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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꺽다리아저씨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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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물ID : panic_20158
    작성자 : 그라지라
    추천 : 2
    조회수 : 2068
    IP : 211.226.***.79
    댓글 : 0개
    등록시간 : 2011/10/03 17:10:57
    http://todayhumor.com/?panic_20158 모바일
    절대로 허구를 바탕으로..

     chap1. 미국산 소고기

     무혁이 눈을 떳을 때, 방안은 온통 캄캄한 어둠에 잠겨있었다. 물론, 6평짜리 반지하는 시간에 상관없이
    늘 어둡기 마련이다. 그는 습관처럼 졸린 눈에 힘을 주며 머리맡을 더듬었다. 찌그러진 디스 한갑이 아무렇
    게나 굴러다니다가 그의 손에 잡혔다.

     "씨발......"

     무혁의 입에서는 당연스럽게 욕이 튀어 나왔다. 어젯 밤 술에 취해 마지막 돗대까지 말끔히 다 피워버린
    것이 전혀 생각나질 않는다.

     "야! 일어나, 노무찬! 이 새끼는 지금 시간이......"

     무혁은 그렇게 말하며 시계를 돌아보다 말을 멈췄다. 싸구려 전자시계의 붉은 숫자들은 현재 시각이 겨우
    새벽 4시 24분임을 가르쳐 주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꿈을 꾼 것도 아니고 잠은 푹 잔 듯 한데, 술을
    먹고 잤음에도 오늘은 희한하게 일찍 눈이 떠졌다.

     "우웅...혀엉..몇신데..?"

     무찬은 불편한 몸을 뒤틀며 무혁에게 물었다. 이상하게 뒤틀린 팔다리와 어눌한 발음. 무혁의 동생은 소아
    마비였다.

     "아냐, 새꺄. 더 자."

     "......혀엉은..어디..가?"

     무찬은 어둠 속에서 실눈으로 무혁이 일어나 옷 입는 모습을 보았는지 간절한 목소리로 물었다. 고아원
    시절부터 굳어져온 동생의 불안증세는 반지하로 옮겨오면서부터 더욱 더 심해지고 있었다. 무혁은 문득,
    짜증이 치미는 것을 느꼈다.

     "시발놈아. 내가 나가야 돈을 벌어오지! 어디 가겠냐? 돈벌러 간다, 애자새끼야! 하여간 도움도 안되는게
    짜증나게......."

     마음에도 없는 말이다. 마치, 잠에서 깨자마자 입에서 튀어나오는 육두문자처럼 무의식이 배설하는 가장
    날카로운 흉기가 무찬의 가슴에 내리 박힌다. 문득, 두 형제는 말 없이 멈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어두운거 싫으면 촛불 켜. 불시에 집에 왔는데 전깃불 켜져 있으면 진짜 쳐 맞을줄 알아라."

     무혁은 마지막까지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며 집을 나섰다. 푸르스름한 새벽 하늘이 펼쳐졌지만, 전혀 상쾌
    하지가 않았다.

     -=-

     "어이, 무혁이. 오늘은 일찍 나왔네?"

     "아, 예. 실장님. 어제 공쳤잖습니까.."

     "허허, 공친놈이 뭔 돈으로 술은 쳐먹고 잤는가? 술 냄새가 진동을 허네!"

     "에이...그냥 집에 쳐박혀 있던거 마저 먹은 거에요. 쉰 소리 그만 하시고, 일은 좀 있어요?"

     "가만...자네 일찍 나왔으니 오늘은 특별히 말해줄테니까 잘 듣고 생각한번 해보드라고."

     주름 가득한 김 실장의 눈가가 예리하게 올라갔다. 무혁은 본능적으로 돈 냄새를 맡았다.

     "뭔데요, 말해보세요."

     "저그..뭐시냐. 자네 요새 신문이나 뉴스는 좀 보나?"

     "제 처지에 무슨..."

     "젊은 사람이 쯧...하여간에, 얼마전부터 미국산 소고기 수입문제로 사람들이 엄청 시위허고 지럴들이
    났단 말이시. 미국산 소고기가 뭐 병걸린 소가 어쩌구 저쩌구...기다하는 것들 있고 아니다 하는 것들 있고
    하여튼 지금 엄청 시끄럽다 이말이야. 그것 때문에 여그저그서 시위고 데모고 일어나는데, 한 일주일쯤 
    전 부터 직업소개소로 뒷돈이 쪼매씩 들옴시롱 떡대 좋은 인력들...용역으로 시위현장서 진압요원으로
    빌려 쓴다는 거여. 개인당 일당도 두둑허고...자네가 좀 못 묵어서 호리호리 허지만서두, 자네 힘 좋고
    깡 좋은거야 내가 보장하고 말여. 키도 크고...날 추우니께 파카 하나 입고 서 있으믄 위압감도 들테고."

     "그러니까...지금 저보고 깡패짓 하러 가란거요?"

     "어허..."

     김 실장은 순간 번뜩이는 무혁의 눈빛에 살짝 꼬리를 말았다. 그러나 이윽고, 가라앉는 무혁의 눈빛은
    뭔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 순간을 김실장은 놓치지 않았다.

     "깡패짓은 무슨...그냥 서서 사람들 올때 막기만 하면 됀다그런다니께..."

     무혁의 귓가에 김 실장의 말이 사그라들면서 나흘 전, 동생 무찬이 중얼거리던 목소리가 오버랩되었다.

     '혀엉...나도 고기...먹고 싶다아...'

     -=-

     "에이, 씨발놈들아!! 이 깡패 새끼들, 당장 꺼져라!!"

     "꺼져라아!!"

     50M 앞으로부터 끝이 보이지 않을만큼 늘어선 인파들이 온통 무혁을 향해 분노하고 있었다. 까만 머리들의
    물결 위로 각종 구호들이 적힌 피켈과 현수막들이 넘실거렸다. '미친 소고기 수입 철폐', '미친 대통령,
    미친 소고기'등의 내용들이 온 도로를 가득 매우고 있었다.

     "카아악, 퉷! 니기미럴것들이...다이다이 뜨면 면상 앞에서 오줌이나 지릴 것들이 쪽수좀 모았다고 욕
    지꺼리는 더럽게도 잘하네?"

     한 용역의 이죽거림에 몇몇 용역들도 동조하며 가볍게 웃는다.

     무혁역시 얻어 핀 담배를 바닥에 던져 끄며 중얼거렸다.

     "많기는 참...더럽게도 많다, 진짜."

     들었는지 주변 용역들은 고개를 끄덕거리기도 한다. 그 때, 유일하게 양복차림의 떡대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용역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저 것들이, 쪽수는 좀 많아도 가만보면 애새끼 몇~ 아줌마 몇~ 노인네 몇~ 호구 몇~ 좁밥 몇~ 정도가 다
    라니까! 당신들이 딱, 폼 잡고 욕 한마디만 해도 쫄아서 가까이도 못 올걸? 다만...저 쪽에도 빨갱이 새끼들이 심어논 바람잡이들이 있으니까 유난히 달려들거나 시끄러운 놈들만 잡고 뒤지게 패면 돼! 그러면 나머지는 싸그리 허수아비 되니까아!"

     마지막 말은 거의 비명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느새 거대한 인파가 용역들을 향해 밀려들고 있었다.

     "씨발..!"

     무혁은 답답하게 짓누르는 중압감을 떨쳐내며 발을 때었다.

    -=-

     "아오, 대가리야..."

     일은 쉬웠다. 양복의 말처럼, 바람잡이 몇놈이 용역들에게 심하게 다구리 맞기 시작하면서 시위대는 점점
    겁을 먹었다. 그 이후로는 일도 아니었다. 넓게 퍼진 용역들이 각자 시위대를 향해 위협적이 몸짓을 하며
    시간을 끄는 사이, 도로 전체가 전경버스로 막혔고 타이밍에 맞춰 용역들은 준비된 골목길로 철수하면 
    끝이었다.
     다만, 무혁은 어이없게도 같은 편 용역이 휘두른 각목에 스쳐 왼쪽 이마가 살짝 까진 것이다. 찢어진 피부
    주변에 멍이들고 살짝 부어올랐다. 다행인 건, 집이 어두워서 동생이 잘 식별하지 못할 거라는 것이었다.
     무혁은 언 손을 녹이기 위해 파카 주머니에 손을 집어 넣었다가 문득 흐뭇해졌다. 오늘 일당은 최고 수준
    이었다. 무려 두당 15만. 소개비도 때지 않고 고스란히 무혁의 손에 전해진 것이다. 15만원이면 무혁 형제가
    아끼고 아껴서 한달은 먹고 산다.

     '고기...먹고싶다아...'

     무찬의 중얼거림이 자꾸 맴돌았다.

     '고기사면 나는 미친놈이다...고기 사면 나는 미친놈이다...'

     고기같은걸 별로 사본적도 없는 무혁은 고기 값도 잘 몰랐다. 다만, 무조건 비싸겠지...하는 인식이 그의
    머릿속에 뚜렷히 박혀 있을 뿐이었다. 그런 비싼 걸 굳이 사서 돈 낭비 할 여유는 없다...

     [소고기 파격 세일]

     그런 무혁의 눈에 들어온 전단이었다. 식육점에는 무혁 자신도 잘 아는 이웃들이 거의 줄을 서서 차레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씨 아저씨."

     "어어, 무혁이! 일 하고 왔는가? 아이고, 마빡은 어쩌다..."

     말 많은 정씨가 시동 걸리기 전에 무혁은 재빨리 말을 가로챘다.

     "지금 뭐 하는 거에요 다들?"

     "아아, 여 뭐시냐 미국에서 수입한 최고급 소고기가 엄청나게 싸게 팔리고 있어서리, 동네 고기좀 먹고 
    싶은 화상들은 다 모였네 그려, 허허."

     그 뒤로도 정씨의 말은 길게 이어 졌지만 무혁의 귀에는 동생의 중얼거림만이 오버랩 되었다.

     '그래...라면 두봉지로 고기 반근이다. 한끼만...내 몫은 사지 말고, 무찬이 놈 것만 사다 먹이자.'

     무혁은 천천히 주머니 속의 돈을 만지작거리며 줄 맨 뒤로 섰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어느새 무혁 차례가 오고, 정육점 주인이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

     "총각, 운이 좋군? 오늘 치 딱 반근 남았는데."

     오늘은 정말 운 좋은 날이다.

    -=-

     chap2. 현재.

     "허억!"

     무혁은 식은 땀을 흩뿌리며 잠에서 깨었다. 스프링 처럼 튀어올라 녹슨 빠루를 쥐어들고 주변을 살폈지만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문득, 자신이 낡은 폐차장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반쯤 허물어진 봉고
    차 뒷좌석에서 잠을 자고 있었음을 깨닳았다.

     "하아...하아..."

     그랬다. 그날은 운수 좋은 날이 아니었다.

     "하아아..."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미친놈...고기를 왜 사, 이 미친놈아...쳐먹던거나 쳐먹지 고기를 왜...이, 미친놈..."

     눈물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가슴은 여전히 찢어졌다.

     "미안해...무찬아..."

     -=-

     딱 1년 전인 2014년 겨울.
     잠에서 깬 무혁은 방안을 가득 매운 역겨운 냄새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전깃불을 켰다. 방안에서, 늘 몸에
    둘둘 감던 모포를 아무렇게나 팽개친 무찬은 방 구석에서 불길한 빛의 토사물 속에 몸을 뉘운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야, 왜그래?"

     "...혀,혀,혀,형...추,추,추워어..."

     "이런 미친새..."

     무혁은 무찬에게 다가가다가 멈춰섰다. 고개를 돌린채 무혁에게 말을 하는 무찬의 얼굴이 그를 더이상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 무찬은 무릎을 꿇은 자세로 허리를 굽힌채 연신 토악질을 해대고 있었다.
     문제는, 그의 고개가 무혁에게 돌아갔다는 것이다. 인간이라면 절대 할 수 없는 각도로 고개를 돌린채
    눈물을 흘리며, 무찬은 불길한 빛의 토사물을 흘리고 있었다.

     "무찬아..?"

     "우웩! 혀,혀엉...우웩! 부,부,부,불좀...우웩! 꺼, 꺼줘어...우웩! 누,누,누,눈 부우 셔어...우웩!"

     괴로워 하는 무찬의 눈은 온통 붉은 색이었다. 실핏줄이 터졌는지 충혈되다 못해 완전히 물든 붉은 빛은
    피가 되어 흘러내리고 있었다. 온통 썪은 냄새와, 점점 더 등뒤로 완전히 돌아가는 무찬의 목.

     으드드득!

     한계에 다다른 무찬의 목에서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찬은 여전히 중얼 거렸다. 기도가 꼬였는
    지, 목소리는 이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우웩! 끄그그으윽...혀,혀...끼이이..."

     '병걸린 소고기라던가 뭐라던가...'

     김 실장이 지나가듯 내 뱉던 말이 무혁의 귓가에 스친다.

     '미국서 수입한 최고급 소고기를 엄청 싼 값에 팔고있다니까...'

     정씨 아저씨가 웃으며 말했던 그 말들...

     '총각, 운이 좋군?'

     "그어어어어....혀,혀어엉...! 고기이...맛있었....우웩! 근데...나....계속...우웩! 배, 배, 배고파아..."

     어느새 일어선 무찬. 무혁은 눈을 부릎뜬 채 무찬을 바라보았다. 입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소아마비인 무찬은 어릴 때부터 지금 까지 16년동안 두 다리로 일어선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
    무찬은 완전히 뒤틀린 다리로 분명, 일어서 있었다.
     몸은 벽을 향해 있는데, 목만 돌아가서 얼굴은 무혁을 보고 있었다.

     "씨, 씨발.."

     "그어어,...혀어엉..."

     무찬은 무혁에게 다가오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러나, 몸이 돌아가 있어서 몸은 자꾸 벽을 향해 걸어갔
    다. 무혁은 본능적으로 옷을 입고 파카를 걸쳤다. 그 사이, 무찬은 그로테스크해진 목을 다시 반대 방향으로
    돌리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무, 무찬아! 병원...병원 가자!"

     무혁은 동생의 팔을 잡았다. 그런데 느낌이 이상했다. 엄청나게 차가운 동생의 피부. 그건 마치...

     "혀어엉..."

     마치...

     "나...배고파아..."

     마치 시체와도 같이.

     "크아아악!"

     -=-
    그라지라의 꼬릿말입니다
    그냥 주절주절...절대 현 사회적 문제들과 관련 없는 픽션임을 밝힙니다.

    이 게시물을 추천한 분들의 목록입니다.
    [1] 2011/10/04 00:51:08  218.148.***.245  미친다문화
    [2] 2011/10/04 22:01:22  121.157.***.210  라스타스
    푸르딩딩:추천수 3이상 댓글은 배경색이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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