <P>실화이며, 무섭다기보다는 개임적으론 좀 슬프고</P> <P>들은 지인들 말로는 감동적인 이야기인데</P> <P>영적인 경험이라 공게에 써봐요.</P> <P>본문은 편의상 일기형식으로...</P> <P>-------------</P> <P> </P> <P> </P> <P>4년 전 외할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P> <P>군 복무중에 소식을 들은 나는 휴가를 얻어 나갔고, 호상이라던 어른들과 웃으며 술도 한잔씩 하였다.</P> <P>기분이 이상했다.</P> <P> </P> <P>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홀로되신 외할아버지마저 당뇨로 건강이 악화되었을 때</P> <P>자식들중 부양해보겠다고 외할아버지를 모신 것이 바로 어머니셨다.</P> <P>내가 어릴때 이미 아버지와 이혼 후 홀로 날 키워오신 어머니께서는</P> <P>홀로된 심정을 잘 아셨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꺼라 생각한다.</P> <P> </P> <P>때문에 군 입대 전까지 대략 5년정도를 외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나는</P> <P>다른 친척 아이들에 비해 좀더 슬픔을 느꼈었나보다.</P> <P>하염없이 담배만 태우며 차마 영정 사진을 쳐다볼 수가 없었다.</P> <P> </P> <P>문득, 철 없던 시절 할아버지가 주무실 때 몰래 들어가 외할아버지의 바지 호주머니에서</P> <P>두툼한 지폐 뭉치를 찾아 조금씩 훔쳐썼던 기억이 났다.</P> <P>외할아버지는 늘, 그냥 주무시고 계셨다.</P> <P> </P> <P>그러던 어느날, 어머니 생신이 가까워 졌을 때였다.</P> <P>외할아버지께서 날 조용히 부르셨다.</P> <P>당시 한창 당뇨때문에 고생하시던 외할아버지는 핏기없는 얼굴로</P> <P>조용조용히 말씀하셨다.</P> <P> </P> <P>"니 어매 생일이 올 화요일이재? 너도 선물 하나 혀라."</P> <P> </P> <P>"예, 할아버지."</P> <P> </P> <P>"돈은 있냐?"</P> <P> </P> <P>그때 말문이 막혔다. 용돈같은거 받으면 다 써버리는데 돈이 있을리가.</P> <P>사실, 외할아버지가 말씀 하시고나서야 어머니의 생일을 기억해 냈을 정도였다.</P> <P>어찌나 철이 없었던지...</P> <P> </P> <P>"여기 오만원 주꾸마. 그라고..."</P> <P> </P> <P>이게 왠 떡이냐 싶어 냉큼 돈을 받아 뒷 주머니에 쑤셔넣는데 외할아버지 음성이 살짝 떨리는게 느껴져서 고개를 드니</P> <P>외할아버지께서 굉장히...슬픈 눈빛으로 웃으셨다.</P> <P>얼굴은 웃는데 눈이 운다는 말을 그때 처음으로 실감했었다.</P> <P> </P> <P>"인자 할아버지도 돈이 별로 없응께...아껴써라잉."</P> <P> </P> <P>그날 이후로 더이상 외할아버지의 돈뭉치에 손대지 못했다.</P> <P> </P> <P>그러던 어느날인가, 학교를 다녀와 하릴없이 거실 소파에 누워 텔레비전을 보고있었다.</P> <P>나는 입시미술 학원을 다니던 때라 또래 아이들보다 더 늦게 집에오곤 했기 때문에</P> <P>집안 식구들(이래봤자 어머니와 외할아버지 뿐이었지만)이 모두 잠든 후</P> <P>그렇게 잠드는 것이 일상이었다.</P> <P> </P> <P>그날도 그렇게 누워서 비몽사몽간에 눈만 껌벅이고 있었는데</P> <P>거실 티비 뒤쪽의 벽에 걸려있던 먼저 돌아가신 외할머니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P> <P>굉장히 묘한 기분이었다.</P> <P>멍한 상태여서 티비소리조차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의식이 희미한데</P> <P>외할머니 사진은 마치 내 눈앞에 있는 것 처럼 머리카락 한올까지 선명했다.</P> <P> </P> <P>그렇게 얼마나 사진을 보고있었을까</P> <P>인자한 미소를 띈 외할머니 사진이</P> <P>얼마전 나를 바라보고 슬프게 웃으시던 외할아버지 얼굴과 겹치기 시작했다.</P> <P>외할머니의 사진이 통째로 눈물을 흘리는 것 처럼</P> <P>아니, 내 눈에 눈물이 고여있었다.</P> <P> </P> <P>사실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중학생이었고 그 당시 외조부님들은</P> <P>나에게는 명절날이 되야 한번씩 뵙는 분들이셨기에 거의 느낌이 없었다.</P> <P> </P> <P>더군다나 이혼 한 어머니는 늘 외조부님들께 면목 없어했었기 때문에</P> <P>괜히 나조차 불편했었기에</P> <P>외할머니가 돌아가실 당시에는 정말 아무 기분도 안들었었던 것이다.</P> <P> </P> <P>그런데 왜 내가 돌아가신 외할머니 사진을 보고 눈물이 났었는지 몰랐다.</P> <P>하품때문인 걸까, 생각해봤지만</P> <P>하품같은것도 하지 않았었기에 더 이상했다.</P> <P>그리고, 외할머니의 미소가 정말로 슬퍼보였다.</P> <P> </P> <P>결국 눈에서 흘러버린 눈물이 열굴 옆으로 흘러버리자 잠마저 깨버리고</P> <P>나는 눈물을 닦아냈다.</P> <P>그 때, 외할아버지 방에서 숨소리가 들렸다.</P> <P>좀 뭔가 심상치 않게 들리는 거친 숨소리였다.</P> <P> </P> <P>외할아버지의 당뇨때문에 늘 방문은 열려있었다.</P> <P>언제 쇼크가 올지 모르기 때문이었다.</P> <P>혹시나 싶어 냉장고에서 인슐린 주사를 꺼내들고</P> <P>외할아버지를 나지막히 부르며 방안에 들어가자 뭔가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P> <P> </P> <P>피냄새였다.</P> <P>나는 급히 불을 켰고, 방안의 광경에 경악하며 소리를 질렀다.</P> <P> </P> <P>외할아버지는 침대가 아닌 방 바닥에 반쯤 누워계셨다. 상체는 침대에 기대어 계셨고</P> <P>고개는 들고 있을 힘조차 없으셨는지 거의 가슴팍에 묻을정도로 떨구고 계셨다.</P> <P>그래서 숨소리가 거칠었었던 것이다.</P> <P> </P> <P>결정적으로...</P> <P> </P> <P>방 바닥이 피투성이었다.</P> <P>피 웅덩이 위에 앉아계셨던 것이다.</P> <P>도대체 이 피가 어디서 나왔는지 궁금할 정도로 외할아버지는</P> <P>아무 이상이 없어보였다. 창백하신거 외에는...</P> <P> </P> <P>나는 일단 119에 신고를 하고</P> <P>외할아버지를 들어올려 침대에 눕혔다.</P> <P>119에서는 어디가 다친건지 피가 어디서 나는건지 물었다.</P> <P>온통 피에 젖어서 식별이 힘든 나는 결국 하의를 벗겨드리고 손에 잡히는 대로 티슈로 피를 닦아내며 찾아야했다.</P> <P>그와중에 소란스러워 나오시던 어머니가 놀라시며 울음을 터뜨린거야 말할 것도 없다.</P> <P> </P> <P>결국 찾아낸 출혈부는 발바닥이었다.</P> <P>외할아버지께서 맨발로 베란다에 나가셨다가</P> <P>깨진 화분조각을 밟으신 거였다.</P> <P> </P> <P>그런데 문제는 당신께서 다치신줄을 몰랐다는 것이다.</P> <P>당뇨때문이었다.</P> <P>그렇게 방안에서 불을 끄신채 티비를 보시던 외할아버지는 출혈 과다로 정신을 일으신 것이었다.</P> <P> </P> <P>만약에 내가 그냥 잠들었다면, 외할아버지는 그때 이미 돌아가셨을 지 모르는 일이었다.</P> <P>어머니는 날 붙잡고 엉엉 소리내서 우셨다.</P> <P> </P> <P>나는 외할머니 사진을 쳐다보며 생각했다.</P> <P> </P> <P>외할머니는 외로우셔도</P> <P>외할아버지가 좀 더 살아계시길 바란걸까...라고.</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